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여인] "육아휴직 쓴 직원에게 인사고과 가점 주자"

[신년기획] 세상을 바꿀 여성 정치인 강은미 정의당 복지위·연금특위 의원 로케트전기 창사 이래 최초 복직 성공 "1년에 3000명 아이가 시설로 보내져" "중대재해처벌법 5년은 봐야 효과 검증"

2023-02-22     최수빈 기자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1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장세곤 기자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대학 졸업 후 1995년에 로케트전기에 입사했다. 10년간 노동자로 일했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부당해고 됐다. 100일간의 복직 투쟁 끝에 로케트전기 창사 이래 최초로 복직에 성공했다. 강 의원의 복직 이후 로케트전기의 여성 직원은 눈치 보지 않고 출산·육아 휴직을 가게 됐다.

여성 노동자의 권익에 눈을 뜬 그는 민주노동당에 입당해 정계에 입문한다. 민주노동당 바람을 타고 21대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이후 환경노동위, 보건복지위 소속으로 의정활동을 펼쳤다.

지난 2021년 정의당의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당의 위기 사태를 극복하며 지도력까지 보였던 강 의원을 지난달 31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강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로케트전기 창사 이래 최초로 복직에 성공한 노동자로 알려져 있다. 꺾이지 않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적극적으로 함께 응원해주신 분들이 계셨고 너무나 억울한 해고였기 때문에 반드시 억울함을 풀어야 한다는 마음이 복직하게 된 이유였다.”

—출산 휴가와 육아휴직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했는데, 100일간의 투쟁 당시에도 육아를 병행한 것인가. 

“대부분의 일하는 여성들이 퇴근하면 육아하고 또 다른 여성의 희생으로 맞벌이하는 경우가 많다. 저는 결혼하면서부터 시어머님과 함께 살았는데 첫째가 태어난 지 100일도 안 됐을 때 출근했고 둘째도 태어난 지 8개월 정도 됐을 때부터 출근했다. 시어머님이 주로 육아를 담당해 주셔서 가능했던 일인 듯싶다.”

—배우자도 지지대 역할을 많이 했을 것 같다.

“그 당시에 하루에 8시간만 일을 했다면 그래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주로 2시간, 또는 4시간 연장 근로를 했다. 그러면 아침 7시 정도에 출근하고 퇴근해서 집에 도착하면 기본적으로 9시, 10시인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남편도 저와 마찬가지로 일이 많은 직장에서 일하다 보니 주중에는 거의 시어머님이 육아를 담당했다. 그나마 주말에 부부가 번갈아 가면서 아이를 돌봤다.”

—당시 사회 분위기상 여성은 가사에만 집중하라는 눈초리도 있었을 것 같다.

“제가 다니던 회사가 로케트전기다. 당시 여성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하거나 해서 빨리 취직하던 시기였는데 로케트전기는 광주에서 여성들에게 꽤 인기 있는 회사였다. 그런데도 여성들이 결혼하면 대부분 회사를 그만뒀다. 제가 결혼한 당시에도 결혼 후 직장을 다닌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출산 후 다시 직장을 다닌 사람은 제가 맨 처음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만큼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하는 시기에 경력 단절을 겪는 경우가 많았고 제가 몸담았던 회사도 그러한 사업장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큰아이를 출산하기 일주일 전까지 출근했다. 그 당시에는 출산 휴가만 유급이었고 육아휴직은 무급이었기에 육아휴직까지 오래 사용하기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웠다. 그런데 점심시간에 구내식당으로 걸어가면 뒤에서 남성 직원들이 일부러 들으라는 듯이 ‘남편이 오죽 못났으면 마누라가 임신하고 출산했는데 밖으로 내돌리냐’는 이야기를 하는 시기였다. 그러나 제가 복직하고 나서는 많은 여성들이 아무렇지 않게 임신해서 아이 낳고 복직했다.” 

—아빠의 육아휴직이 계속 늘고 있지만 사실상 절대다수의 육아휴직자가 여성이다. 아빠의 육아휴직을 촉진할 방안이 있다면.

“고용할 때 남녀 차별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성들이 결혼 후 출산으로 인한 휴직 기간 때문에 기업이 채용 절차부터 남성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결국 그런 것들이 전반적으로 우리나라의 출생률을 낮추는 문제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외국의 사례처럼 육아휴직을 쓴 사람에게 인사 고과 평가를 더 높게 줘서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승진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등 더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마 그런 제도들이 도입된다면 남성들도 훨씬 더 적극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할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아이들이 어린 시절, 육아를 해 본 부모와 자녀 간의 친밀감 및 육아에 대한 관심도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아빠의 육아휴직은) 화목한 가정을 이루는 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인다.”

