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혼란 우려에도···여야, 일몰법안 합의 한발짝도 못 나갔다

28일 국회 본회의, 한국전력공사법·가스공사법 처리 중소기업단체 "존폐 위기 처하거나 범법자 되거나"

2022-12-28     최수빈 기자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4차 본회의에서 한국전력의 회사채(한전채) 발행 한도를 기존 2배에서 최대 6배까지 올려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한국전력공사법(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올해 말로 종료되는 일몰법안 연장 처리를 약속했지만,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각종 법안이 대거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일선 현장의 혼란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여야는 서로 책임을 떠넘겼다. 

일몰법 등 처리를 위해 앞서 여야가 합의했던 국회 본회의가 28일 오후 4시에 열렸다. 본회의에서는 시급하게 처리하기로 한 일몰법안 중 비쟁점 법안인 한국전력공사법, 가스공사법이 통과됐다. 

일몰법안 중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안전운임제), 근로기준법(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등은 여야 입장이 좁혀지지 않은 탓에 본회의 처리를 위한 마지막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화물노동자에게 적정 운임을 보장해 과로·과속·과적 운행을 방지하는 취지로 도입된 안전운임제의 경우 국민의힘은 화물연대 파업 전에는 3년 연장안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원점 재검토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은 다른 야당 의원들과 함께 국회 국토교통위에서 단독 처리한 3년 연장안을 주장하고 있다.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란 주 52시간제의 적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30인 미만 사업장에 1주 8시간의 추가적인 연장근로를 한시적으로 허용한 제도를 말한다. 정부와 여당은 구인난을 겪는 사업장을 배려해 2024년까지 2년 연장을 주장하지만, 야당은 주 52시간제에 역행하는 정책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국고에서 건강보험 재정을 일부 지원(정부 일반회계 14%·국민건강증진기금 6%)하는 국민건강보험법 내 한시적 법률 조항도 사라진다. 여당은 재정 부담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 지원은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와 지속가능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몰법 폐기로 인한 현장 혼란이 불가피하기에 여론적 부담도 크다. 중소기업계는 “8시간 추가 연장근로가 막히면 총선 때 표로 보여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김창웅 한국건설기계정비협회장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단체협의회 긴급 기자회견에서 “추가 연장근로제가 종료되면 30인 미만 중소기업들은 사업 존폐 위기에 처하거나 범법자가 되거나 둘 중 하나”라며 이같이 토로했다. 

또한 안전운임제가 폐지되면 화물차주들의 소득이 감소될 가능성이 크다. 안전운임제가 시행되기 전인 2019년, 화물차주들의 한 달 평균 순수입은 240만원 선이었으나 지난해에는 414만원까지 늘었다. 

올해가 끝나기 전에 여야가 추가 본회의를 열고 일몰 법안을 처리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수적 열세인 여당은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의 일몰 기간을 늘리려면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과반인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안전운임제 일몰 연장을 원하는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여당 소속인 김도읍 의원이 맡고 있어 단독 처리가 불가능한 구조다. 국회법 85조2에 따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안건) 절차를 밟더라도 최장 90일의 심사 기간이 남기에 올해 안에 법 통과가 어렵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일몰법에 대해서는 오늘 이후에도 민주당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을 만난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일몰법 합의를 위한 양당 원내대표 회동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들은 바는 없다”며 “개인적으로는 주호영 원내대표가 전향적으로 대통령을 설득하고 국토위원들이 역할을 할 수 있게끔 해준다면 정부·여당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부분에 대해 국민들께 사과할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