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법인차 없잖아?"···연두색 번호판 도입 역차별 우려

1억 이상 4억 이하 차량 71% 법인차량 법인차 구별 위해 '연두색 번호판' 도입 다만 이마저도 신종 '자랑거리' 될 수도

2023-02-01     김현우 기자
제네시스 G70. 기사 내용과 무관함 /여성경제신문

"봐! 내 차는 연두색 번호판이야. 우리 아빠 회사 차인데, 너희는 일반 번호판 달고 다니네?"

1억원을 호가하는 고급 외제차를 타면서 번호판까지 일반 차와 다르다면 이 또한 일명 '허세'를 부릴 수 있는 기회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한 '법인차 전용 번호판' 도입 이야기다. 

1일 국토부에 따르면 이르면 올 하반기 중 각종 세제 혜택을 누리는 법인차 악용을 막기 위해 법인차를 대상으로 연두색 번호판이 도입된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전날 서초구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서 공청회를 열고 '법인 승용차 전용 번호판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법인차 전용 번호판이 도입되면 누구나 쉽게 식별이 가능한 일종의 '명찰 효과'가 생겨 사적 사용이 어려워질 것으로 국토부는 기대하고 있다.

국토부가 조사한 자료를 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신규등록 취득 금액 4억원 초과 차량 중 88.4%는 법인 소유 승용차로 나타났다. 1억원 초과~4억원 이하 차량 중에선 71.3%다. 

이를 두고 수억원을 호가하는 고급 외제차를 법인 명의로 구입해 오너 일가가 사실상 개인 자가용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탈세의 온상'이라는 비판이 사회적으로 제기된 바 있다. 법인차는 구입비와 유류비 등 유지비 대부분을 법인이 부담한다. 또한 법인차 경비는 연간 최대 800만원까지 인정받을 수 있다. 운행기록부까지 작성하면 최대 1500만원까지 경비 처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법인차를 사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당연히 횡령·배임죄가 될 수 있다. 다만 적발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데다 이를 막을 규제가 허술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기도 했다. 예를 들어 지방을 가거나 휴게소에서 고급 슈퍼카를 발견했고, 이 차가 법인차인 것을 확신해도 개인적인 용도로 현재 사용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법인의 업무 때문에 사용하는지 명확히 자료 제출을 받거나 증거를 수집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윤 정부는 '법인차 전용번호판' 도입을 이 같은 문제를 막을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역차별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두색 번호판을 달았다고 해서 이를 악용하려는 법인 차주가 외출을 꺼리지는 않을 것이란 해석이다. 오히려 연두색 번호판은 좋은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는 봤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연두색 번호판 도입은) 역차별의 좋은 포인트가 될 수 있다"며 "돈이 있는 사람만 달 수 있는 번호판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연두색 번호판을 자랑하고 싶어서 더 끌고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비용은 비용대로 쓰면서 효과는 오히려 반감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주마다 다르지만 법인차량 종류와 가격 제한, 종합보험 필수 가입 등 행정적인 방법을 통한 제재를 실시하고 있다. 우리도 이런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