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 쟁탈' 주주행동에 이수만 백기사·황금낙하산 총동원

방시혁에 지분 넘기며 1대주주 지위 포기 의결에 필요한 3%만 남기며 경영 참여 카카오 몸 사리지만···이창환 안 멈출 듯

2023-02-11     이상헌 기자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프로듀서(오른쪽)와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왼쪽)의 SM엔터테인먼트 쟁탈전이 시작됐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프로듀서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지원과 상법상 대주주 의결권 제한 3%룰 활용이라는 변칙을 사용해 경영 복귀에 나섰다. 카카오의 SM 인수를 지지해온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을 필두로 한 주주행동주의 세력과 국내 음원업계 1위를 달리는 하이브가 격돌하면서 SM 관련주가 모두 급등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하면서 SM엔터 주가는 더욱 크게 뛰었다. 장 마감 기준 SM엔터 주가는 전장 대비 1620원(16.45%) 오른 11만4700원을 찍었다. 이밖에 계열사인 SM C&C(29.87%), SM Life Design(26.32%), 키이스트(3.15%) 등도 덩달아 올랐다.

반면 전장에 뛰어든 플레이어(회사)의 주가는 내렸다. SM 인수를 통해 네이버를 제치고 국내 음원 플랫폼 서비스 제왕의 자리를 노리던 카카오 주가는 3300원(-4.65%) 내린 6만76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와 함께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이수만 프로듀싱 체제 지지 발언에 힘입어 10% 넘게 올랐던 하이브는 장 막판 힘이 빠져 1.51%로 마감했다.

카카오·하이브 투자자들이 숨 고르기에 들어간 반면, 주주행동주의의 타깃이 된 SM은 계열사 주식이 모두 급상승한 것이 눈길을 끈 하루였다. "투자자들이 주가를 올리고 싶어하는 기업의 주식을 사야 한다"는 이번 사건의 기획자,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의 작전이 일견 통한 것으로 보인다.

얼라인파트너스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뛰어든 이튿날인 2월 10일 카카오의 주가는 -4.65% 급락한 반면 SM엔터테인먼트 주가는 16.45%나 뛰어올랐다. /한국거래소, 여성경제신문재구성

SM엔터 급상승 vs 카카오 추락 희비
지금까진 방시혁·이수만이 수적 우위
60%이상 일반주주 지지 확보가 관건  

카카오를 후방 지원하는 얼라인파트너스의 무기는 주주제안 전용 어플리케이션 '비사이드'로 미국의 '레딧'처럼 소액주주를 온라인 커뮤니티 형태로 결집하고 위임장도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얼라인파트너스의 SM엔터 지분율은 1% 남짓(0.91%)에 불과하지만,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소액주주를 규합해 주주총회에서 2대주주로 올린 카카오의 SM 인수를 지원하겠다는 포석이다.

하지만 갑작스레 판이 뒤흔들리고 있다. SM엔터의 18.45% 지분을 보유해온 이수만 총괄이 1대주주의 위치를 포기하고 주식을 3%까지만 보유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하면서다. 극내음원 1위 기업인 하이브를 이끄는 방시혁 의장이 이수만 총괄이 보유한 주식 가운데 14.8%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혼전이 돼버렸다.

이수만 총괄이 18.45%에서 14.8%를 하이브에 넘겨도 남은 지분율 3.65%로 상법상 감사와 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 제한(3%)을 넘어선다. 기존의 3%만 행사할 수 있었던 지분이 하이브의 백기사 지원에 힘입어 두 배가 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SM엔터의 주주구성 특징은 이수만 총괄의 친인척·지인 몇몇이 대주주단을 구성하고 일반주주 비율이 60%가 넘는다는 점이다. 법원에 이 총괄이 제기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이 인용되지 않을 경우엔, 일반주주의 민심을 얻기 위한 주주총회 표 대결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먼저 주주행동 세력의 압승과 이수만 총괄의 퇴진이 예상됐으나, 이 총괄이 하이브를 등에 업으면서 수적으론 유리한 상황으로 바뀌었다. 현재 시장에서는 SM엔터 지분 4.2%를 확보한 게임업체 컴투스도 범 이수만 측으로 분류된다. 이 총괄의 우호 지분을 20%로 보면 얼라인파트너스와 카카오 지분은 10% 남짓으로 계산된다.

다시 말해 현실적으로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지분만을 가지고 백기사(white knight)와 황금낙하산(golden parachute)을 활용하는 것이 이 총괄의 전략이다. 적대적 M&A 공격에 대응한 수법에는 백기사, 팩맨, 포이즌필, 황금낙하산, 황금주, 차등의결권 주식 등이 있지만, 국내에선 두 가지 방법 말곤 수단이 없다.

특히 SM과 계약 종료시 라이크기획에 지급될 10년간 500억원 이상의 로열티가 황금낙하산으로 작용하고 있다. 황금낙하산이란 적대적 M&A 시도가 있을 때 피 인수기업 경영진에게 막대한 비용(퇴직금 등)을 지급하도록 하면서 인수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방법이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프로듀서의 백기사로 나서면서 SM 쟁탈전이 새국면을 맞았다. /하이브

적대적 M&A 방어책 총동원한 이수만
'비사이드' 앞세운 이창환과 일전 예고

지금까지 20% 이상의 우위를 점한 이수만 총괄과 10% 가까이 세(勢)를 키운 이창환 얼라이인파트너스 대표 간의 대결은 3월 주주총회에서 결론이 날 수도 있다. 지난해 주총에선 사내이사 2명을 신규 선임하려 했으나 얼라인파트너스 등의 반대에 막혀 무산됐다. 반면 곽준호 전 KCF테크놀로지스(현 SK넥실리스) 최고재무책임자(CFO) 감사 선임건은 찬성률 81%를 넘겨 통과됐다.

관전 포인트는 SM엔터 사내이사와 사외이사의 임기가 다음 달 모두 끝나 연임 또는 교체란 갈림길에 서 있다는 점이다. 현재 사내이사는 이성수, 탁영준 공동대표와 SM 어뮤즈먼트 기획본부장 출신 박준영 이사다. 사외이사인 지창훈 전 대한항공 총괄사장을 제외하곤 사내이사 3인은 친인척·측근이면서도 반(反) 이수만 동맹으로 분류된다.

방시혁의 하이브는 이수만 개인 지분 인수에만 멈추지 않고, 일반주주들이 보유한 SM엔터 지분 공개 매수에도 착수한다고 밝혔다. 반면 카카오는 몸을 사리고 있다. 지난 2021년 8월 "SM엔터 인수설은 낭설에 불과하다"는 해명 공시가 마지막 공식 입장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이 인용돼 카카오가 물러나면 상황이 정리될 수 있지만, 얼라인파트너스 측의 공세가 이어지고 있어 당분간은 60%에 달하는 주주 확보 전쟁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