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카카오에 쉽게 못 넘겨"···불명예 퇴진 위기 이수만의 반란

이사회, 카카오에 전환사채 발행 주주 권리 앞세워 민·형사 대응 김민종도 "李 쫓아내기 안돼" 내분

2023-02-07     이상헌 기자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위치한 SM타운 전경. /SM타운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둘러싼 내분이 격화하고 있다. 불명예 퇴진 위기에 직면한 창업자 이수만 씨가 최대주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면서 경영진과의 전쟁에 나섰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수만 씨는 법무법인 화우를 통해 "SM의 이사회가 제3자에게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명백히 상법과 정관에 위반되는 위법한 행위"라면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날 SM은 공시를 통해 카카오에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보통주 신주 123만주를 1주당 9만1000원에 발행해 1119억원을 조달하고, 전환사채 152억원어치를 발행하기로 했다. 에스엠 보통주 114만주에 상당하는 규모다. 

이씨는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지배관계에 영향을 줄 목적으로 제3자에게 신주를 발행하는 것은 주주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 등 민∙형사상 모든 법적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전했다.

지난해 말 기준 이씨는 SM의 18.45%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그는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제3자에게 신주 또는 전환사채를 발행할 수 있다"는 정관 규정을 들면서 불법성을 지적했다.

이씨는 SM으로부터 자신의 프로듀싱 인세를 지급받아온 라이크기획이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면서 라이선스 계약을 종료한 바 있다. 당시 라이크기획 공동대표는 이씨의 처조카가 맡고 있으며, 창업시부터의 회사 직원인 이사 2명, 경복고 동문인 사외이사 1명, 대학교 동기인 감사 1명으로 구성돼 있었다.

이러한 개인 회사가 2021년 한해만 SM 총수익의 3.42%인 240억686만원을 벌어들였다고 지적한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 자산운용의 타깃이 되면서 계약을 종료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실무 참여 기회를 잃게 된 이씨가 자신의 지분을 인수해 SM 흡수합병을 구상 중인 카카오의 시도에 반기를 든 것이다.

이수만씨와 프로듀싱 계약을 종료한 이성수·탁영준 SM엔터테인먼트 공동대표이사는 'SM 3.0 프로듀싱 전략'을 발표하며, 올해부터 멀티 프로듀싱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수만 창업자의 뜻을 계승, 발전시키고 실현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도 사실상의 결별을 선언한 것이다.

불명예 퇴진 위기에 직면한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프로듀서가 이사회 경영진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연합뉴스

SM이사회 결정에 반기 든 김민종 
프로듀싱과 급여 비교는 마녀사냥
하이브 피독 상반기만 400억 넘어

이런 이유로 SM 안팎에선 이수만 씨 퇴진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소속 가수이자 배우인 김민종 씨는 지난 6일 직원들을 상대로 이메일을 보내 이사회 측의 일방적 의사 결정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무엇이 그렇게 급하고 두려워서 얼라인과 합의사항에 대한 이사회를 설 명절 당일 오전, 모두가 차례를 지내고 세배할 시간에 야반도주하듯 처리한 것이냐"고 비판했다.

또한 "배우이자 가수로서 저를 비롯한 SM 아티스트의 활동에는 (이수만) 선생님의 프로듀싱과 감각적 역량이 꼭 필요하다"라며 "'나이가 많다' 'K팝 트렌드가 변했다' 등등의 다양한 의견이 있음을 알고 있다. 부족한 부분은 함께 채워 나가면 된다"고 목소리를 냈다.

SM 사내 내분이 깊어지면서 이수만 씨 퇴진 운동을 촉발한 행동주의 펀드와의 공방도 이어질 전망이다. 2021년 이수만 씨의 개인회사에 인세 명목으로 SM이 지급한 250억원이 박진영 JYP 대표(7억6000만원)와 방시혁 하이브 대표(5억원)에 비해 과하다는 이유로 용역 계약이 종료됐으나 "인세와 대표이사의 봉급의 차이를 간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같은 해 하이브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방탄소년단 수석프로듀서인 피독은 상반기에만 보수로 400억7700만원을 받았다. 급여 3800만원에 상여가 1억1100만원이다. 스톡옵션 행사로 399억2800만원을 받은 것이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가수 출신 다른 기획사 대표도 이수만 씨 못지 않은 프로듀싱(producing) 작업을 할 것인데 그들이 얼마 더 벌어들이는지에 대한 고려도 없이 무작정 마녀사냥을 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