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에버랜드 닮은꼴 SM쟁탈전···제3자 신주 배정이 왜 문제?

당시 대법원, 저가의 신주 발행 무죄라면서 주주가치 훼손 인정···기존주주 아니면 배임 카카오가 매입 예정인 주당 9만원의 9.05% 20% 지분 넘는 하이브 주주이익 침해 관건

2023-03-01     이상헌 기자
지난 2월 14일 '한국·몽골 경제인 만찬'에 참석한 이수만 전 SM 총괄프로듀서가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카카오와 하이브(HYBE) 간의 SM엔터테인먼트(SM) 쟁탈전을 촉발한 최대주주의 동의 없는 저가의 신주 발행의 위법성 관련 법정 다툼이 이번 주 내로 매듭지어질 전망이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수만 전 SM 총괄프로듀서(총괄)가 제기한 제3자 유상증자 방식의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서울동부지법 민사21부(김유성 부장판사) 결정이 임박하면서, 이와 유사한 사례인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대법원 판결이 회자되고 있다.

먼저 카카오가 SM에 신주 발행 대금을 지급하기로 한 다음주 화요일(3월 6일) 전에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과가 나와야 하기 때문에 판결은 이번주 금요일(3일)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김성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카카오엔터와 SM 간의 종속 관계가 드러난 사업협력계약이 "기존 주주의 이익을 훼손하지 않는다"고 맞서면서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의 대결 구도가 선명해졌다.

지금까지 25%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공개매수를 진행해온 하이브는 주가가 공개매입가인 12만원을 상회하면서 당초 목표한 지분엔 미치지 못할 전망이지만, 이 전 총괄의 지분 18.46% 중 14.8%를 사들이면서 이미 SM의 최대주주가 됐다.

결과적으로 이 전 총괄은 약 3.6%의 잔여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로 남게 됐으며, 하이브가 직접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우호 지분은 20%를 충분히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가 주당 9만원으로 9.05%의 지분을 확보할 경우 우려되는 주주가치 훼손이 재판의 최대 변수가 됐다.

삼성 에버랜드 회사 손해 입증 못해 무죄
제3자 발행→주주이익 훼손은 결격 요건 

앞서 삼성그룹의 지주사 격이었던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전무)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터무니 없이 낮은 가격의 신주 발행이 문제가 됐으나 주주와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을 입증하지 못해 2009년 대법원에서 무죄로 결론 난 사건이다.

카카오에 대한 신주 발행의 경우 기존 주주가 아닌 제3자 배정이란 차이가 있지만, 저가의 신주 발행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은 SM 쟁탈전에서도 핵심 쟁점이 되고 있다. SM 이사회는 경영권 인수·인도 목적이 아닌 전략적 제휴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하이브는 주주가치 훼손을 근거로 들면서 카카오의 적대적 인수 시도에 이사회가 야합한 것이라고 맞서는 중이다.

지난 2009년 5월 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보면, 기존 주주에게 에버랜드 전환사채의 인수권을 먼저 부여하는 방법이라면, 회사의 주가가 주당 8만5000원으로 평가되는데도 불구하고 이사회가 현저히 낮은 가격인 1주당 7700원으로 신주를 발행했더라도 이사회에 배임죄의 죄책을 물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여기엔 '기존 주주들이 동의하는 한'이란 단서가 붙었다. 회사 재산은 주주의 재산이기 때문에 전환사채 발행가액을 시가보다 얼마든지 낮추어 정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이뿐 아니라 저가 발행으로 이사회가 최대한의 자금을 유치하지 못했더라도 이사들이 회사의 재산 보호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지난 2009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기자들로부터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발행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즉 '기존 주주'의 '동의' 하에 신주 및 전환사채를 발행한 것은 문제가 없다는 얘기지만, SM 이사회가 카카오 등 제3자에게 신주를 저가 발행해 회사에 손해를 입혔을 경우 배임이 된다는 것이 법조계의 통설이다. 제3자에게 신주를 높은 가격으로 발행해 회사에 들어오는 자금의 규모를 크게 만들어야 할 적극적인 재산관리 의무를 어겼다면 형법상 배임죄 적용을 받는다.

금융투자협회에서 제정한 집합투자재산 회계처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상장기업의 유상증자로 발생하는 신주는 주금납일일 최종시가로 평가한다. 지난 28일 기준 SM 주가는 12만7600원을 찍었다. 가처분 신청이 기각돼 카카오가 3월 6일 주당 9만원의 대금을 납입해 9.05%의 지분을 인수하면 주당 3만7000원이 넘는 주식평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기존 주주의 동의 없이 신주가 발행되면 과거와 현재의 최대주주인 이수만 전 총괄과 하이브 동맹이 보유한 20%가 넘는 지분은 주식 가치 희석으로 지분율이 크게 하락하게 된다. 또 이와는 반대로 1% 남짓이던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얼라인) 등은 카카오가 인수한 9.05%를 우호 지분으로 확보할 수 있다. 

이수만 전 총괄 측 조병규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주주의 이익을 대변한다던 이창환 얼라인 대표가 하이브의 12만원 공개매수가 저가라서 반대하는 것이라면, 주당 9만원인 카카오의 인수에 대해서는 더 반대해야 옳은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학계서도 위법 요소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재열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주주가치 훼손 여부를 판단하려면 보유 지분 크기에 근거해 리스크를 따져야 한다"며 "제1대 주주의 지위가 약화되는 것이 명백하다면 제3자에 대한 신주 발행이 금지되는 경영권 분쟁 상황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시 에버랜드 판결로 돌아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양승태 전 대법관의 별도의견을 봐도 신주의 저가발행은 주주배정과 제3자배정을 가릴 필요 없이 (법인의 손해와 구분되는) 주주가치 훼손의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가 SM의 기존 주주였다면, 이수만 씨와 하이브에 손해를 보더라도 이사회가 책임을 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SM 주식을 단 한 주도 보유하지 않은 제3자라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