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칼럼] 현대차 장애인 특수차 개발 고민할 때다
[김필수의 Car 톡] 현대차그룹, 장애인차 공급 위해 적극 나서야 개조 비용만 적게는 수백만 많게는 수천만원 정부와 지자체, 관련 기관 모두 제도 개선부터
현대자동차가 최근 리비아 사회복지부 산하기관에 장애인 차 약 3000대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번 수출 차종은 일반 차종이 아니고 리비아 내전으로 인해 장애인이 된 시민을 위한 특수차다. 장애인 특수차는 일반 차종을 장애인이 운전할 수 있게 개조한 차종으로, 발을 대신해 손으로 가속 페달이나 브레이크를 조작하는 핸드컨트롤러 또는 한 손으로 운전대를 조작하는 핸들 선회 장치 등이 추가 장착된 차량이다.
현대차는 2021년에도 리비아에 장애인 차 약 2300대를 수출하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국내다. 장애인 자동차와 관련된 국내 정책과 제도는 아직 후진적이고 낙후되어 있다.
장애인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동권의 자유다. 장애인은 실내에만 있으면 죽은 목숨이라는 말도 나온다. 따라서 장애인은 이동권 확보를 위해 목숨을 건다. 최근 서울 지하철을 담보로 출근 시간에 지하철 역사에서 시위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도 이동권 확보를 위해 목숨을 걸고 있다. 물론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일반인을 볼모로 삼고 있다는 측면에서 전장연은 문제가 많다. 방법이 잘못되어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앞서와 같이 장애인 이동권이 목숨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국내는 대중교통 등 장애인도 이동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있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은 매우 국한적이다. 붐비는 출근 시간대 시내버스에 장애인 리프트를 사용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지하철 등 이용도 쉽지 않은 형국이다.
장애인이 이동할 수 있는 가장 최적의 모델은 장애인 택시와 자가용을 장애인 당사자에게 맞게 구조 변경해 활용하는 방법뿐이다. 이를 위해선 정부가 우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보건복지부, 국립재활원 등 관련 기관만이 아닌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는 물론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국회 등도 함께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관련되지 않는 기관이 없다. 일반 차를 구조 변경하는 역할, 연구개발 지원, 환경적인 영향, 예산 확보, 도로상에서의 인센티브와 제도적 보완 등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영역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에 대해 거의 도외시하고 외면하고 있는 형국이다. 장애인 택시는 한정적이어서 대기 시간만 1시간 이상은 기본이다. 그래서 일반 자동차를 장애인용 차로 구조 변경해 공급해야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차량 가격보다 수배 이상 소요되는 것은 기본이고 국내 개발이 되어 있지 않아서 고가의 수입품을 활용하는 방법뿐이다.
국가는 오직 장애인 차 개조 비용으로 1500만원을 지원하고 그것도 취업이 된 장애인에게만 지원하는 등 앞뒤가 다른 지원 제도가 난무하고 있다. 장애 정도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선진 시스템도 부재되어 있고, 연구개발 등 어느 하나 제대로 된 제도가 없는 형국이다. 모든 정부 부서 등이 나서서 융합적으로 해야 함에도 관심도 없고 왜 우리가 나서야 하냐는 핑계를 대고 있다.
만일 우리 정부가 장애인 차 개조 및 공급에 제대로 나선다면, 선진국 수준의 자동차 기술과 ICT 기술,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조합 등 다른 국가보다 한국이 더 앞선 영역이 있기 때문에 큰 장점이 있다. '마이너에 대한 배려가 선진국의 잣대다'라는 뜻이 바로 장애인에 대한 선진국의 기준이다.
장애인의 약 95%가 후천적 장애라는 것도 일반인들이 잘 알았으면 한다. 제작사의 역할이 그래서 중요하다는 뜻이다. 일본 토요타는 매년 수십 가지 종류의 장애인 차를 도쿄시 빅 사이트에 전시한다. 그만큼 관심도 있고 일반인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반증이다.
우리는 어떠할까? 아예 장애인 차 관련 전시도 없고 개발한 기억도 없다. 현대차가 20여년 전에 서울 모터쇼에 '이지 무브'라고 하는 휠체어를 자동으로 탑재하는 스타렉스를 전시한 경우가 유일하다. 물론 현대차그룹이 사회적 기업으로 운영하는 '이지 무브'라는 기업이 있으나 관심이 없는 만큼 지속적인 지원시스템과 제도적 뒷받침이 중요하다.
지금도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혈혈단신으로 어려운 만큼 현대차그룹의 지원이 절실하다. 동시에 현대차그룹 자체에서도 함께 다양한 장애인 차를 전시하고 지원하는 인프라를 구축한다면 어떨까? 이제는 현대차그룹도 큰 그림을 그리고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크게 해야 한다.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챙기지 못한 부분을 이제는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다. 앞서 리비아 수출 등 장애인 차에 대한 관심이 국내로 쏠렸으면 한다. 이제 현대차그룹이 나서야 하는 시기이다. 정부가 하지 않는 부분을 현대차그룹이 나서서 분위기 환기에 나서면 어떨까 기대해 본다.
김필수 한국전기차협회 회장
한국전기자동차협회와 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 한국수출중고차협회 등 여러 자동차 협회의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세계인명사전(미국) 후즈 후 인 더 월드 (Who's Who in the World)에 2000년~2020년까지 21년 연속 등재됐다. 현재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