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 수박이세요?”···개딸들, 이재명 체포동의 ‘반란표’ 색출 나섰다

'개딸'에 찍힌 민주당 의원들, "부결 투표했다" 해명

2023-02-28     최수빈 기자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절차 도중 표기가 애매한 2장의 투표용지를 놓고 감표위원들이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최소 31표에 달하는 이탈표가 발생하자 이 대표 지지층 사이에서 ‘수박’ 몰이가 횡행하고 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는 이탈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의원 명단이 돌고 있고, 일부 의원들은 ‘개딸’(개혁의 딸, 이 대표 강성 지지자)의 항의 문자에 반박하기도 했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27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의원 297명이 투표해 찬성 139표·반대 138표·기권 9표·무효 11표를 받아 최종 부결됐다. 체포동의안이 통과되려면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149표)이 필요한데, 10표가 모자라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결과로 이 대표는 구속 수사를 피하게 됐지만, 애초 압도적 부결을 공언했던 것과 달리 다수의 이탈표가 나오며 내홍은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온라인상에서는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들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28일 오전 트위터 검색어 상위에는 ‘수박XX들’이 올라왔다. ‘수박’은 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라는 뜻의 은어로 비명계 의원들을 지칭한다. 소설미디어에는 이탈표를 던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의원들의 이름을 지역별로 정리해 나열한 명단도 돌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무기명투표로 진행돼서 누가 찬성표를 던지거나 무효, 기권 처리됐는지 확인할 수 없다. 

이 대표 지지자들이 올린 명단은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당헌 80조 개정에 반대한 의원들이다. 민주당 당헌 80조는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되면 당직을 정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지난해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당무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추가했다. 당시 민주당 내에서는 이 대표를 위한 당헌 개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현재 도는 명단은 당헌 개정에 반대 의사를 밝힌 의원들인데, 이 역시 정확하지는 않다. 

이 대표 지지자로 보이는 네티즌이 27일 한 민주당 의원에게 답변을 받았다며 공개한 문자메시지 내용.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박’으로 의심되는 의원에게 문자를 보내고, 이후 받은 답장을 인증하는 글까지 올라오고 있다. 네티즌 A씨는 ‘고○○ 의원이 겁주네요. 무섭게’라는 제목의 글을 쓰고 한 의원과의 문자 대화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A씨가 “이번에 수박 인증 제대로 했네요”라고 보내자 상대 의원은 “나는 부표 던졌으니 함부로 얘기하면 가만 안 있을 겁니다”라고 답했다. 

또 다른 네티즌 B씨는 이소영 의원실과 나눈 문자를 캡처해 게시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대선 당시 후보였던 이 대표 측 현장 대변인을 맡았으나, 이후 이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를 만류하는 발언을 해 개딸들의 비난 대상이 된 바 있다. 

문자에서 B씨는 “혹시나 싶어서 물어본다. 의원님은 부결표를 던지셨나, 가결표를 던지셨나. 의원님도 수박이라 불리는 리스트에 들어가 있더라”며 “확실한 답을 들려 달라. 민주당원들은 지금 분노하고 있다”고 묻는다. 그러자 이 의원 측은 “이 의원은 부결에 투표했다”며 “그동안 방송을 통해 검찰수사의 부당함을 여러 차례 강조하신 바 있다”고 해명했다. 

이 밖에도 여러 커뮤니티에는 “30여명의 이탈자는 알아서 자수하라” “어차피 한 번으로 끝나지 않으니 미리 찾아내자” “수박 즙을 짤 때가 왔다” “수박들이 일부러 기권·무효표를 던진 것 같다” “이래도 수박들을 안고 갈 건가”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