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더봄] 꿈을 담는 고등학생이 되길 바라며

[김현주의 텐션업 갱년기] 중학교를 졸업하는 딸 아이를 보며 40여년 전 고등학생 시절을 떠올렸다

2023-02-14     김현주 매거진 편집장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딸이 지금의 설레임을 간직하는 3년이 되길 바란다. /Pang Yuhao on unsplash

딸아이가 졸업을 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대부분 ‘고등학교요? 대학교?’라고 물어보는데 중학교 졸업식에 다녀왔다. 삼십 대 후반에 출산해 늘 나이 많은 학부모 중 한 명이었는데(요즘의 결혼과 출산 추세로 보면 그리 늦은 것도 아닌 듯하다), 이제 고등학생의 엄마가 됐다는 게 감회가 새롭다.

친구들의 아이들보다 한참 어려 아이를 키우는 즐거움을 함께하지 못했고, 정보나 고민을 나누기도 어려웠다. 언제나 ‘일하는 엄마’였기에 시기별로 필요한 육아를 제대로 못 했다는 아쉬움도 있다. 그저 아이가 크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필요한 것 모자란 것 과한 것은 없는지 천천히 알아가며 지낸 시간이었다. 그렇게 엄마로서 역할을 이해해갔고, 딸의 성장만큼 엄마로서 나 역시 성장했던 것 같다.

이제 중학교 졸업인데 뭘 그렇게 다 키운 것처럼 이야기하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전보다 확실히 의젓해진 아이를 바라보는 게 즐거운 걸 어쩌랴. 조리 있게 상황을 정리하고, 일의 순서를 정하는 것도 시간을 배분하는 것도 잘하고 있다. 달라지는 아이의 모습이 흐뭇하지만, 다가올 고등학교 시간이 지금보다 훨씬 바빠질 것 같아 안쓰럽기도 하다.   

아이는 입시를 마주하는 시기가 되었다는 것에 부담을 느끼기는 하지만 고등학생이 된다는 게 신이 난 듯하다. 돌이켜보니 나도 그랬다. 중학교 시절 애청드라마가 '고교생 일기'(故 강수연, 손창민, 최재성 배우 등이 출연한 하이틴 드라마였다)였는데, 그 드라마를 보며 고등학생이 되면 ‘더 많은 친구와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겠구나’란 기대를 키웠었다.

달라진 모습으로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싶어 입학 전 겨울방학 동안 여드름이 피어 있는 얼굴도 관리하고 줄넘기도 매일 했다. 인생 첫 체중 관리였다. 이전과는 다른 가슴이 떨릴 만한 새로운 일들이 많이 벌어질 거로 생각했던 것 같다. 기대만큼 특별한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열여섯 그 시절은 지금 떠올려봐도 미소가 지어질 만큼 좋은 기억이다.

몇십 년이 지났지만 가장 마음에 남는 건 친구들과 보낸 시간이다. 별일 아닌 걸로 키득거리기도 다투기도 했지만 학교와 집이 전부였던 감수성 예민한 우리에게는 함께 있는 그 시간이 그 어떤 일보다 중요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인스타그램의 ‘좋아요’를 누가 눌렀는지 늘 확인하는 아이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된다. 세상의 이치를 이해한다는 듯 다 컸다고 생각했던 것도 비슷하다. 

나에게 ‘고교 시절’을 기대하게 만들었던 드라마 '고교생 일기'. 시대도 세대도 다르지만 딸 역시 그때의 내가 가졌던 기대감이 있을 거다. /옛날 TV KBS Archive '고교생 일기' 캡처

학교에서 만난 딸아이의 친구들을 보니 그런 생각이 더 들었다. 한껏 꾸민 아이들은 졸업식이 끝나자마자 친구들을 찾아 사진 찍기가 바빴다. 자연스러운 메이크업을 하고(요즘 중학생들에게 메이크업은 일상의 루틴이다) 중학교 교복을 입은 모습을 마지막으로 남기기 위해 분주하다. 코로나로 인해 3년 만에 진행하는 대면 졸업식이라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가족과 지인들이 참석해 강당과 운동장을 꽉 채웠다.

색색의 꽃다발, 선생님의 격려와 포옹, 아이에게 눈을 떼지 못하는 부모님. 흐릿한 기억이지만 아이 자리에 내가 있었던 때와 별다르지 않았다. 시대가 달라 생활의 모습은 차이가 있겠지만, 내가 고등학교 시절 어떤 것들을 기대했고 하고 싶어 했는지 떠올리며 아이를 이해해야겠다 싶었다. 엄마의 처지가 아닌 아이의 관점에서 말이다. 

“오바마는 50대에 대통령직을 내려왔고, 바이든은 80대에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개그우먼 김민경은 40대에 국가대표 사격선수로 대회에 참석했습니다. 하고자 하는 일이 있고 계속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할 수 있게 됩니다. 무엇이든 할 수 있으나, 그 과정에는 좌절과 실패도 있을 겁니다.” 외부 인사로 졸업식에 참석한 구청장이 전한 축사의 한 토막인데, 고등학생이 되는 아이에게 내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와 비슷하다.

학교생활이 언제나 즐거울 수는 없겠지만, 후에 돌아보면 그 모든 시간이 너를 만드는 소중한 자산이 될 거라고 말이다. 그러니 단단하게 고등학교의 그 시간을 보내고, 그 안에서 행복한 순간들을 찾는 것도 놓치지 말기를! 

"그리움이 많은 고교 시절에 무지개를 보듯 내일을 본다. 이리저리 열린 여러 갈래길, 우리는 이제 어디로 갈까~" '고교생 일기'의 주제곡처럼 아이에게 앞으로의 3년이 꿈을 담을 수 있는 ‘꿈단지’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