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과의 전쟁 시대‧‧‧오픈마켓 면세품 판매의 득과 실

온라인 플랫폼, 면세품 판매 가능해져 네이버·쿠팡, 짝퉁 유통 적발 74% 차지

2023-02-04     김혜선 기자
서울 강남구 논현동 관세청 서울본부세관 직원들이 압수한 100억원대(정품시가 기준) 짝퉁 명품가방을 살펴보고 있다. 기사 내용과 무관한 자료사진임 /연합뉴스

이달부터 면세점의 자사 인터넷몰이 아닌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면세품을 구매할 수 있다. 이에 소비자 피해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피해 구제를 위한 법안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3일 여성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관세청은 오픈마켓이나 확장가상세계(메타버스)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면세품 판매를 허용하겠다고 1일 밝혔다. 중소면세점은 온라인 면세점도 공동 운영이 가능해진다. 이는 지난해 9월 관세청이 발표한 면세산업 활성화 대책의 후속 조치다.

그간 면세점은 자사 인터넷몰을 통해서만 온라인 판매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네이버스토어, 쿠팡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면세품이 판매될 예정이다.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면세품 판매는 이달 중에도 당장 시행할 수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면세 시장이 워낙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판매 채널을 확대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서비스를 도입했다"면서 "고시 개정은 완료했기에 면세사업자와 오픈마켓 간 별도 계약을 진행하면 당장이라도 시행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소비자 피해가 더욱 심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이 소위 '짝퉁'이라 불리는 모조품 판매의 온상이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황운하 의원실의 '국내 주요 온라인몰 위조 상품 유통 적발 품목'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의 모조품 유통 적발 사례는 18만 2580점으로 조사됐다. 이어 쿠팡에서 12만 2512점, 위메프에서 6만 6376점, 인터파크에서 2만 3022점 순으로 모조품 유통이 적발됐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쿠팡 두 곳의 적발 건수를 합치면 같은 기간 특허청이 집계한 전체 사례의 무려 73.6%에 달한다. 

작년 12월 네이버가 스마트스토어 판매자에게 '도착보장'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온라인 플랫폼 내 상품 거래는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위조품 시장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전 세계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모조품 시장은 연평균 20%씩 성장했으며, 그 규모는 2020년 약 1000조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전체 거래액의 10%다.

온라인 플랫폼 면책 조항에도
법적으로 책임 의무 없어 '합법'
소비자 피해 구제 법안 마련 후
면세점 시장 활성화 도모해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이용약관(위)과 쿠팡 마켓플레이스 이용약관(아래) /네이버 및 쿠팡 이용약관 갈무리

문제는 온라인 플랫폼은 모조품 유통에 대해 책임질 의사가 없다는 점이다.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 이용약관을 통해 "게재된 자료의 진실성 등 일체에 대해 보증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저작권 분쟁에 대해서는 네이버는 면책 대상이며, 모조품 판매업자가 발생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쿠팡 역시 "사이트에 게시한 게시물에 대한 모든 책임은 회원(판매업자)에게 있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물론 쿠팡은 월 4990원의 서비스인 '와우회원' 이용자의 경우 사용 흔적이 없는 제품만 환불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와우회원'에 한하여 무조건 환불해주던 쿠팡 정책이 지난해 3월 바뀌었다.

네이버나 쿠팡의 이런 횡보는 '합법'이라 온라인 플랫폼사들의 면책조항에 제재를 가할 수도 없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을 살펴보면 네이버나 쿠팡 등 통신판매중개업자에 대해 법적 책임 의무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이에 이수진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단기적인 관점에서 소비자 피해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며 "특정 면세품에는 여권 확인 등 소비자의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법안이 들어가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으로는 "새로운 제품이 계속 소비자들에게 유입된다는 건 면세점 입장과 소비자 입장에서 선택권을 확대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소비자 복지가 증진되는 면이 있다"고 전했다.

오픈마켓 플랫폼 종사자도 "오픈마켓에 다양한 상품군이 들어오고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가격에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며 "오프라인 시장 자체도 활성화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네이버와 쿠팡 등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관세청의 면세품 판매 허용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한편 지난해 말 유럽사법재판소는 아마존 사이트 내 개별 판매자의 가짜 명품 판매에 대해 아마존도 지식재산권 침해의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