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부터 '노인' 누가 정했길래···기준 연령 "상향해야"

한국 성장주도 평가받는 '58 개띠' 2023년, '노인' 연령인 65세 진입 '연금고갈' 대비 기준 연령 높여야

2023-01-30     김현우 기자
한 어르신이 서울 시내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식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시대를 풍미했던 '58년 개띠' 베이비부머 세대가 올해 공식 '노인'이 됐다. 국내 노인복지법상 노인연령 기준이 65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노인' 연령 기준이 논란이다. 노인을 정의하기 위한 연령대를 더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기대수명 증가 속도는 빠르게 늘고 있는데 그만큼 노인복지 수급 기간도 길어져 국가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30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전쟁 직후 태어난 58년 개띠 세대가 2023년 공식 노인이 되면서 국내 노인 인구는 1000만명을 돌파하게 됐다. 2025년이면 국내 전체 인구 중 노인 인구가 20%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이때부터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이는 국가의 인구 부양 부담도 본격적으로 증가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국제연합(UN)이 조사한 한국·중국·일본 국민의 평균 수명은 각각 82세, 77세, 88세다. 일본은 이미 1970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7%를 넘는 고령화사회에 들어섰다. 이후 24년 만인 1994년에는 고령화율이 14%가 넘는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고, 12년 뒤인 2006년에는 20%를 넘겨 세계 최초의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동아시아 세 국가 중 가장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경기 침체 여파로 최근 각종 노인 복지 혜택을 줄여나가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17년만 해도 한화 약 320조원에 달하는 복지예산을 편성했지만 2018년 이후 예산 배정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수는 국력의 상징"이라며 100세 된 노인에게 고코부키(壽)가 새겨진 은잔을 총리 이름으로 선물했던 것부터 없앴다. 사회보장비에 대한 대수술도 진행 중이다. 우선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사회보장비 증가액을 1조 5000억엔 이내로 억제키로 했다. 고령자의 의료비 부담을 늘리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특히 고소득자의 의료보험료와 본인 부담액을 대폭 늘리는 방향으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31개 성 가운데 헤이룽장성, 하이난성, 허베이성 등 9개 성과 신장 등 3개 자치구 등 40%가량이 연금 재정 파탄 상태에 직면해 있어 중앙정부의 부담이 날로 커지고 있다. 연금 수급 연령이 남성이 만 60세, 여성이 만 50세인데, 급속한 고령화로 연금 재정이 바닥나 버렸다. 결국 중국 정부는 알리바바 같은 대기업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노인복지 재정 고갈 우려에 일본은 노인 기준 연령대를 높이는 방법을 시도했다. 일본은 2008년 노인보건법 폐지와 함께 ‘고령자의 의료의 확보에 관한 법률’(고령자의료확보법) 신설로 장수의료제도(후기고령자 의료제도)를 실시하면서 적용 대상을 75세 이상을 기준으로 정했다. 또 65~74세 이하는 일정한 장애가 있고 지자체가 인정하는 국민으로 변경하는 등 연령 기준을 유연하게 설정해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국민연금 가입자 및 수급자 전망 /국민연금 재정추전문위원

한국에선 1956년 당시 UN이 65세부터 노인이라고 지칭한 이래 지금까지 고령화를 가늠하는 척도가 됐다. 이때부터 기초연금, 장기요양보험, 지하철 경로우대 등 주요 복지 제도가 65세를 기준으로 운용됐다. 문제는 연금 고갈이다. 현재 약 915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 기금이 오는 2040년 1755조원으로 늘어나고 이듬해부턴 매년 수지 적자를 기록하다 2055년 고갈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노인 연령 기준을 점진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태석 연구위원이 최근 발간한 KDI 보고서를 통해서다. 현행 65세에서 10년마다 1세씩 늘려 국민연금·기초연금 지출과 각종 복지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다. "노인 연령을 현재와 같이 유지하면 2054년 이후 한국의 노인 부양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아진다"고 KDI는 내다봤다. 

아직 한국은 노인의 기준이 65세일 뿐 법률로 노인 연령기준을 '확정'하지는 않고 있다. 국민연금은 현재 62세 때부터 지급한다. 노인복지법은 65세 이상에게 교통수단 이용 시 무료·할인 혜택을 준다. 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지공거사'란 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이로 인한 적자는 정부와 지자체, 지하철공사가 떠안는 모양새다. 현재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빠른 저출산·고령화 추세로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줄어드는 마당에 갈수록 재정부담은 커지게 된다.

KDI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한국도 복지재정 고갈을 막고 저출산발 생산 공백을 메우려면 노인 연령기준 상향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다만 노인 빈곤율이 OECD 중 1위라는 것이 문제다. 연금 수급 연령을 65세보다 높이려면 일본처럼 정년도 연장하는 보완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