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옥 더봄] 나도 추억할 그 밤 위에 갈피를 꽂고 싶어
[홍미옥의 일상다반사] 몇십 년 만에 다시 배우는 통기타 매력에 푹 빠져버린 만 50대 중년의 음악 앨범
일요일이면 절로 콧노래가 흥얼거려진다. 최대한 편한 복장으로 나서는 발걸음은 평소와 다르게 한결 가뿐하다. 아주 가끔은 통기타를 어깨에 메고 가기도 하는데 그게 좀 어색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는다. 그래! 인생은 60부터라고 하지 않든가, 아! 따지자면 올해부터 만 나이 적용이니 도로 뒷걸음을 쳐 아직은 50대인가? 후후후···.
어찌 됐든 요즘 나의 달콤한 위로는 스스로 내게 들려주는 통기타 선율이다.
온통 부동산 사무실로 빼곡한 잠실 아파트 상가에서 눈에 띄는 광고문구를 보았다. 어른이(이 말 또한 재밌다)기타 배우기, 대상은 20세 이상 150세 미만이란다.
기타교습소의 재기발랄한 문구에 시선을 빼앗겼다. 심지어 고맙기까지 했다. 150세? 그렇다면 난 청년도 아니고 거의 어린이 수준이네? 아니 이렇게 반가운 말이 있나. 와락 즐거워졌다.
가만 보자, 예전에 잠깐 배운 경험도 있고 하니 기타를 배워 볼까? 잘 할 수 있을까? 물론 이 나이쯤 되고 보면 그런 기대는 꿈에서라도 불가능한 일이 된 지 오래다.
고민할수록 시간은 마구 달려간다는 걸 알기에 곧바로 등록을 해버렸다. 그로부터 몇 달이 흐른 지금 난 우연히 접하게 된 광고 한 줄에 행복해지려고 하는 중이다. 무언가를 배운다는 일이 나를 위로해주는 일등 공신이 될 줄은 몰랐다.
나도 추억할 그 밤 위에 갈피를 꽂고 싶어
언제부턴가 노랫말 대신 리듬이나 선율이 먼저 치고 들어온다. 귀가 어두워졌나 싶게 가사는 들리지도 않고 와 닿지도 않는다. 그러던 중 유튜브 AI가 제멋대로 골라주는 노랫말이 훅 들어왔다. 그룹 잔나비의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의 한 소절이다.
'추억할 그 밤위에 갈피를 꽂고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 제법 살아온 저마다의 인생엔 얼마나 많은 갈피와 틈이 있을 것인가 말이다. 즐거웠던 시간, 오래도록 간직하고픈 꿈이나 이야기에 꽂아 둔 갈피를 발견한다면? 생각만 해도 아련해진다.
뭐 흔하디흔한 말이지만 대중가요의 노랫말이 나랑 들어맞는다고 느낄 땐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라고들 한다. 그거야 두 말이 필요 없는 사실이니 새삼스럽지도 않다.
아름다운 노랫말과 함께하는 통기타라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음악으로 추억의 갈피를 하나씩 들춰 보고도 싶었다. 어릴 적 어깨너머 기타를 배운 오빠에게 나 또한 어깨너머로 배웠던 터라 배움에 난관은 예상되지만···.
하지만 무슨 대수랴? 시험을 치를 것도 아니고 그저 즐기면 되는 거다. 단지 손끝이 아프고 어깨가 뭉근하게 아파지는 것이 문제긴 하다. 손끝에 자극을 주면 치매 예방이 된다던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통기타와 나의 동행은 시작됐다.
'반려'라는 말이 한낱 책 속의 말이 아닌 요즘이다. 보기완 다르게 강아지나 고양이를 조금 무서워하니 반려동물은 언감생심이다. 내가 가꾸는 화분은 꽃을 피우지 않거나 시들시들 신통치 않으니 반려 식물도 안 되겠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기타와 사랑에 빠진다면? 그래! 반려악기와의 동행은 가능할 것도 같다.
기타 교습이 있는 일요일이면 버스를 타면서도 청춘 행 타임머신을 타는 기분이 들곤 한다. 내가 어렸을 때, 혹은 빛나는 청춘이었을 시절에 좋아했던 노래에 맞춰 어설프게 연주하다 보면 영락없는 그때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나이 불문 뭔가를 배운다는 건 참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제법 커다란 기타 때문에 어깨가 아프고 손끝에 굳은살이 생겨나도 개의치 않는다. 그렇게 반려악기와의 만남은 자꾸만 날 너그럽게 만드는 중이다.
그러고 보면 인생이란 알 수 없는 녀석은 아주 소소하고 작은 것에 위로받는 연약한 친구임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