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녕 더봄] “퇴사 사유는···” 사소한 순간에 쌓이고 무너지는 리더에 대한 믿음

[최인녕의 사장은 처음이라] 신뢰는 받는 게 아니라 주는 것 일할 때는 크게 멀리, 직원을 대할 땐 세심하게 깊게 보는 리더십 필요

2023-02-11     최인녕 INC 비즈니스 컨설팅 대표
직원들은 사소한 일, 작은 순간에 무너진 리더에 대한 불신으로 이직을 결심하게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나 팀장은 신 대리의 사직서를 받고 당황스러웠다. 평소 일 잘하고 싹싹했던 팀원이라, 그의 퇴사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사팀장과 면담 결과, 사실 신 대리는 오랫동안 직속 상사인 나 팀장과 일하는 게 힘들었으며, 퇴사를 결심한 결정적 계기는 지속적으로 자신을 무시하는 팀장의 말과 태도 때문이라고 했다.

직원들 사이에서 나 팀장은 ‘일은 잘하지만 까칠한 리더’로 통했다. 나 팀장과 한 팀으로 일할 때 그의 성격을 견딘다면, 업무적으로는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는 팀원들도 있었다. 그러나 신 대리는 매일 인사도 제대로 받아주지 않고, 회의 때마다 무시하는 듯한 말투로 피드백을 주는 리더가 과연 일만 잘한다고 해서 좋은 리더라 할 수 있는지 반문했다.

나 팀장과 신 대리의 갈등은 사소한 일로 시작됐다. 매일 아침 신 대리가 건네는 인사에 나 팀장은 항상 시큰둥했고, 업무 보고를 받을 때마다 “확실해요?”, “책임질 수 있어요?”라며 재차 물었다. 물론 처음에는 신 대리도 나 팀장과 잘 지내보려는 노력을 했다. 쪽지와 함께 간식을 선물하기도 하고, 나 팀장이 까칠하게 굴수록 더 살갑게 대하려 했다. 그러나 직속 상사의 기분 나쁜 말투와 태도에 지친 신 대리는 점점 나 팀장과 말을 하지 않게 됐고, 퇴사까지 결심하게 된 것이다.

나 팀장은 신 대리가 본인 때문에 힘들어했다는 점을 뒤늦게 들었으나, ‘모든 팀원을 똑같이 대했는데 왜 신 대리만 불만을 가진 거야?’라는 생각을 했다. 게다가 신 대리의 업무 능력을 높이 평가해 특별히 신경 써서 그를 승진하게 하려던 참이었는데, 업무적인 이유가 아닌 본인의 말투, 태도처럼 사소한 것 때문에 퇴사를 하다니,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사소한 것에서 쌓이고 무너지는 믿음

조직에서 리더와 팀원 사이의 믿음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 쌓이고 무너진다. 예를 들어 리더가 인사를 제대로 받아주지 않거나 매번 팀원을 배려하지 않는 톤 앤 매너로 말할 때, 팀원은 리더에게 감정이 상하기 시작해, 리더가 하는 말과 행동에 매번 부정적인 의견을 갖게 될 수도 있다. 작은 불신과 오해가 거듭될수록 팀원은 리더에게 신뢰를 잃어버리며, 리더를 믿고 따르지 않는 직원과 리더는 업무적으로도 계속 마찰과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리더와 팀원이 일을 하기 위해 만난 특수한 관계라는 점을 고려하면, 회사에서 작은 불편함이나 감정적인 갈등에 대해 서로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 팀원이 리더의 말투, 톤 앤 매너, 행동을 지적하며 개선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어렵다.

팀원 입장에서는 업무 외적인 요소들로 리더와 충돌할 때, 본인이 프로페셔널해 보이지 않거나 상사에 의해 부정적인 인사평가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할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 갈등은 시간이 지날수록 리더와 팀원의 관계를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함께 일하는 사이에 필요한 신뢰와 결속력을 깨뜨리며, 장기적으로는 업무에도 지장을 준다.

작은 것도 챙길 줄 아는 리더십

리더는 업무적으로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다. 그러나 팀원과의 관계에서는 사소한 것도 챙길 줄 아는 역량이 필요한 자리이다. 팀원이 리더에게 갖는 믿음과 신뢰는 인사 주고받기, 대화할 때 눈 마주치기, 경청하고 있다는 신호 보내기, 열심히 준비한 결과물에 대해 칭찬과 격려하기 등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사소한 것을 신경쓰면서 리더로서 일을 한다는 것이 어려운 과제일 수 있지만, 나의 리더십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작은 것을 챙길 줄 알아야 한다.

특히 갈등 상황에서 팀원을 대할 때, 리더의 말과 행동은 더욱더 조심스러워야 한다. 팀원을 무시하는 말투나 혼잣말, 상대방의 감정을 배려하지 않는 행동, 혹은 리더로서 팀원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조직 내 다른 직원에게 말하는 것은 갈등을 악화시킬 뿐이다. 리더 본인이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사소한 말과 행동이 때로는 팀원과의 관계를 무너뜨리는 불씨였을 수도 있다. 결국 회사 업무는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신뢰가 없는 리더와 팀원이 일할 경우 일이 원활하게 진행될 가능성도, 좋은 성과가 나올 가능성도 매우 낮다.

리더는 업무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팀원 앞에서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리더는 팀원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팀이 최고의 역량과 성과를 내도록 이끌어주는 사람이므로, ‘일 잘하는 리더’라는 의미에는 팀원을 관리하고 케어하는 일도 포함된다. 즉, 팀원에게 신뢰를 주고 팀원이 리더를 믿고 따라올 수 있도록 하는 정성적 역량도 필요하다. 리더의 안 좋은 기분이 팀원을 향한 사소한 말과 행동으로 표출되는 것을 항상 경계하고, 필요할 때엔 팀원의 동기부여와 업무 의욕을 향상시킬 수 있는 페르소나를 활용하는 일도 중요하다.

존경받는 리더십은 뛰어난 업무능력, 훌륭한 퍼포먼스, 그리고 사소한 것들로부터 축적된 팀원들의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 일할 때엔 크게 멀리 보고, 팀원을 대할 때엔 세심하게 깊게 보며, ‘신뢰는 받는 게 아니라 주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리더십을 실천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