—복지위 소속인데 상임위 활동 중 주된 관심사는.

“초중고 의무교육 시절 충분히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이 마련돼 있는지, 초중고 시절에 좋아하는 체육 종목 하나 정도는 취미 생활로 만들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을 갖춰서 청년이 되어서 적어도 운동을 한 가지 이상 하는 등 건강 관리를 할 수 있게끔 관심을 쏟고 있다.

성년이 돼서는 취미 생활을 하고 싶어도 돈이 많이 들거나 운동할 수 있는 장소가 마땅히 없는 경우가 있다. 시민들의 건강을 위한 체육시설들은 제대로 잘 갖춰져 있는지, 특히 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체육 활동에 접근하고 건강 관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은 되는지 살펴봐야 한다. "

—복지엔 재정이 많이 들어가는데 건강보험 재정도 문제 아닌가.

"인구 고령화에 따라서 건강보험 재정 문제를 많이들 걱정하고 계신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 평균 수명이 높은 편이다. 그런데 병으로 인해 병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노령이 되어 병원에 가서 오랫동안 고통을 느끼다가 사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국가에서 건강 관리를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현재도 일부 있기는 하지만 굉장히 부족하다고 여겨서 전반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건강보험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아플 때 지속적으로 돈이 들어가면서 빈부 격차가 많이 발생하는 것은 치과 부분이다. 다른 나라를 살펴보면 무상의료가 진행되지 않는 나라들도 만 18세까지 무상으로 치과 주치의가 있는 경우가 있다.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에도 관련 시스템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1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강은미 의원실 제공

—저출생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복지위 소속 의원으로서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아이를 낳았는데 부모가 키우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때 국가가 아이들을 제대로 보살필 수 있는 시스템이 있는가를 따져보면 예전보다 시스템이 마련되기는 했으나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이 있다. 1년에 3000여 명이 넘는 아이들이 부모가 돌보지 못해서 위탁 가정 또는 아동 시설로 간다. 그 사유를 살펴보면 부모가 가난하거나 실직 때문에 아이를 키우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저는 부모가 아이를 키우고 싶은데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못 키우는 것에 대해 국가의 대책이 미흡하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유별로 국가가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질 수 있도록, 적어도 대한민국에 태어난 아이들이라면 집안이 가난해서 부모와 헤어지는 일은 겪지 않게 해야 한다.”

—발의한 법안 중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하는 법안은.

“건강보험 국고지원은 2007년 도입돼 일몰제로 운영돼 왔는데, 지난해 말 국회에서 법 개정에 실패하면서 국고지원이 종료된 상태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 빨리 법을 개정, 법제화해야 한다. 건강보험의 재정은 건강보험법과 건강증진법 규정에 따라 일반회계에서 14%, 국민건강증진기금 6% 합쳐서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를 지원하도록 되어 있다. 현재 지원 비율도 OECD 평균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그동안 거의 15% 미만으로 지원했다. 담배 소비세가 줄고 건강기금 자체가 줄어들면서 20%의 국고지원이 어려운 상태다. 따라서 국고지원 비율을 높이는 법안을 제출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이 지났는데, 해당 법안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때까지 법이 제정되고 나서 그 법 제정의 효과가 있느냐 없느냐를 잘 따져보지 않고 있었다. 그것을 따져보려면 적어도 법이 충분하게 시행되는 기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법은 형사법이다. 그러니까 중대 재해가 일어났을 때 그 귀책 사유, 안전 보건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영 책임자의 책임을 묻는 것이다. 그러면 당장 조사를 통해서 기소하고 1심, 2심, 대법원 판결까지 필요한데 최소 5년이 걸리는 일이다. 지금 겨우 1년이 지나서 ‘이제 효과가 없다’, ‘폐기해야 된다’는 이야기는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효과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정확한 통계가 아닌 것을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다.”

—일하다 죽지 않은 세상에 가까워졌다고 보는가.

“이 법이 작년 1월 27일부터 시행됐는데 올해 1월 26일까지의 통계로 보면 중대 재해가 조금 줄었다. 그리고 아직 적용이 유예된 50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10% 넘게 줄었다. 그러니까 효과가 없는 것이 아니다.

