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실세들 '지역구 예산 잔치'···매년 반복되는 이유는
與 정진석·野 우원식 등 수십억 재선 홍보용 '현수막' 내걸려 전문가 "양당 독식 구조가 문제"
여야가 나란히 실세 의원들의 예산 증액에 나선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 계수 조정 과정에서 의원들이 지역구 관련 예산 요청을 쪽지에 적어 건넨다는 뜻의 ‘쪽지 예산’이 국회의 고질적 병폐로 지목된다.
26일 주요 신문들은 1면을 통해 여야가 줄다리기를 하는 와중에도 각 당 실세 의원들은 지역구 예산을 챙겼다고 꼬집었다.
△깜깜이 예산 파고든 '짬짜미 예산' 2833억(한국일보) △법인세 논의 '졸속' 실세 지역구 '실속'(경향신문) △밀실예산 638조···국회도 국민도 모독(서울신문) △'졸속 타협' 와중에 예산 챙긴 실세 의원들(한겨레) 등의 제목을 단 보도다.
국민의힘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성일종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권성동·장제원 의원 등이 지역구 예산 수십억원을 따냈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로 위성곤 원내정책수석부대표, 우원식·박정 의원 등이 예산을 얻어냈다.
쪽지 예산은 속기록도 남지 않는 비공식 회의로 예산안 심사를 진행하면서 가능했다. 정부안에 담겨 있지 않았지만 각 상임위원회와 예결위 소소위원회 등을 거치며 최종 예산에 반영됐다.
여야 실세 의원들의 노골적 예산 챙기기는 매년 반복되는 현상이다. 주요 의원들에겐 놓치면 안 될 기회인 셈이다. 이는 지역구에선 'OOO 건설 예산 확보!'라는 현수막을 내걸면 차기 총선에 홍보 효과가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의원들이 비판에 잠시 고개를 숙이면서도 속으로는 웃는 이유다.
국민의힘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이날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연말 전부터 지도부나 예결특위에 배정이 되면 지역구 예산안 따내기는 예견된다"며 "그런 그룹에 포함되지 않으면 지역구에 홍보용 자료를 만들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언론사들의 날선 비판에 성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명글을 올렸다. 의원실 차원에서도 페이스북 해명 자료를 충남 지역 언론사 기자 이메일로도 전송하기도 했다.
성 의원은 "저는 우리 지역구뿐만 아니라 전국 어느 지역이든, 반드시 필요한 예산이라고 판단되면 예산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국립광주청소년치료재활센터 건립 예산 160억원 중 설계비 10억원을 반영시킨 것이 대표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국가예산 통과가 늦어진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통감하며 사죄드린다"며 "그러나 통과를 위한 여야 협상은 매일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지역구 예산만 챙기느라 늦어진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한국 정치의 양당 독식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본지에 "예산안 협상 당사자들이나 지도부 중심으로 모여서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면 그냥 넘어가는 것"이라며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서로 나눠먹는 건데 정치 지형이 대등한 3당 체제라면 그런 담합이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치적으로 어떻게 보면 나쁜 관행으로 정착돼 있는 것이고 지금도 그 체제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며 "애초부터 그렇게 협상을 하기 위해 국회 예결특위 위원들을 다 배정한다. 양당 독식 구조를 근본적으로 혁파하지 않고서는 밀실 협상과 절충을 막기는 쉽지가 않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