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층 난방비 대폭 감면한다는데···10가구 중 4가구 혜택 놓쳐
취약계층 고령층·장애인·아동 대다수 신청 절차 까다로워 혜택받기 어려워 법 개정안 발의됐지만 상임위서 좌초
난방비 감면 혜택이 있음에도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취약계층이 늘고 있다. 국회에선 이들을 위해 정부가 직권으로 난방비 감면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안도 발의됐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26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난방비 급등 문제와 관련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올겨울 한시적으로 에너지 바우처 지원과 가스요금 할인 폭을 각각 2배씩 확대하기로 했다. 한국가스공사도 올겨울에만 사회적 배려 대상자 등 총 160만 가구를 대상으로 요금 할인 폭을 기존 9000~3만6000원에서 1만8000~7만2000원으로 2배 확대한다.
다만 취약계층 입장에서 감면 혜택 신청 절차가 까다롭다 보니 쉽게 요금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약 40만 가구가 가스와 전기요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음에도 받지 못했다. 정부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난방비를 직접 지원하는 에너지 바우처도 지난 3년간 23만여 가구가 지급받지 못했다.
난방비 지원을 받는 방법은 지원 대상 본인이 직접 지자체별 담당 기관을 찾아 방문 신청하거나 인터넷으로 접수해야 한다. 하지만 지자체별로 담당 부서가 다르고, 취약계층의 경우 고령층·장애인·아동이 대다수여서 지원 첫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지자체에서도 신청자만 지원이 이뤄지기 때문에 제도를 알고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경기도 의정부시에 거주하는 독거노인 A 씨(78)는 최근 여성경제신문을 만나 "지원 절차가 까다로워 신청조차 못 했다"고 했다. 또 다른 시민 B 씨(66)는 "당초 제도가 있는지조차 몰랐다. 내가 지원 대상이면, 지자체에서 따로 연락해주는 등 시스템 보완이 필요하다"라고 호소했다.
국회에선 이 같은 상황을 보완하기 위해 정부가 직권으로 요금 감면 혜택을 적용하도록 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가스·전기·난방 요금 지원 대상에 별도의 통지 없이 관할 지자체가 직접 요금 감면을 적용하자는 것이 법안 취지다.
본지가 2021년 9월 27일 보도한 '[단독] 취약계층 40% 도시가스 요금 감면 몰라서 못 받아'를 보면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도시가스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국가기관이나 도시가스 기업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요금감면 서비스를 직권으로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지금까지 해당 법안은 '개인정보보호' 규제에 막혀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국회 산자위 관계자는 본지에 "전산상으로 취약계층 명단을 확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면서도 "다만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인해 본인 동의 없이 지자체가 직권으로 요금 감면 혜택을 적용하고 일방적으로 통보할 경우, 사실상 취약계층이 누구인지 공개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꺼리는 인원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개인정보 수집 사전 동의서를 먼저 확보 후, 요금 감면을 직권으로 적용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이는 복지 사각지대다. 고령자와 장애인이 대부분인 취약계층은 정보 습득 능력이 일반인보다 상대적으로 어렵다"며 "이들이 직접 요금 감면 혜택을 상세히 인지하고 신청하는 일 자체가 이들을 복지 사각지대로 더 깊이 밀어 넣는 셈이다. 따라서 사전에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감면 혜택과 관련한 개인정보를 미리 수집하게 한 후 직권으로 혜택을 적용하도록 하는 방법을 시급히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