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재 칼럼] 테슬라 주가 급락···‘머스크 리스크’ 현실화

[김성재의 국제금융 인사이트] 약속 어긴 CEO 주식 매도 예측 불가한 돌출성 언행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

2023-01-16     김성재 가드너웹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2020년 3월 9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위성 회의 및 전시회에서 테슬라 및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DC AP=연합뉴스

최인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2001년 TV 드라마 ‘상도’에는 흥미로운 장면이 등장한다. 당시 최고의 가치를 지니는 명품으로 통하던 고려 인삼을 청나라 상인들이 담합하여 가격을 떨어뜨리려는 음모를 꾸몄다. 일종의 수요독점을 이용한 횡포였다.

그러자 인삼의 교역을 독점했던 조선의 거상 임상옥은 인삼을 태워버리는 방법으로 맞섰다. 수요독점에 대해 공급독점으로 응수했다. 이렇게 강 대 강이 맞부딪치는 전쟁 상황에는 더 아쉬운 쪽이 진다. 고관대작에게 상납해야 할 인삼이 꼭 필요했던 청나라 상인들이 불리한 게임이었다.

결국 공급 부족으로 인삼 가격이 폭등했고 싼값에 인삼을 거둬들여서 비싼 값에 되판 임상옥은 큰 이익을 남길 수 있었다. 그런데 만약 인삼 가격이 생각대로 오르지 않았다면 임상옥은 이익을 보기는커녕 유동성 위기에 시달렸을 것이다.

그렇다면 임상옥이 파산 위기를 무릅쓰고 배짱을 부릴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그것은 그의 정확한 가격 예측력이었다. 인삼의 공급을 독점하고 있었기 때문에 공급 물량을 줄이면 가격이 폭등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상권을 장악한 의주 ‘만상’의 정보력이 그의 예측을 뒷받침했다.

정보의 우위를 바탕으로 거래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고자 하는 것은 현대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기업은 자신들이 생산하는 상품에 대한 주문량 변동의 추이나 신상품 및 기술 개발의 진척 등을 통해 미래 매출을 시장보다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예상 순익에 대한 추정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미래 매출과 순익에 영향을 받는 주가도 기업의 내부자들이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다. 모든 재무적 정보가 집결되는 위치에 있는 재무담당임원(CFO)이나 기업 대표이사(CEO)는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많은 기업이 마켓 타이밍(market timing)을 통해 주가가 고평가되었을 때 자사주를 팔고 저평가되었을 때 주식을 되사는 방법으로 재무구조를 효율화하고자 한다.

그것은 물론 채권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금리가 낮고 유동성이 좋을 때 기업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채권을 발행해 현금 유동성을 확충한다. 반면 금리가 올라 유동성이 악화하면 그간 확보된 현금 실탄을 바탕으로 버티기에 나서면서 채권 발행 계획을 연기한다.

그런데 만약 지분을 다량으로 보유한 CEO가 주식을 매각한다면 어떨까? 회사에 충성을 다해야 할 그들도 시세에 따라 마켓 타이밍에 나설까? 실제 미국을 대표하는 거대 테크기업의 CEO들은 주식시장이 한창 고점을 향해 내달리던 2021년에 대거 보유 주식을 매도했다.

부자 순위에서 1, 2위를 다투는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와 온라인 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의 CEO인 제프 베조스는 말할 것도 없고 애플 CEO인 팀 쿡과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의 CEO 마크 저커버그도 비슷한 행태를 보였다.

예를 들어, 2021년 베조스는 아마존 주식 100만 주를 33억 달러(41조원)에 매도했다. 주당 매도 가격은 현재 시세보다 75%가 높은 167달러였다. 주가가 하락세를 지속한 2022년에는 주식을 기부 형식으로 증여하긴 했지만, 시장에서는 거의 매도하지 않았다. 

