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후손 "표준영정 사용료 지불해라"···난감해진 한국은행
친일 논란 장우성 작가 후손 소송전 개시 표준영정 해제 관건인데 한은에 권한 無 3년째 묵묵부답 중인 문체부 선택에 달려
친일 논란이 일었던 고(故) 장우성 작가의 후손이 한국은행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100원 동전에 사용된 이순신 장군의 표준영정이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해 한국은행이 난감해졌다.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의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장 작가의 상속인 장모 씨가 지난 2021년 10월 서울중앙지법에 한국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표준영정이란 문화체육부 장관이 화폐나 교과서 등에 실리는 역대 위인들의 용모를 표준으로 지정한 인물화를 의미한다. 앞서 여성경제신문은 '친일파가 그린 법정화폐 인물화···재산권마저 후손 것이라니' 제하의 보도를 통해 장우성 작가 외에도 친일 행적 논란이 있는 작가들의 표준영정 제작 문제를 다룬 바 있다.
장씨는 한국은행을 상대로 1973∼1993년 사용된 500원권과 1983년부터 현재까지 사용되는 100원 동전에 장 작가의 충무공 영정이 사용돼 저작권이 침해됐다며 이를 배상할 것을 요구했다.
장씨의 선친인 장 작가는 조선총독부 주관 조선미술전람회 입선 및 일본의 전쟁 승리를 기원하는 불상 제작 등의 이유로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바 있다.
이에 한국은행은 1975년 화폐 영정을 제작하면서 대가로 150만원을 지급해 양도 혹은 이용 허락을 받았다며,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 '공정 이용'이라고 맞서고 있다.
반면 저작권법 등에 따르면 표준영정의 재산권자는 장 작가 상속인인 장씨에게 있다. 저작권법상 저작물 이용 허락은 이용 방법 및 조건의 범위 안에서 그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이용 방법이나 조건 범위에 따라 저작권 침해가 인정될 여지가 있는 상황이다.
김 의원도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이순신 표준영정의 저작권 문제가 다방면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문화체육관광부 친일 논란 작가의 표준영정 지정 해제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작가의 친일 논란과 복식 고증 오류에 이어 저작권 문제까지 현실화한 시점에서 이순신 표준영정의 재제작 필요성이 절실하다"며 "별도의 지정 해제와 재제작 절차를 밟아 민족의 얼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더라도 표준영정 지정 해체 결정은 문화체육관광부에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문체부는 친일 논란이 있는 작가의 표준영정 지정 해제와 관련해 3년째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