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 없는 머스크, 노조 결성 하루 만에 해고···韓 공장 유치 영향 있나

임금협상 등 요구에 노조 결성 예고 단 하루 만에 테슬라 측 '관련자 해고' 강성 노조 한국에 공장 건설 고민 중 대통령실 "자동화하면 해결될 문제"

2023-02-17     김현우 기자
부산시 해운대구 파라다이스 호텔에 위치한 테슬라 전용 충전 구역 /여성경제신문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의 '무노조 경영' 원칙에 반기를 든 직원을 대거 해고 조치했다. 노조 설립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내놓은 강경 대응이다. 일각에선, 이번 결정이 테슬라가 민주노총 금속노조 영향이 강한 한국을 차기 공장 설립 후보지로 고민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7일 뉴욕타임스는 테슬라가 뉴욕주 버펄로 공장에서 노조 설립을 주도한 직원을 포함해 최소 18명의 노동자를 해고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버펄로 공장에서 일하는 일부 직원은 노조 설립 추진위원회를 만든 뒤 미국 노동관계위원회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테슬라 공장에서 자신들이 로봇처럼 취급받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급여 인상과 근로조건 개선 등을 테슬라 측에 요구했다. 테슬라는 공장 직원들이 작업당 소비하는 시간과 하루 중 적극적으로 일하는 시간 등을 추적하는 시스템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부 직원은 화장실에도 가지 않는다는 것이 노조를 추진하는 직원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무노조 경영에 대한 강한 신념을 고수하고 있는 머스크는 해당 노조 직원을 단칼에 해고했다. 지난 2021년에도 머스크는 노조 결성 움직임을 보인 직원을 해고한 사례가 있었는데, 당시 머스크는 직원들에게 노조가 결성될 경우 스톡옵션을 철회하겠다고 위협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의 이런 움직임을 두고 사실상 금속노조가 '점령'하고 있는 한국에서 자동차 공장 설립을 고민하는 머스크의 결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테슬라는 미국 텍사스·캘리포니아, 독일 베를린과 중국 상하이 등 4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판매 목표는 180만대로 잡고 있다. 2030년 생산 목표는 2000만대로 이를 위해선 추가 공장 설립이 필수다. 따라서 지난해부터 한국을 포함해 인도네시아 등 지역을 후보지로 두고 고민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한국의 경우, 강성으로 분류되는 자동차 노조 문제가 제약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자동차 공장은 거의 다 자동화되고 있어서 중대한 문제라고 보진 않는다"고 했다. 이어 "동남아 국가의 강점은 임금 등 원가 경쟁력이겠으나, 그걸 뺀 나머지 경쟁력은 우리와 비교가 안 된다"며 일각의 우려를 일축했다. 

주요 외신에서는 중국에 이은 테슬라의 아시아 제2공장 입지로 인도네시아를 유력하게 꼽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11일 테슬라와 인도네시아의 계약이 성사 단계라고 보도했다. 지난 1일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테슬라 공장 유치를 자신하기도 했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경우 노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는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니켈 매장량 전 세계 1위 국가로, 전 세계 매장량의 2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코위 대통령은 테슬라의 투자가 이뤄지면 니켈 채굴권까지 내주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 시장은 80개국과 FTA를 맺고 있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로 꼽힌다. 대미 수출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발목 잡혀 있지만 정부는 공장 유치 시 완공쯤에는 IRA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중국·유럽 모두 수출이 가능한 아시아 허브기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우리나라는 노조 리스크도 크고, 인건비가 비싼 지역이다. 1997년 GM의 군산공장 이후 자동차 공장이 어려웠던 이유"라면서도 "그래도 정부가 전기차의 테스트 베드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포괄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면 테슬라 공장 유치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