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물가안정 vs 침체 방어 줄다리기‧‧‧새해 첫 ‘베이비스텝’

5%대 고물가‧부동산 침체 사이 결정 미국 6.5% 물가 연준 금리정책 변수 올해 성장률 1.7% 하회 물가 3%대

2023-01-13     최주연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현 기준금리(3.25%)에서 0.25%포인트 인상, 기준금리를 3.5%로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의사봉 두드리는 이창용 한은 총재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꺼내 든 새해 첫 카드는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이다. 여전히 높은 물가 상황과 부동산 시장 냉각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 사이 ‘정교한 정책 대응’은 이미 시작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정책 경로 변화도 변수다. 9% 선을 넘나들었던 미국 물가는 13개월 만에 6%대로 내려왔다.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현 기준금리(3.25%)에서 0.25%포인트 인상, 기준금리를 3.5%로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물가안정에 중점을 둔 정책 기조는 지속하되 인상 폭은 낮춤으로써 경기둔화에 대응하겠다는 것.

앞서 1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신년사에서 "국내에서 부동산 경기가 빠르게 위축되면서 관련 금융시장의 불안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며 "금리 인상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물가·경기·금융 안정 간 상충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올해는 어느 해보다 더 ‘정교한 정책 대응’이 필요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베이비스텝으로 한국은행은 지난해 4월, 5월, 7월, 8월, 10월, 11월에 이어 이달까지 사상 첫 7연속 금리를 올리게 됐다. 잡히지 않는 고물가 상황 때문이다.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5.1%를 기록하며 여전히 5%대 물가를 벗어나지 못했다.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년 물가(7.5%)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다. 특히 지난 7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6.3%를 기록하며 23년 8개월 만(1998년 11월)에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5.1%를 기록하며 여전히 5%대 물가를 벗어나지 못했다. /자료=한국은행,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한은은 물가 안정 목표치를 2%로 잡고 있다. 이 총재는 공식 석상에서 물가안정에 중점을 둔 정책을 지속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또한 연준 위원의 매파성 발언도 금통위원에게 금리 인상 압박으로 작용한다. 연준은 올해 기준금리를 5% 이상(현 4.5%)으로 올릴 것이라고 거듭 반복하고 있다.

고물가에 금리 인상 하지만 침체 수면 위
6%대 美 물가에 금통위 인상 압력 완화?

그러나 금리를 무턱대고 높게 올리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부동산 거래 절벽의 심화로 경기침체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금리→거래 위축→거래 절벽→집값 폭락으로 이어지는 침체 프로세스는 1990년대 일본에 닥친 장기침체와 비교되기도 한다. 학계에서는 한국도 장기침체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해 아파트 매매가격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KB부동산이 공개한 월간주택가격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2월까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3.43% 하락했다. 지난 1998년(-13.56%) 이후 가장 많이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12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6.5%를 기록하며 13개월 만에 6%대에 진입했다. 원유가격의 하락이 에너지 가격을 큰 폭으로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 압력이 둔화되고 있는 셈이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최종금리 수준을 5.1%로 상향조정(종전 4.6%)하는 등 고강도 긴축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연준 위원 사이에서도 베이비스텝 혹은 동결 의견까지도 나오고 있다. 이는 금통위가 더 이상 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될 강력한 명분으로 작용한다. 금리 역전 폭이 더 벌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 폭은 1.25%포인트에서 1%포인트로 좁혀졌다. /한국은행

이로써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 폭은 1.25%포인트에서 1%포인트로 좁혀졌다. 그러나 내달 있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금리 격차는 다시 1.25%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질 수 있다. 향후 연준의 금리정책에 따라 한국 금융당국의 금리정책 경로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기존 전망치인 1.7%를 하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금리상승과 글로벌 경기 둔화를 원인으로 지목했고 향후 중국경기의 회복 속도도 영향을 미치는 등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또 소비자물가는 환율과 국제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전기, 가스요금 인상 등 영향으로 2월까지 5% 내외를 나타내다 점차 낮아질 것으로 봤다. 올해 연간 상승률은 지난해 11월 제시한 전망치(3.6%)에 부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통위는 “국내경제의 성장률이 낮아지겠지만 물가가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면서도 “성장의 하방 위험과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그간의 금리 인상 파급효과,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