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전당대회 앞두고 룰 변경···당원, ‘윤심’ 따라줄까?

국민의힘 책임당원 숫자 급증, 세대·지역 분포 평평 이종훈 "100% 당원 투표, 유승민 전 의원 유리할 수도"

2022-12-23     최수빈 기자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할 때 당원 선거인단 투표 100%를 적용하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안을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의결했다고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차기 전당대회에 ‘당원투표 100%’를 도입하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안을 확정했지만, 친윤계 당권 후보의 당선을 장담하기 어렵다. 그 배경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재임 기간 급증한 청년, 수도권 표심이 있다. 

국민의힘은 23일 오전 국회에서 제6차 전국위원회를 열고 당 대표 선출 방식을 현행 당원투표 70%,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로 진행하던 것에서 당원투표 100%로 확대하기로 의결했다. 당헌 개정안은 ARS로 진행된 비대면 투표에서 전국위원 790명 중 556명이 참여, 찬성 507명·반대 49명으로 가결됐다. 찬성률은 91.19%를 기록했다. 

이후 오후 2시에 열린 상임전국위의 당규 개정안 표결도 전체 55명 중 41명이 참여해 찬성 40명, 반대 1명으로 통과했다. 국민의힘은 다음 주 전당대회 선관위원장 지명과 다음 달 초 후보 등록 등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윤심’만을 쫓으며 전당대회가 임박해 개정이 이뤄졌다는 비판도 나왔다. 지난달 21일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당원 투표 비중 90% 확대설에 대해 “생전 들어보지 못한 생각”이라고 역정을 냈다. 하지만 한달여 만에 ‘당원투표 100%’로 치르기 위한 당헌 개정을 공론화 작업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하자, 유승민 전 의원은 20일 MBC ‘뉴스외전’을 통해 “정당명을 ‘윤심의힘’이라고 바꿔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내년 3월 12일에 치러지게 될 경우, ‘3개월 당비 납부’를 기준으로 하면 올해 12월 12일 이전에 가입한 당원들에게 투표권이 주어진다. 그러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오늘은 당원 가입하기 좋은 날입니다’ 운동 덕분에 급증한 20~40대 당원들이 이번 전당대회 선거에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6월 전당대회 당시 투표권을 갖는 책임당원 28만5740명 중 20대가 1만1260명(3.9%), 30대가 2만2005명(7.7%), 40대가 4만4975명(15.7%)으로 20~40대가 27.4%였다. 50대(30.6%)와 60대 이상(42%)이 다수를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이 55.3%를 차지했고 수도권이 29.6%였다. 

그러나 1년 반 사이에 국민의힘 책임당원이 3배 가까이 늘어나며 책임당원 수는 79만명에 육박한다. 연령별로는 20~40대가 27.4%에서 약 33%로 늘어났다. 반면 50대 이상 비율은 67% 정도로 줄어들었다. 수도권 비중도 29.6%에서 37%로 늘어 영남(40%)과 비슷한 수준으로 전해졌다. 

이렇듯 책임당원 숫자가 급증한 데다 세대·지역 분포가 평평해져 전당대회 개정안이 친윤계에 유리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차기 당권주자 중 한 명인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20, 30대가 많이 늘고 상대적으로 영남권의 비율이 줄었다. 또 수도권의 비율이 증가했다”라며 “예전에는 투표 오더라는 게 있었다. 지구당 위원장이 누구누구를 찍자 하면 그게 잘 먹혔는데 갈수록 투표 오더가 먹히지 않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치는 아직 공개된 적이 없지만, 전문가는 당심과 민심에 큰 괴리가 없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국민의힘 당원 수가 28만명이던 때, 보수층이 그야말로 핵심이었다”라며 “이준석 전 대표의 재임 시절, 물론 대선 국면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기 위해 들어온 층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당원 구성을 보면 젊어졌고 수도권·중도 성향의 당원 숫자가 과거에 비해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평론가는 “이 전 대표가 당선됐을 때 당심을 살펴보면 나 전 의원보다 많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의외로 상당히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심지어 TK에서도 이 전 대표의 표가 많이 나왔다”라며 “지금 (전당대회) 표심 지형을 보면 아무래도 과거와 달리 민심과 유사해졌거나 수도권, 중도, 2030의 비중이 높아진 상황이기에 100% 당원 투표를 해도 어쩌면 유승민 전 의원이 더 유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