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vs 리설주 패션 대결···"내가 조선의 국모다"

남북 퍼스트레이디 '패션의 정치학' 명품 브랜드 티파니·디올 등 선호 김건희 여사 장신구 덜하는 절제미 리설주, 무릎 위 치마로 과감 표현

2023-02-24     이상무 기자
(왼쪽) 김건희 여사가 2022년 9월 미국 뉴욕 시내 한 연회장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한복을 입고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오른쪽) 리설주가 2019년 6월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시진핑 주석 부부를 기다리는 모습. /연합뉴스

"내가 조선의 국모다."

명성황후가 1895년 을미사변 당시 죽기 직전 말한 것으로 묘사되는 최후의 대사다. 그로부터 128년이 지난 현재, 한반도에 국모라 불릴만한 여성은 남북에 나뉘어 있다. 대한민국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와 북한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다.

최근 김건희 여사와 리설주의 패션 스타일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공식 석상에서 퍼스트레이디의 옷차림은 한 나라의 정치·외교적 메시지를 대변하는 의미가 있다. 산업계에도 연예인 못지않게 소비 심리를 자극해 품절이 발생하는 등 영향을 미친다.

남북 퍼스트레이디의 공통점은 화려함과 거리가 먼 대신, 소박하면서도 세련미가 있다는 것이다. 무늬가 없는 단색 정장이나 드레스를 즐겨 입고, 장신구로 포인트를 준다. 둘 모두 한복을 입으면 조선 최고에 걸맞은 우아한 자태가 드러난다.

선택하는 해외 명품 브랜드도 겹치는 부분이 있다. 김 여사는 지난해 나토 정상회의에서 미국의 '티파니앤코' 브로치를 착용했다. ([단독] 김건희 여사 착용 2610만원 브로치, 브랜드는 '이것' 참고) 또한 프랑스 '디올'사의 재킷과 블라우스, 스니커즈를 착용했다.

리설주도 2018년 남북정상회담 오찬에서 티파니앤코 목걸이를 했고, 과거 디올의 클러치백을 들었다.

두 사람은 다양한 브랜드를 소화한다. 김 여사는 '로저비비에' 핸드백·구두를 비롯 '반클리프앤아펠' 목걸이 등을 선보였다. 국내 소상공인 제품도 애용한다. 리설주는 '샤넬', '프라다', '구찌' 가방을 들은 적이 있고, 시계는 스위스의 '모바도'다.

둘의 차이점은 선호하는 색상이다. 김 여사는 흰색과 검은색을 주로 입고, 때때로 노란색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리설주의 경우 보다 여성적인 분홍색을 택하고, 단정함을 추구할 땐 네이비 계통을 입는다.

치마 길이에선 리설주의 과감성이 돋보인다. 과거 무릎을 드러내는 길이를 시도한 바 있다. 김 여사는 무릎을 드러낸 적이 없고, 긴 치마를 고수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다.

(왼쪽) 김건희 여사가 2022년 5월 디올 재킷을 입고 열린음악회에 참석했다. (오른쪽) 북한 리설주가 2020년 1월 삼지연극장에서 명절 기념공연을 관람했다. /강신업 변호사 페이스북·조선중앙TV 화면 캡처

박계리 통일교육원 교수는 2020년 말 발간한 책 '패션&메이크업으로 본 북한사회'에서 "리설주의 옷차림은 점차 북한 사회가 공식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단정하고 세련된 옷차림으로 정착되어 가는 듯하다"며 "북한 여성들의 치마 길이는 조금씩 무릎 윗선으로 변모해 갔지만, 리설주 옷차림의 치마 길이는 무릎 밑으로 손가락 2개 사이의 길이로 정착되어 간다"고 전했다.

리설주가 패션을 통해 전하는 메시지는 공격적이다. 지난 8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을 형상화한 목걸이를 착용해 눈길을 끌었다.

반면 김 여사는 태극기 배지 외에 특이한 장신구를 하지 않는다. 이는 차분하고 절제된 메시지로 읽힌다. 지난달 UAE 방문에서 이슬람 여성들이 두르는 샤일라를 착용했고, 지난해 영국 여왕 장례식 당시 검은 망사포를 썼다. 장소에 따라 격식을 갖춘 것이다.

지난해 5월 취임식 때는 하얀색으로 옷과 구두를 통일했다. 이를 두고 한국이미지전략연구소 소장 출신인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하얀색은 참정권을 상징하는 색이고, 새롭게 시작한다는 느낌과 계속 지켜보자는 느낌을 하얀색으로 보여주려고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전직 영부인 김정숙 여사의 경우 패션으로 불필요한 오해를 낳은 바 있다. 2019년 한·미 정상회담 당시 파란색 나비 브로치를 착용해 사드 배치 반대를 상징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김건희 여사와 리설주가 만날 수 있을까. 두 사람이 각자 고른 패션으로 등장해 나란히 선다면 역대급 미인 퍼스트레이디의 만남으로 기록될만하다.

이는 윤 대통령 남은 임기 약 4년여 안에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면 가능하겠지만, 현재로선 요원해 보인다. 윤 대통령은 올해 초 AP통신 인터뷰에서 "북한과 단순 대화를 위한 대화는 추진하지 않겠다. 북한은 통신을 막아버리고 대화조차 나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도 대남 강경기조를 꺾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24일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남북이 공동의 이익을 발견할 수 있을 때야 정상회담이 가능한데, 현재는 주고받을 수 있는 게 전혀 없다"며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성사되지 못한 것처럼 기본적으로 북한을 적, 타도의 대상으로 보아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어 "한국의 핵보유로 남북한 간 핵균형이 이뤄지게 되면 우발적인 핵사용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만날 수도 있지만 쉽진 않겠다"며 "김건희, 리설주 여사가 만나는 기대감이 있다더라도 현 정부는 성과가 없는 정상회담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 김건희 여사가 3일 서울 용산구 백범 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3회 한국수어의 날 기념식에 입장하며 수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 북한 리설주가 지난 7일 건군절(2월 8일) 75주년 기념연회에서 ICBM '화성-17형'을 형상화한 목걸이를 착용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