지난 2019년 2월 9일 미국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의 로고가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시 체리 크리크 쇼핑센터의 테슬라 매장 외부에 밝게 켜져 있는 모습. /덴버 AP=연합뉴스

팀 쿡도 2021년에 애플 주식 239만 주를 주당 149달러 안팎에서 매도해 3억 5500만 달러(4432억원)를 현금화했다. 그도 2022년에는 주식을 거의 팔지 않았다. 현재 애플 주가는 133달러 안팎에서 형성되고 있다. 이렇게 주요 기업 CEO들이 2021년 한 해 동안 팔아 치운 주식이 700억 달러(88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심지어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수소연료시스템 개발업체인 플러그 파워의 CEO는 주가가 고점인 주당 65달러 부근에 있던 2021년 1월에 보유 주식의 40%를 매도했다고 한다. 이 거래로 그는 3600만 달러(450억원)의 이익을 실현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3개월간 이 회사 주가는 60% 급락했고, 현재는 주당 16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처럼 회사 내부 사정을 잘 아는 CEO들이 주식을 매도한 후 주가는 하락세를 타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세계 1위 EV업체 테슬라의 창업자이자 CEO인 일론 머스크의 주식 매도다. 머스크가 최근 테슬라 주식을 매도하기 시작한 것은 2021년 11월 9일이었다. 이날 머스크는 주당 212달러 안팎에 주식을 매도해 160만 달러를 현금화했다.

머스크는 그 후에도 테슬라 주식 매도를 지속했다. 2021년 11월 한 달간 대략 68억 달러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고 12월에도 대략 60억 달러어치의 주식을 현금화했다. 12월에 매도 가격은 주당 200달러 안팎으로 하락했다. 

문제는 주식 매도가 주식시장이 하락기에 접어든 2022년에도 계속됐다는 사실이다. 그는 4월에 대략 85억 달러 상당의 테슬라 주식을 매도했고 8월에는 69억 달러어치의 주식을 팔았으며 11월과 12월에 걸쳐 75억 달러 상당의 주식을 추가로 매도했다.

이렇게 머스크가 2년간 대략 357억 달러의 주식을 매도한 이유는 간단하다. 현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주식매수옵션을 행사해 발생한 이익에 부과되는 세금을 내야 했고 소셜미디어 회사인 트위터 매수에 40조원 안팎의 현금이 소요됐다. 

설상가상으로 2022년 들어 테슬라 주가가 하락하면서 머스크의 평균 매도 가격은 계속 낮아졌다. 그의 테슬라 주식 매도 가격은 4월에 주당 176달러 안팎으로 낮아졌고 12월에는 평균 167달러 선으로 하락했다. 현재 테슬라 주가는 주당 123달러 선에서 형성되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과연 테슬라 주가는 머스크가 팔았기 때문에 하락한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로 테슬라 주식이 하락해서 머스크가 싼값에 팔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최근 테슬라는 2000년 닷컴버블 당시의 인터넷 기업처럼 투자자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글로벌 1위 전기차 회사로서의 성장성에 높은 점수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한때 주당 순이익비율(PER)이 수백 배에 달하기도 했다. 그런데 성장성에 과도한 비중이 주어지는 것은 시중 금리가 낮아 자본비용(cost of capital)이 저렴할 때이다. 미래에 창출할 현금흐름의 할인율이 낮게 책정돼 보다 높은 기업가치가 산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 높은 자본비용으로 인해 성장성 프리미엄이 대폭 깎일 수밖에 없다. 테슬라의 PER도 다른 기업과 같이 냉정하게 평가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머스크는 수차례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공언하고는 이를 뒤집었다. 최고경영자의 신뢰성 없는 행동이 CEO 리스크를 높이면서 테슬라 주가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주가가 급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성장주 투자에 보다 옥석을 가려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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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재 가드너웹대학교 경영학교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종합금융회사에서 외환딜러 국제투자업무를 7년간 담당했고 예금보험공사에서 6년간 근무했다. 미국에서 유학하여 코넬대에서 응용경제학석사, 루이지애나주립대에서 경영학박사 (파이낸스)를 취득했다. 2012년부터 노스캐롤라이나주 가드너웹대학교에서 재무·금융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