현장에서도 많이 변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예전에 기업주가 매출, 이익 수익을 얼마로 낼 것인지 1년 계획을 세우고 매달 회의를 하면 제품의 품질 그리고 올해 매월 얼마나 생산량을 달성했는지 총계를 내는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경영주가 우리 회사는 안전한지, 중대 재해가 일어날 것은 없는지 이런 것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런 면에서 변화가 시작됐다고 생각하고 사법부나 행정부가 해야 할 일은 중대 재해가 예방될 수 있도록 이 법이 제대로 시행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중대 재해가 줄어들고 노동자인 시민이 안전하게 대한민국에서 일하고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강 의원은 지난 2021년, 23일 동안 단식을 하며 고(故)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이 발의했다가 폐기됐던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이끌어냈다. 2021년 새해 첫날, 신년인사회에서 강 의원은 ‘곡기를 끊은 유족들의 간절한 바람을 외면하지 말아달라. 중대재해법 통과를 약속해 달라’고 호소했으며 다음날 심각한 위통을 호소하며 병원에 긴급 이송됐다.)

—일각에서 정의당이 존립 위기에 처했다는 말이 나온다. 정의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양당제의 폐해라고 생각한다. 개인 SNS가 늘어나면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양극단 세력의 목소리가 훨씬 커졌다. 그것이 세계를 불평등하면서 민주주의가 훼손되게 하는 방식으로 흐르고 있어서 우려가 크다. 대한민국도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때일수록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다당제가 더 필요하다. 그래서 오히려 작년에 대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우리나라가 양극단 대결 정치로는 시민의 삶이 제대로 보장될 수 없구나’라고 느끼는 분들도 굉장히 많아지셨고 다시 정의당이 힘을 내야 한다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 

그런데 언론 특성상 조금 더 자극적이고 시민들이 관심 갖는 사안이 부각되다 보니 정의당이 아무리 시민들을 위해서 하고 있는 정책 등을 이야기해도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이 안타깝고 아쉽다. 그리고 오히려 그런 면에서 정의당이 나아갈 방향은 더 깊숙이 민생 속에 들어가고 제대로 민생을 챙기는 정당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정치혐오가 정말 많아지고 있는데 그런 와중에도 정치가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국회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국회의원은 시민들의 각종 다양한 의견을 정책으로 계속 싸워야 한다. 우리나라가 먹고 살려면 어떤 산업 정책에 어떻게 돈을 사용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국회의원들이 더 잘 싸워야 한다. 그런데 그 싸움이 시민들의 이해 요구를 어떻게 잘 반영한 것인지, 어떤 정책이 더 필요한 것인지를 놓고 싸워야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맨날 밥그릇 싸움, 자기 당 안에서 누구한테 잘 보여야 다음에 공천받을 수 있을 것인지 궁리하는 것으로만 보이니까 문제라고 생각이 든다. 국회가 더 잘 싸울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양당제가 지니는 폐해가 있다.”

—정치개혁이 어떠한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현재 국회는 괜찮은 의원을 정당에서 공천해서 뽑아놔도 상대방이 잘 못한다고 큰 소리로 혐오스럽게 이야기해야 우리 당의 지지율이 올라가서 다음에 당선이 되는 구조다. 따라서 다당제라고 하는 것이 국가가 부자인 것에 비해 빈부 격차가 심한 일본이나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필요하다. 그리고 그 다당제를 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의석수도 늘려야 된다고 생각한다. 정치 제도에 있어서 선진국인 국가들은 대부분 인구 10만 명당 국회의원이 한 명이다. 우리나라 인구가 5000만 명이기에 사실은 500명 정도의 국회의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원체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크기 때문에 정의당은 국민들께 보좌관 수도 줄이고 세비를 줄이는 대신에 360명을 얘기하고 있는데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초당적 정치개혁 모임에서 다양한 정치 개혁을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

—일과 삶의 균형은 어떻게 맞추는가.

“취미 없는 분들이 주로 하는 이야기이지만 독서와 걷기, 짬짬이 영화를 보고 있다. 가장 최근에 본 영화는 설 특선영화로 방영된 ‘영웅’이다.”

—정계에 강은미 의원이 필요한 이유는.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들 때 시민들 중 단 한 분의 생명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단식을 비롯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졌다. 정의당이 어느 한 악법이 통과되려고 할 때 ‘그것은 절대 안 돼요’라는 목소리를 냈지만 정말 필요한 재정법을 만드는 것에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 

정의당, 강은미의 존재 이유는 바깥에서 살려달라,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열심히 외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내가 국회에서 큰 확성기로 전달하고 그들의 이익을 위해 국회에서 정책으로 싸워서 실현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정당,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전체 시민을 위한 이익, 미래 세대를 위한 일을 위해서 존재해야 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