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강타도 엑시트한 SM인데···카카오, 레드카펫 타려다 '가불기'

지난해 시세 차익 1~2억 챙긴 두 사람 'Go'도 'Stop'도 못하는 카카오와 대조 법원 가처분 인용 시 동학개미도 낭패

2023-02-12     김혜선 기자
SM타운의 건물 모습 /SM엔터테인먼트 제공

레드카펫을 타고 에스엠(SM)타운 입성을 꿈꿨던 카카오가 창업자 이수만 씨와 하이브의 반격으로 '가불기'에 걸렸다. 가불기란 '가드 불가 기술'이란 뜻의 게임 용어로, 고(Go)하지도 스톱(Stop)하지도 못 하는 상황에 쓰인다.

12일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해 가수 보아(권보아)와 강타(안칠현)는 SM 주식을 각각 4800주와 2300주를 장내 매도했다.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기 전 엑시트(Exit)를 선택한 것으로, 방시혁의 하이브 공습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카카오의 상황과 대조를 이룬다.

지난 2014년부터 SM 미등기 이사로 재직 중인 보아는 이미 여러 차례 스톡옵션을 행사해 4억원에 달하는 시세 차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에는 4800주의 SM 주식을 처분해 1억556만원의 수익을 냈다. 보아의 매도 후 남은 SM 주식은 1200주다.

SM 미등기 이사인 강타도 총 네 차례 스톡옵션으로 총 2억9300만원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강타는 지난해 9월 1억7940만원에 달하는 SM 주식 2300주를 장내 매도했다. 주당 매도가는 7만6200~7만9500원이다. 아직 매도하지 않은 3700주와 주가 상승세를 고려하면 강타가 가져갈 잠재적 시세 차익은 약 2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SM엔터테인먼트의 미등기 이사인 보아(왼쪽)와 강타(오른쪽) /SM엔터테인먼트 제공

닭 쫓다 법원만 바라보게 된 카카오
주금 납입도 못 한 상태서 난관 봉착
SM주가 변동성↑···3월 6일 분수령

반면 SM엔터를 접수해 네이버와의 음원플랫폼 경쟁에서 승기를 잡으려던 카카오는 난관에 봉착했다. 지난 7일 카카오는 제3자 배정 방식으로 SM의 보통주 신주 123만주를 1주당 9만1000원에 취득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이어 지난 10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선 SM엔터와의 협력 사업도 강화할 계획도 밝혔다.

카카오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배재현 부사장은 "카카오와 SM엔터테인먼트는 양사의 강점인 플랫폼과 IP 파워를 결합해 다양한 시너지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중"이라고 했다. "SM엔터 인수설은 낭설에 불과하다"는 그동안의 소극적인 모습에서 한 발 더 나간 것이었다. 하지만 같은 날 하이브의 반격으로 '닭 쫓다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되고 말았다.

네이버와 혈맹 관계인 하이브가 이수만 씨의 주식 중 352만3420주를 4228억원(주당 12만원)에 취득하기로 했다면서 공개매수에 나선 것이다. 또 이수만 씨가 정관상 문제를 들면서 법원에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주금 납부일인 3월 6일까지 마음을 졸여야 하는 처지가 됐다.

하이브가 이수만 씨의 개인 지분 18.45%에서 14.8%를 사들이면 SM엔터의 1대 주주가 되고, 카카오(9.05%)는 2대 주주로 밀려난다. 또 이런 가운데 3%의 지분을 보유할 이수만 씨가 2023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하이브가 주주제안으로 지정한 인사를 이사와 감사로 선임하는 데 협력하기로 하면서, 카카오는 경영권 쟁탈전에서 밀려나는 구도가 됐다.

하이브가 SM엔터 지분 공개매수에 돌입해 이수만 진영이 40%까지 확보하면 유의미한 경영권을 갖게 된다. 지분 4.2%를 확보한 컴투스도 이수만 측의 우군으로 분류된다. 하이브는 이수만 씨 개인지분 14.8%를 인수한 뒤 일반주주 지분도 사들인다는 계획이다.

2월 10일 카카오의 주가는 -4.65% 급락한 반면 SM엔터테인먼트 주가는 16.45%나 뛰어올랐다. /한국거래소,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또 SM엔터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이 하이브를 비롯한 이수만 우호 일반주주란 점도 눈길을 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인수 계획을 발표한 지난 10일 SM엔터 주가는 전장 대비 1620원(16.45%) 오른 11만4700원을 찍었다. 같은 날 카카오 주가는 3300원(-4.65%) 급락한 6만7600원으로 장을 마쳤다. 

결국 법원이 이수만 씨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해 카카오가 퇴각하면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와 함께 시세차익을 노리고 들어간 행동주의 개미들은 낭패를 볼 것으로 보인다.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영권이 어느 사업자에 어떤 가격에 넘겨지더라도 SM 주가는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가처분 신청이 기각돼 앞으로 현재 11만4700원까지 치솟은 SM엔터 주식을 1주당 9만1000원에 사들일 수 있으면 카카오 입장에선 호재가 될 수 있다. 제3자 배정으로 인해 주주가치 훼손이 우려되지만, 주가가 계속 올라 12만원을 넘어서면 하이브의 공개 매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제3자 신주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는 지분가치를 희석하기 때문에 함부로 못 하게 돼 있다"며 "아직은 모르지만, 법원 판결이 우선이고 그게 나오기 전까지는 카카오가 액션을 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