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청년 10명 중 7명 '애 낳기 싫어요'···'자유롭고 싶어서'
자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개인 삶 중시 양육에 대한 생각도 일반 청년과 확연히 달라 정규직 고용된 북한배경청년, 전체의 약 50%
자녀 없이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이유로 출산을 거부하는 탈북자 출신 청년이 10명 중 7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은 '탈북자'라는 이미지 때문이라도 자녀를 낳고 싶지 않다고 설문조사를 통해 답했다.
20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과 통일연구원이 발표한 '북한배경청년의 정책소외 실태 및 정책개발'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만 19세 이상 34세 이하 북한배경청년 13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약 70%가 자녀를 필수로 낳아야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32.4%만이 '자녀를 필수로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자녀를 가질 수도 있고 갖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은 58.1%였다. 67.6%가 '자녀는 필수가 아니다'라고 응답했다. '자녀가 전혀 필요하지 않다'고 답한 의견은 9.5%였다.
'자녀를 필수로 갖지 않아도 된다'고 답한 북한배경청년 24.3%는 그 이유에 대해 '자유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또한 31.2%는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꼽았다. 18.9%는 '탈북자 출신이라는 배경에 따라, 한국이 살기 좋은 환경이 아니어서'라고 답했다.
평소 양육에 대한 개념도 국내 일반 청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국내 일반 청년의 경우 자녀를 낳지 않아도 되는 이유에 대해 '맞벌이로 인한 양육의 어려움'을 가장 많이 꼽은 것으로 통계청 조사 결과 확인됐다. 다만 북한배경청년의 경우엔 단 한 명도 해당 이유를 제시하지 않았다.
조사를 진행한 이우태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발표 자료를 통해 "탈북 청년들을 만나보면 요즘 북한 'MZ세대'들도 가부장제에 반대하거나 가정보다 개인을 중시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평범한 대한민국 청년과 달리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에 근로 중이다. 따라서 '맞벌이'에 대한 개념도 일반 청년과 다르게 인식하고 있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특히 '탈북자'라는 인식을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아이에게 얽메이지 않는 자유로운 개인주의 삶을 더 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국내 일반 청년과 다르게 북한배경청년은 비정규직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임금근로자라고 답한 북한배경청년 39명 중 정규직은 절반에 못 미치는 19명(48.7%)뿐이었다. 일반 청년의 경우 임금근로자의 74.8%가 정규직이다.
북한배경청년의 11.7%는 플랫폼 노동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 역시 일반 청년의 3.7%에 비해 높았다. 전통적인 노동시장 참여에 어려움이 있는 북한배경청년이 일반 청년보다 상대적으로 플랫폼 노동에 더 많이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