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여인] "편견 깨는데 10년···겁내지 말라"
[신년기획] 세상을 바꿀 여성 정치인 與 전당대회 허은아 최고위원 후보 승무원·기업인 지낸 국민의힘 '소신파' "메타버스 규제 개혁해 산업 키울 것"
"모든 역경엔 내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살면서 깨달았습니다. 또 내가 가고자 하는 목표와 길에 대해 내 확신이 있으면 끝까지 가면 되는구나라는 걸 느꼈습니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경선 열기가 뜨거워지는 가운데, 여성 최고위원 후보 중 눈에 띄는 의원이 있다. 스스로를 한 번도 비윤(非尹)이라고 칭한 적이 없지만, 대다수 정치권과 언론의 프레임에 의해 비윤계로 불리는 허은아 의원이다.
여성 승무원, 교수, 기업 대표, 국회의원까지 겉으로 빛나는 그의 삶 이면은 편견의 연속이었다. 그것을 감내하고 극복한 과정에서 얻은 믿음은 현재도 당내에서 유일하게 소신 발언을 하는 원동력이 됐다.
최고위원 출마 여부를 두고 고심하던 지난달 26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허 의원과 만났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정치 입문 전 역경이 있었는지
"가장 힘든 점은 가족·성별·비대칭의 첫 글자를 딴 '가성비'로 요약할 수 있겠다. 우선 저희 집은 자랑할 건 아니지만 흙수저 출신이다. 성별로서도 여성이 사실은 단칸방에 살았던 집안에서 태어나 사업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그리고 특히 비대칭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이 '어느 학교 출신이냐', '어느 직업을 가졌느냐'인데, 모든 직업은 평등하다라고 얘기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그걸로 인해 차별이 상당히 심했다는 걸 온몸으로 느꼈다.
그래서 그런 '가성비' 때문에 사실은 사업하는 데 많이 힘들었지만, 그 모든 것들의 시작과 끝은 다 편견이었다. 성균관대에서 박사까지 했는데 여전히 제 꼬리표에는 전문대 출신, 승무원도 아닌 스튜어디스 출신 이렇게 남게 되더라.
승무원 하다가 허리가 아파서 직업을 바꾸게 될 때는 승무원 할 때 제일 좋았던 학벌이 또 해가 되더라. 창업했을 때도 300만원, 500만원으로 시작했다. 사실 다 경험해보지 않고 그냥 얘기하면 뭐하겠나."
—그런 편견을 극복한 계기는
"얼마나 꾸준하게 그 일에 도전하고 포기하지 않느냐 그게 정말 상당히 중요했었던 것 같다. 편견을 깨기까지 10년 걸렸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아 저 사람 꿈도 있고 박사도 했다더라', '사업을 20년을 했다더라' 이렇게 들으니까 좀 인정을 받게 되는 게 있었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 청년 정책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게 흙수저로 태어났든, 금수저로 태어났든 기회는 동등해야 된다고 생각을 한다."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는 어땠나
"사실은 좀 비슷한 걸 느낀다. 출신과 학벌에 대한 것, 또 소수에 대한 힘듦 그런 부분이 좀 있었는데 한 30년 사회생활을 하니까 인정을 받았던 것처럼 정치도 똑같지 않을까 한다. 내가 생각하는 소신, 그게 옳다고 생각한다면 끝까지 꺾이지 않고 도전한다면 내가 생각하는 꿈을 믿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지금 당내에서 겪는 역경 이런 건 다 아실 테고.
우리 당이 인지해야 하는 건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거다. 이제는 정치도 바뀔 때가 됐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바뀌어야 함을 느꼈고, 그렇게 진짜 이기기 위해 선거를 치렀기 때문에 그렇다. 변화하지 않는 그런 어떤 세력들의 전쟁 같은 폭력들 그런 것 때문에 조금 힘든 상황이기는 하지만 이 또한 정치인으로서는 당연히 겪어야 될 일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
—여성 할당제에 동의하나
"20대에 사업을 할 때 저한테 필요하다고 물었다면 여성을 보호해야 되는 부분이 있어서 필요하다고 얘기했었을 것 같은데, 지금은 아니다. 다만 아직도 부족한 점들은 있을 거다. 제 세대가 딱 그 가운데 껴 있는 것 같다."
