외나무 다리서 또 만난 화우 vs 태평양···SM戰 성적표 촉각

한진칼-아시아나 M&A전은 화우가 승리 태평양 이재용·노소영 대리 번번이 실패 이수만이 잘못해서?···광장의 역공 논리 김앤장, 하이브 경영권 인수 전략에 방점

2023-03-02     이상헌 기자
SM엔터테인먼트 쟁탈전에 대형 로펌들이 참전하면서 법무법인 간 대결 양상을 띠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SM엔터테인먼트(SM)의 제3자 배정 방식 유상증자(저가 신주 발행)에 대한 법원 판단이 임박한 가운데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일전을 치렀던 법무법인 화우와 태평양의 제2라운드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SM 쟁탈전에 참가한 로펌은 김앤장(하이브), 화우(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 연합과 태평양(카카오), 광장(SM) 동맹이 맞붙은 양상이다. '이수만 퇴진'을 주장해 온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얼라인파트너스)의 법률대리인은 한누리가 맡았다.

국내 법률 시장에서 부동의 1위인 김앤장은 금융·증권 분야 전문성도 갖추고 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엘리엇의 가처분 소송전에서 활약한 고창현, 김용상 변호사 등 한 명 한 명이 스타급이다. 아울러 금융감독원 출신을 대거 보유한 화우 역시 '금융규제' 부문에선 독보적인 로펌이다.

김앤장과 화우는 자본시장 부문 톱 티어(Tier 1)란 평가를 받는다. 반면 기업공개(IPO) 거래 등 행정업무 처리 분야에서 두각을 보여온 태평양은 유독 승패를 가르는 소송전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태평양은 '최순실 국정 농단'에 연루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재판 변론을 맡았지만 최씨의 딸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 등 직접적 뇌물공여를 제대로 방어하지 못했다.

또 2020년엔 강성부 KCGI 대표가 한진칼과 산업은행을 상대로 낸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에선 한승 변호사가 KCGI 측 법률대리인으로 나섰지만 재판부는 2020년 11월 한진칼의 손을 들어줬다. 이뿐 아니라 한 변호사는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법률대리인을 맡아 최태원 SK그룹 회장 측에 사실상 패소한 바 있다.

지난해 3월 31일 서울시 성동구 SM엔터테인먼트 본사에서 제27기 정기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태평양을 법률대리인으로 앞세운 카카오 역시 수세적 대응으로 일관해 왔다. 앞서 SM과의 사업협력협약(제2조)에서 등기이사로 추천하기로 한 배재현 카카오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본사 사내이사로 물리고, 미등기 임원으로 넣으려던 장윤중 카카오엔터 부사장을 SM 이사회 제안으로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추진 중이다.

카카오는 "신주와 전환사채 인수 결정 이후 발생한 사정을 이유로 인수 목적을 소급적으로 부당한 것으로 평가한다면, 거래의 안전을 심각하게 해하는 선례를 남기게 되는 것”이란 요지의 의견서를 서울동부지법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3자 배정방식의 저가의 신주 발행으로 인해 과거와 현재의 최대주주인 하이브와 이수만 전 총괄의 지분가치가 희석되는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같은 연합 전선에 선 광장은 SM 대리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카카오에 신주를 발행해준 것이 적대적 M&A 목적이 아닌 이수만 전 총괄이 경영을 잘못한 결과라는 역공 작전을 벌여왔다. 반면 이같은 소위 경영판단의 원칙을 적용하는 데 있어 최대주주의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제3자 배정 방식의 신주 발행이 전제될 필요는 없다는 것이 화우 측의 반론이다.

이수만 전 총괄은 개인적으론 참여연대 출신 변호사인 조병규 SM 부사장의 조력을 받아오고 있지만, 공식 법률 대리인으론 화우를 내세웠다. 한진칼을 대리할 때 '방패'를 들었던 화우는 이번 SM 쟁탈전에선 칼을 쓰고 있다. 앞서 한진칼을 변호할 땐 "산업은행으로의 제3자 유상증자가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를 위한 목적이 아니며 산은을 주요 주주로 확보해 향후 항공사 통합과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안정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는 방어논리를 펼쳤으나, 이번엔 "SM 이사회가 제3자 배정방식으로 기존 주주 지분비율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면서 공세에 나선 것이다.

대형로펌 주요 재계 사건 소송 대리 결과 및 SM 쟁탈전에서의 역할 /여성경제신문

금감원, 시세조종 의심 PE 등 조사 착수
협박에 겁먹은 SM 이사회···사태의 발단

김앤장은 물밑에서 움직이면서 하이브의 안정적인 경영권 인수와 3월 정기 주주총회 대응에 방점을 맞추는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는 금융감독원에 지난 16일 IBK투자증권 판교점에서 시세조종으로 의심되는 SM 주식 총수의 2.9%에 달하는 대규모 거래가 발생한 것에 대해 조사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카카오가 투자에 참여한 적 있는 헬리오스 사모펀드(PE) 계열의 기타법인이 16일과 28일 시분할주문(Careful Discretion; CD) 방식으로 SM주식 2381만401주를 끌어모으면서 지분율을 4.6%까지 높인 것이 주가 상승을 유도해 공개매수를 방해한 것으로 하이브는 보고 있다. 이에 금감원은 "공개매수 기간 중 주식 대량매집 등을 통해 공정한 가격 형성을 방해하는 불공정거래 행위가 있으면 엄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1월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한누리를 통해 SM에 '라이크기획 계약 종료 후 정산에 관한 약정 이행에 관한 위법행위유지 청구' 서한을 보낸 것이 이번 사건의 발단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SM 이사회가 이 전 총괄의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에 로열티를 지불하는 것은 업무상 배임이라면서 김영민·한세민·남소영·정창환·이강복·채희만 등 전직 이사회 멤버들에게 소송을 예고하는 서한을 보냈다. 1.1% 지분을 보유해 주주대표 소송 요건도 갖췄다.

다만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와 박준영 사내이사, 지창훈 사외이사, 곽준호 감사 등 현 이사회 인원들은 포함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언론 접촉을 통해 "(현 경영진은) 다음에 하겠다. 계속 카드를 남겨둬야 한다"면서 이메일 등을 보내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전술을 펼쳐왔다고 설명했다.

즉 이 같은 방식의 얼라인파트너스의 압박으로 SM 이사회가 장악된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결국 사퇴를 선언한 이성수 대표의 대학 시절 때부터 함께 해왔다는 SM 대표이사 출신 한 인사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얼라인파트너스가 내용증명을 보내니 이사들이 (배임 등으로) 구속될까 겁을 먹었다"면서 "민사소송으로 손해배상 청구까지 진행된 것으로 아는데, 형사처벌을 받을까봐 모두가 두려워했다"는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