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카페 단속,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범죄의 온상 예방"

청소년 단체 "룸카페 규제, 사회의 많은 공간 노키즈존화" 여가부 "청소년 위협 행위 막기 위해서 밀폐된 공간 규제"

2023-02-10     최수빈 기자
대전경찰청은 7일 청소년 출입·고용 금지 업소로 지정된 룸카페 합동점검을 벌여 청소년들을 출입시킨 지역 룸카페 3곳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적발 업소는 밀실에 침구류, 매트리스, 벽걸이형 TV 등을 설치 후 청소년을 대상으로 영업을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사진은 적발된 룸카페 내부. /대전경찰청=연합뉴스

여성가족부가 지방자치단체에 신·변종 룸카페 적극 단속을 요청하면서 나이 확인 없이 고등학생을 출입시킨 룸카페가 현장에서 적발됐다. 청소년단체에서 여가부가 청소년 성관계를 금기시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전문가는 룸카페 단속이 청소년 대상 범죄 예방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구경찰청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룸카페 10여 곳을 점검한 결과, 청소년보호법을 위반한 업소 7곳을 적발해 대구시에 통보했다고 9일 밝혔다. 청소년보호법에 따르면 출입·고용 금지업소 결정 고시에서 업소의 구분은 실제로 이뤄지고 있는 영업행위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즉 자유업·일반음식점 등 신고·등록 여부와 무관하게 ▲밀폐된 공간·칸막이 등으로 구획됐을 경우 ▲침구를 비치했을 경우 ▲신체접촉 또는 성행위가 이루어질 우려가 있을 경우 청소년 출입·고용금지업소에 해당한다. 

제주도 자치경찰단이 8일 단속한 A 업소는 고시원 형태의 벽체 칸막이와 문으로 구획된 20여 개의 밀실 형태 구조로 이뤄졌으며, 밖에서 방 내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방 내부에는 TV, 컴퓨터 등을 갖췄으며 신발을 벗고 들어갈 수 있도록 매트를 깔고 간이 소파 및 쿠션 등을 구비했다. 방 내부에 벽걸이 TV와 침대 매트리스 등을 설치하고 영업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방 내부에 설치된 TV로 OTT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연령제한 영상 콘텐츠에 대해 아무런 제한 없이 시청 가능하도록 했는데, 영업장을 찾는 청소년에 대해 나이 확인은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전국적인 룸카페 단속은 여성가족부 측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최근 숙박업소와 비슷한 시설을 갖추면서도 청소년 출입이 가능한 룸카페에 대해 ‘성관계 등 청소년 탈선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줄을 이었고 여가부는 지난 1일 ‘룸카페’라는 명칭으로 숙박업소와 유사한 구조로 되어 있는 신·변종 룸카페가 청소년 출입 및 고용 금지업소에 해당한다는 공문을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보내고 전반적인 단속을 당부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21년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알게 된 사람을 룸카페에서 만났다’고 응답(복수응답)한 청소년은 20%였다. 지난해 7월에는 20대 남성이 초등생을 룸카페로 데리고 가 성추행한 사건도 발생했다. 

다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청소년의 성을 억압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룸카페 단속 관련 게시글에 “룸카페를 규제하면 청소년들이 계단이나 화장실 등 더 위험한 곳을 찾을 것”, “성관계가 왜 탈선인가. 불법은 아니지 않냐” 등 댓글이 달렸다. 현행법상 만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질 경우 성인이든 미성년자든 미성년자 의제강간죄로 처벌받는다. 그러나 만 13~18세끼리는 상호 동의 하에 성관계를 할 경우 처벌받지 않는다.

청소년단체 역시 여가부의 룸카페 규제 지침에 반발했다. 어린보라:대구청소년페미니스트 모임과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는 지난 6일 논평을 내고 “여성가족부의 이 같은 행보는 청소년의 성적 실천 자체를 범죄화하고 사회의 더 많은 공간을 ‘노키즈존(NO Kids Zone)화’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여가부의 청소년유해업소 기준이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고민하기보다는 신체 접촉의 우려 등 과거의 낡은 기조를 반복하는 데에 그친다는 점 역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가부는 청소년 성관계를 금지하기 위해 룸카페 단속을 하는 것이 아니며 밀폐된 공간에서 폭력 등 행위를 막기 위해 단속을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가부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저희의 취지는 청소년의 성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다. 고시에서 기준으로 두고 있는 밀폐된 공간 때문에 규제를 하는 것이다”라며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청소년 보호가 위협되는 행위, 예를 들자면 폭력, 술을 마시게 하는 행위 등이 (밀폐된 공간에서) 일어날 우려가 있기에 미연에 방지하고자 규제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역시 청소년의 밀폐된 공간 출입 규제를 성적 자기결정권과 연관 짓는 주장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성윤숙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청소년들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물론 중요하지만, 그 둘은 별개의 문제다”라며 "성적 자기결정권을 무시하는 처사라기보다는 위법한 것을 바로잡은 것"이라고 전했다. 

성 연구위원은 “청소년 관련 법안이 현실을 따라갈 수 없다. 8년 전, 디비디방처럼 영화를 볼 수 있고 밖에서 안이 보이지 않게 하는 멀티방이 유행했는데 (멀티방이) 금지 업소로 지정된 이후 (업자들이) 또다시 변종으로 룸카페를 만든 것”이라며 “계속해서 변종이 생기다 보니 규제를 가하더라도 빠져나가는 것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성 연구위원은 “밀폐된 공간이 학교 폭력, 성매매, 성범죄 등 범죄의 온상으로 쓰일 수 있다. 이 같은 문제의 예방을 위해 유해감시단이 있긴 하지만 민간인이 현장을 단속해도 경찰을 대동하지 않는 이상 업주들은 ‘영업방해’라고 주장한다”라며 “청소년들에게 성관계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밀폐된 공간 규제와는 별개이며 예능 ‘고딩엄빠’ 등 10대 임신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가십거리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은 미디어가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