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1병 6000원 시대···소맥 말면 14000원?

맥주 세금·소주 원부자재 가격 상승

2023-02-19     최수빈 기자
19일 서울 한 대형마트 주류코너에서 시민들이 쇼핑하고 있다. 이날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맥주와 소주 등 술값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주류 가격은 전년 대비 5.7% 상승했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의 11.5%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연합뉴스

지난해 일제히 올랐던 주류 가격이 올해 또 인상돼 ‘소주 1병에 6000원’ 시대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주세가 작년보다 더 큰 폭으로 오르는 데다 원재료·부자재 가격과 물류비 등 오름세도 계속되고 있어서다. 

19일 기획재정부와 주류업계 등에 따르면 오는 4월부터 맥주에 붙는 세금이 지난해보다 리터(ℓ)당 30.5원 올라 885.7원이 된다. 지난해 리터당 20.8원 오른 것보다 세금 인상 폭이 더 커졌다. 

맥주 세금 인상은 통상 주류회사의 출고가 인상으로 이어진다. 원·부자재 가격과 물류비, 전기료 등이 계속 오르고 있는 것도 맥주 출고가 인상 요인이다. 

소주의 경우 맥주처럼 주세가 인상되는 것은 아니지만, 원가 부담이 출고가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소주는 주정(에탄올)에 물과 감미료를 섞어 만든다. 10개 주정회사가 공급하는 주정을 국내에서 독점 유통하는 대한주정판매는 지난해 10년 만에 주정값을 7.8% 올렸다. 제병 업체의 소주병 공급 가격도 병당 180원에서 220원으로 20% 넘게 상향 조정됐다.

주류업체들은 지난해 이미 소주와 맥주 출고가를 3~6년 만에 일제히 인상한 바 있다. 그간 국민 정서상 주류 가격을 쉽게 올릴 수 없었던 만큼 몇 년간 쌓인 인상 요인은 지난해 몰아 가격에 반영한 것이다. 

주류업체가 출고가를 인상하면 유통 과정을 거쳐 소비자가 사는 술 가격은 더욱 비싸질 수 있다. 실제 소주는 지난해 1병 출고가가 85원가량 오르자 마트와 편의점 판매 가격이 100~150원 올랐다. 식당에서 판매하는 주류는 도매상과 소매점 등 유통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운송비·인건비 등의 명목으로 각종 마진이 더 붙어 인상 폭이 더 커진다. 

올해도 비슷한 추세로 출고가가 오를 경우 식당에서는 ‘소주 1병 6000원’ 가격표를 보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병당 5000~7000원대인 맥주 가격도 병당 6000~8000원대로 오른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식당에서 많이 소비하는 소맥(소주+맥주) 가격은 1만원을 훌쩍 넘어 1만4000원에 육박해 소비자 부담이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하이트진로, 오비맥주 등 주류업체들이 아직은 올해 출고가 인상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상황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11월에 맥주 출고가를 올린 만큼, 올해 추가 인상은 최대한 자제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