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은의 필사(FEEL思)] 늑대와 개의 운명을 가른 차이···‘다정’이라는 능력
후천적으로 다정해지려면 노력이 필요 집단화된 다정은 다른 종 혐오가 되기도 다정이 가져올 긍정적 변화를 기대한다
책에서 읽은 것을 잃지 않고자 필사를 합니다.
책 속에서 제가 느낀 감정(feel)과 생각(思)을 여러분께 전달합니다.
『다정을 지키는 다정』 김소원, 별책부록, 2021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브라이언 헤어·버네사 우즈, 디플롯, 2021
이전 글에서 일과 사랑에 관한 태도를 말했다. 이번 필사에서는 타인을 대하는 태도에 관해 이야기해 볼까 한다.
작년부터 한 해의 키워드를 정하고 실천하고자 노력했다. 올해 키워드는 회사 상사와 우연히 나눈 대화 중에 정했는데 바로 'friendly'다. 다정하게, 친근하게. 두 부사의 뜻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friendly’, ‘다정하게’를 정하게 된 연유는 이렇다. 온라인상에서는 말을 잘하면서 오프라인에선 긴장하고 버벅대기 일쑤인 나를 보고는 실제로 만났을 때도 다정히 대해달라는 당부이자 요청이었다.
그리하여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 ‘다정함‘을 장착했다. 가식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다정’이라는 전략을 선택한 셈이니까.
자기 변론을 하자면 어렸을 때부터 원체 쑥스러움이 많았다. 꼬꼬마 유치원생 시절, 친구 사귀기도 어려웠고 발표를 하게 되면 얼굴이 시뻘게져서는 우물거렸다.
점차 사회화(?)했지만 여전히 샤이걸의 면모를 버리지 못한 채 낑낑거리고 있다. 언제까지 유아기에 머무를 수는 없는 법. 34살의 성인인 나는 사회 생존 전략-행동 지침을 찾기 위해 김소원의『다정을 지키는 다정』이란 책을 집어 들었다.
후천적으로 다정을 학습하는 사람에게 이해와 배려는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천성적으로 다정한 사람은 충분한 공감 능력을 갖추고 타인의 마음을 헤아린다.
다정함이란 상대의 언행을 보고 상황 이면의 것들을 추론하고 그 마음을 읽어내는 능력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심리학에서 말하는 ‘마음이론(Theory of Mind)'으로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말한다.
타인과 협력하며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필수 요소인 친화력과 다정함은 능력이다.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 가져야 할 필수 능력이자 생존하기 위한 전략.
이러한 생각은 진화인류학에서도 주장하는 가설인데 하버드대학교의 리처드 랭엄(Richard Wrangham)의 ‘자기가축화 가설(Self-Domestication)’로 특정 종이 스스로 가축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자기가축화되면서 공격성이 줄어들고 인내심이 증가하는 등 가축화된 동물들에게 나타나는 현상이 사람에게도 나타난다는 주장이다. (나무위키)
이 가설을 풀어낸 브라이언 헤어·버네사 우즈의『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Survival of the Friendliest)』에서는 개와 늑대, 보노보와 침팬지 동물 사례와 호모 사피엔스 인간 사례를 들며 자기가축화 가설을 이야기한다.
동물 사례에서 같은 조상을 가졌으나 늑대는 멸종 위기고, 개가 인류의 친구이자 한가족이 된 이유는 친화력 때문이라고 한다.
또 보노보와 침팬지를 비교하면 갈등과 다툼이 없는 보노보는 사람과 눈을 마주치는 등 시선의 의도를 파악할 줄 안다. 반면, 친화력이 떨어지는 침팬지는 실험에서 계속 실패했다고 한다.
인간 사례에서는 호모 사피엔스가 살아남은 이유에 대해 이야기한다. 다른 사람 종이 멸종하는 와중에 호모 사피엔스를 번성하게 한 것은 초강력 인지능력이었는데, 바로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인 친화력, 다정함을 말한다.
다시 말해 다른 똑똑한 인류가 번성하지 못할 때 호모 사피엔스가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특정한 형태의 협력에 출중했기 때문이며 이러한 친화력은 자기가축화(self-domestication)를 통해 진화했다.
물론 친화력에도 어두운 면은 존재한다. 우리 종에게는 우리가 아끼는 무리가 다른 무리에게 위협받는다고 느낄 때, 위협이 되는 무리를 우리의 정신 신경망에서 제거할 능력도 있다.
‘우리’는 얼마든지 잔인해질 수 있다. 우리 대 그들이라는 배타적 구분을 한다면 ‘우리’란 지구상에서 가장 무자비한 종이 되기도 한다. 그럴 때 드러나는 정서가 혐오의 정서가 아닐까.
모든 것에는 양면이 있는 법이니까. 가축화 가설의 어두운 면은 이쯤하고 다정함의 힘으로 돌아와서 이야기하면, 인간의 사회성과 공동체성은 자기가축화의 결과물이다.
어떤 공동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협력을 통해 누군가의 마음을 읽는 등의 복합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하는 것이다.
마치 사회생활을 하기 위한 다정함이라는 전략 행동을 선택한 것처럼. 다정함이라는 생존전략의 타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어설프게 진화인류학 가설을 갖다 붙였다.
어쩌면 다정한 인간(The Friendliest)이 생존에 적절하다는 믿음은 틀린 믿음일 수도 있겠다. 어느 누군가는 이 우스꽝스러운 믿음에 미소를 지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다정이 가져올 긍정적 변화에 대한 기대를 저버릴 순 없기에 낙관적 희망을 행동으로 옮겨본다. 그리고 올해의 키워드로 삼았으니 실천해보기로 다짐한다.
‘The Most Friendliest’ 노력이 닿는 한에서 최고로 다정한 인간이 되기 위하여, 타인과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하여, 사회에서 협력하며 살아가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