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배당 14% 줄었는데···금융업은 배당 잔치

삼성·LG 등 배당 줄여 허리띠 죄는데 4대 금융지주 16조 당기 순이익 달성 5년간 뿌린 배당금만 29조원에 육박 금감원선 주의, 손실 흡수 능력 관리

2023-02-15     김혜선 기자
국내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실적과 관련해 모두 4조416억원 규모의 현금 배당을 결정했다. 이는 전년보다 8%가량 늘어난 수치다. 국내 4대 금융사의 은행 간판 /연합뉴스

국내 주요 대기업의 지난해 결산 배당금이 전년보다 13.7% 감소했다. 역대급 실적을 기록해 성과급에 이어 배당 잔치까지 벌어지는 금융업계와는 상반된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시가총액 100대 기업 중 현금 및 현물배당을 발표한 상위 50개 사의 배당액은 15조6667억원으로 전년 배당금(18조1448억원)보다 13.7% 감소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의 조사 결과 배당금이 가장 많이 감소한 기업은 LG생활건강으로 66.5% 줄었다. 이어 포스코홀딩스가 -59.9%, 롯데케미칼 -58.2%, 삼성증권 -55.3%, 메리츠금융지주 -51.8%, SK텔레콤 -50% 등 순으로 배당금이 절반 이상 감소했다.

반면 금융지주는 배당금이 늘어나는 추세다.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실적과 관련해 모두 4조416억원 규모의 현금 배당을 결정했다. 이는 전년보다 8%가량 늘어난 수치다.

배당 규모는 각각 KB금융이 1조1494억원, 신한금융이 1조928억원, 하나금융이 9767억원, 우리금융이 8227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외국인에게 돌아가는 배당금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말 지분율을 적용해 배당금을 계산했을 때, 외국인 주주의 몫은 2조5349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양정숙 의원은 "2021년에는 7조20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60~70%의 외국인을 포함한 주주들에게 나눠주었고, 최근 5년간(2017~2021년) 현금 지급기처럼 뿌린 배당금만도 29조원에 육박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高)금리 시대가 본격화되며 금융권은 지난해 역대 최대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인플레이션을 틈타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판에 정치권에서는 횡재세 논의가, 금융당국에서는 금리 인하 요구가 거세지면서 금융사들은 배당성향 확대, 수수료 감면 방안을 줄줄이 발표했다.

신한금융 이사회는 지난해부터 결산 배당금을 865원(연간 2065원·배당성향 23.5%)으로 정하고, 자사주 1500억 원어치를 매입·소각해 총주주환원율을 30%로 맞추기로 했다.

KB금융 이사회도 분기 배당을 정례화하고, 배당성향 26%와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합해 총주주환원율을 33%로 높이기로 했다. 이는 전년 대비 7%포인트 증가한 수준이다.

하나금융은 연내 자사주 1500억 원어치를 매입·소각해 총주주환원율을 전년 대비 1%포인트 증가한 27%로 상향 조정하고 기말 배당을 2550원으로 결의했다. 이미 지급한 중간배당 800원을 포함한 총현금배당은 전년 대비 250원 증가한 3350원이다. 중장기적으론 총주주환원율을 50%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충분한 손실 흡수 능력을 먼저 갖춘 뒤 자율적인 배당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은 은행의 예상되는 손실에 비해 흡수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될 경우, 손실 흡수 능력을 간접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제를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