—요즘 바라보는 세상은 바뀌었다는 말인가
"그렇다. 20대 때 사업을 하거나 사회생활을 할 때와 지금 이제 딱 50이 된 것 같은데 참 많이 바뀌었다. 여성의 힘이 그때보다 정말 많이 좋아졌고 강해졌다. 딸이 지금 이제 스무살인데 딸이 잘하는 걸 보면서 정말 세상이 너무 좋아졌다고 느끼고 있다. 예전엔 승무원을 이상하게 천하게 보는 시각도 있었는데 지금은 승무원이 되게 좋은 직업인 거고."
—소신을 꺾지 않는데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늘 저에게 질문할 때 '내가 틀릴 수도 있다'라는 생각을 한다. 나의 생각이 늘 100% 옳지는 않을 수 있지 않겠나. 그래서 저는 듣는 것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아는 척하기 전에 우선 듣고 배우려고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을 한다.
그래서 제가 소신 있게 용기를 내서 지금 이렇게 큰 발언들, 남들이 봤을 때 저는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발언하는 거지만, 그렇게 느껴지는 발언을 자신감 있게 할 수 있는 것은 '민심'을 들었고, 그리고 지금의 이 목소리를 국민도 원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허 의원은 인터뷰에서 언급한 바대로 '간 보지 않는 소신 정치'를 기치로 국민의힘 최고위원에 출마해 대변인단 공개선발, 정치발언 자유 보장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미스터트롯이 트롯계의 변화를 이뤄낸 것처럼 국민의힘도 대변인단을 선출해서 흥행을 이뤄내겠다는 목표다.)
—정치권에서 현재 갈등이 많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안은
"지금의 시대 정신은 '세대교체'라고 생각을 한다. 정치가 세대교체돼야 하고, 그게 구태 개혁의 첫 번째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정치인들의 나이대가 연령대가 내려가고 있고.
그렇다면 '당신이 젊으냐' 하실 수도 있겠지만 제가 젊어서 제가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30대 40대 그리고 지금 20대도 우리 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훌륭한 정치인들이 많다.
그 정치인들이 기죽지 않고 겁내지 않고 자기가 소신 있게 이 생활 정치를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데 역할을 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그들을 위한 '겁내지 말라'는 목소리 내는 거, 그리고 구태 정치 개혁을 위해서 나도 하고 있다는 그런 교량 역할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허 의원과 인터뷰한 이날은 그가 미국에서 열린 가전 전시회 CES에 다녀온 지 얼마 안 된 때였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허 의원은 한국 IT 발전에 남다른 열정이 있다. 데이터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한 데이터 산업 진흥법이 그의 입법 성과다.)
—최근 의정 활동의 주요 방향은?
"21대 국회가 다음 선거까지 약 1년 정도 남았는데 의미 있는 법안을 꼭 통과시키는 게 목표 중에 하나다. 메타버스 산업진흥법을 작년에 발의했고 올해 계속적으로 지금 신경을 쓰고 있다.
CES에 다녀왔을 때도 느껴지는 점은 무엇보다도 AI와 함께 가장 중요한 또 다른 이슈 중 하나의 키워드가 메타버스이기 때문이다. 우리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메타버스에 대한 법을 통과시키는 게 우리 상임위에서는 가장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그래서 토론회도 하고 간담회도 했다.
특히 이제 메타버스 같은 경우는 게임하고 다르다. 근데 게임 법안과 메타버스를 함께 생각을 하면서 자꾸 규제를 하게 되니까 메타버스 산업 자체가 크지 못해서 시급하게 통과해야 되는 법안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민심과 국민이 직접 느낄 수 있는 부분을 좀 찾아서 5월 안에 한번 '짜잔'하고 또 다른 법안을 발의해보고자 생각하고 있다."
—기업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도 사업을 해봤지만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기업을 지속적으로 살려놓는 거죠. 온 고잉(On-going)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마 동의하실 거다. 올해는 어떻게 살아남을까 그 고민하실 텐데 여러분의 사업 아이템 공부 많이 하셨을 테고, 매출을 어떻게 하면 더 높일 수 있을까, 지출은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하셨을 거다. 그 고민들의 결과가 분명 좋을 거라고 믿는다.
왜냐하면 여러분이 포기하지 않으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국회에 들어와서도 느끼는 점, 그리고 중소기업이 기업하기 힘든 이 나라에서도 살아남는 많은 선배님들 보면서 느끼는 점은 고집 있게 여러분이 옳다는 거 믿으면서 여러분의 소신을 믿고 끝까지 도전할 때 성공하더라는 거다. 10년 넘기면 '그래도 잘하신 거다'라고 생각하고, 20년 넘기면 아마도 여러분들이 '내가 이거 하려고 여기 왔구나'라고 생각하실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