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옥 더봄] 동네 중딩과 블랙핑크도 즐겨 입는다는 그것은?
[홍미옥의 일상다반사] 편하고 자연스러운 꾸안꾸패션의 대표 아이템이 된 조거 팬츠 또는 추리닝 이야기
작년 3월 2022 FW 서울 패션위크에서 누구보다도 눈길을 끈 의상이 있었다. 『오징어게임』으로 지구인의 사랑을 받는 월드 스타 이정재가 선보인 바지가 그 주인공이다.
얼핏 보기에 영락없는 운동복임이 틀림없는 이 바지는 코로나 시대의 최고 히트 패션이 되었다. 이름도 친근한 추리닝에서 '조거 팬츠'라는 어엿한 패션 용어로 자리 잡은 이것의 매력은 무엇일까?
일반인이 보기엔 아무리 봐도 동네 편의점, 혹은 분리수거할 때 입으면 어울릴 모양이다. 하지만 요새는 흔한 일상 패션이 되어버렸다. 거기에는 세계적 트렌드를 이끄는 블랙핑크 같은 셀럽들의 '추리닝 사랑'도 한몫 거들었음이 분명하다.
현실 패션은 중딩(?)이 이끈다?
우리 동네 스터디카페 앞 편의점, 언제나처럼 주 고객은 학생들이다. 그중에서도 중학생이 주를 이룬다. 스터디카페에서 잠시 쉬러 나온 학생들은 오늘도 군것질 삼매경에 빠져있다.
날아갈 듯한 몸짓과 까르르 웃음소리로 보는 이들을 행복하게 하는 학생들, 그들의 한결같은 패션은 슬리퍼와 추리닝 바지다. 교복 상의 아래에도 바지나 스커트 대신 늘 그것이 대신한다. 길을 건너면 그 위세는 더 커진다. 여자고등학교의 하굣길은 온통 추리닝 부대의 행렬이기 때문이다.
사실 뭘 입어도 뭘 걸쳐도 이쁠 나이인 우리 아이들이니 운동복 같은 패션도 상큼하기 이를 데 없다. 재밌는 건 쏟아지는 운동복 패션 유행에 일반인들도 이미 합류했다는 거다. 물론, 이미 할리우드의 파파라치 사진이나 셀럽들의 공항 패션에 등장한 지는 오래다.
코로나가 유행시킨 추리닝, 아니 조거 팬츠
기나긴 코로나로 바뀐 일상은 한둘이 아니다. 내 경우만 해도 립스틱을 발라 본 지가 언제인지 모를 정도다. 365일 마스크를 하고 있으니 화장하는 일은 손에 꼽게 드문 일이 되어버렸다. 솔직히 말하면 어찌나 편한지 가끔은 마스크가 고마울 정도다. 그러다 보니 코로나는 당연히 패션에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 분명하다.
일명 꾸안꾸스타일(꾸미지 않은 듯 꾸민다는 신조어)이 정착하게 되었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입기 편한 옷차림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통계만 봐도 그렇다. 지하철을 타도 구두를 신은 승객들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자연스레 복장도 편안함이 우선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예전, 추리닝, 트레이닝복으로 불렸던 ‘조거 팬츠’(발목 부분이 밴딩 처리된 바지)가 일상복으로 자리 잡게 된 듯하다. 심지어 의류 쇼핑몰에선 대접받는 효자상품이란다. 일단 편해서 좋기는 하다. 그래선지 어르신들도 애용하는 코로나 시대의 필수 아이템이 되었나 보다. 당연히 나도 거의 교복처럼 즐겨 입곤 한다.
그래도 립스틱과 구두가 그립다
실내 마스크 착용이 부분적으로 해제되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보란 듯이 마스크를 집어 던지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한다. 긴 시간 동안 우릴 압박해 온 바이러스의 악몽에서 탈출(?)하는 일은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얼굴을 가리다 보니 그동안 마스크 덕(?)을 톡톡히 봤던 난 그걸 벗을 준비가 안 되었다며 농담하곤 했다.
곧 봄이 오고 꽃이 피면 우리들의 마음도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세상 편한 조거 팬츠도 좋고 운동화도 좋지만 가끔은 마스크를 벗고 정성스레 립스틱도 바르고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내며 걷고 싶다. 생각만 해도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언감생심 셀럽들과 같은 종류의 추리닝, 아니 조거 팬츠도 입어봤으니 이만하면 코로나 시대의 소소한 추억거리가 된 셈이다. 마스크뿐만 아니라 그동안 닫고 있던 마음의 빗장도 함께 훌훌 벗어던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