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세 차례 올리고도···한국전력 32조 넘는 최악 적자 수렁

난방비 폭탄 주범 가스공사도 미수금 8.6조 '밑 빠진 독'에 공사채 남발하기···올해도 ing

2023-02-25     이상헌 기자
지난해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한국전력공사의 올해 경영 역시 불투명해 보인다. /연합뉴스

한국전력공사가 지난해 33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냈다. 난방비 폭탄을 자초한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도 8조원을 넘었다. 전기요금과 난방비를 올려 받고 공사채를 남발하면서도 연료비 급등 변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다.

24일 한전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 기준 누적 영업손실이 32조603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연도별 영업손실 종전 최대치였던 전년도 5조8465억원의 5배가 넘는다. 매출은 전력판매량 증가와 연간 세 차례의 전기요금 인상 덕분에 전년 대비 10조5983억원(17.5%) 증가했지만 영업비용이 훨씬 많은 37조3552억원(56.2%)에 달했다.

지난해 한전이 발전자회사에 지급한 연료비와 민간발전사에 지급한 전력구매비는 76조원을 넘어섰다. 연료비는 전년 대비 15조1761억원 늘어난 34조6690억원, 전력구매비는 20조2981억원 증가한 41조9171억원을 기록했다.

정부가 올해 1분기부터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kWh) 당 13.1원 인상하고 민간발전사로부터 사들이는 전력구입 가격에 상한을 두는 SMP 상한제를 적용하기 시작했지만 올해 경영 역시 불투명하다.

적자 해소를 위해선 급격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실정이지만 스텝마저 꼬였다. 한전은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국민 부담을 고려하면서 원가주의 원칙에 입각해 전기요금 조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요금 인상 폭과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언급했다.

한전의 대규모 적자는 블랙홀 역할을 하며 채권 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한전이 부족한 운영자금을 메우기 위해 한전채를 찍어낸 것이 일반 회사채 시장에서의 유동성 고갈을 불렀다. 국가신용등급과 같은 신용등급의 한전채가 쏟아져 나오면서 비우량기업은 물론 웬만한 우량기업도 회사채를 발행하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서울시내 한 주택가에 설치된 가스계량기 /연합뉴스

한국가스공사의 주택용·영업용 가스요금 미수금도 8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을 2조4000억원 시현하고도 영업손실 성격의 미수금이 4분기에만 2조9000억원이 늘어났다. 국제 액화천연가스 물량 부족으로 가스 가격이 폭등했지만 수요예측과 외환 관리에 실패하면서 수조원대 빚을 추가로 떠안은 것이다.

지난해 9월 환율이 1400원까지 치솟으면서 LNG 수입단가도 급상승했다. 2021년 100만Btu당 1분기 10달러 수준에 머물던 LNG 현물가는 지난해 3분기 일년 사이 47달러로 4배 넘게 뛰어올랐다. 이는 고스란히 난방비 폭탄으로 전가됐다.

그럼에도 밑 빠진 독에선 여전히 물이 새고 있다. 한전채 발행한도를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금액의 최대 6배까지 늘리는 한국전력공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채권 발행을 더 늘렸다. 올해만 벌써 26번째 발행이 이뤄져 지난 20일 기준 누적 발행액은 5조920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한전채 24건의 3조9500억원보다 1조9700억원 증가한 규모다.

한전은 적자를 벗어나려면 원료비 연동제를 적용해 1kWh당 전기료를 원유와 석탄 가격이 오른 만큼 더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원료비 연동제란 전기 생산에 쓰이는 연료비 변동분을 전기요금에 주기적으로 반영하는 제도다. 원유·천연가스·유연탄 등 발전 연료비가 상승하면 전기요금을 올리고 하락하면 내리는 방식이다. 다만 이 역시 인상·인하 폭이 직전 요금 대비 kWh당 최대 ±3원, 연간 최대 ±5원으로 제한돼 한전의 만성적인 적자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