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바보'란 뜻 치매 병명 바꾼다···내년 1월 복지부 TF팀 구성

어리석다는 뜻 치매 병명은 일제 잔재 2011년부터 개정안만 6개, '모두 계류' 복지부 담당과 "1월 정식 TF 만들 예정"

2022-12-23     김현우 기자
'바보'라는 의미의 한자어인 치매 병명을 질병을 지칭하는 새로운 용어로 개정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내년 1월 중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 /연합뉴스

'바보'라는 의미의 한자어인 치매 병명이 질병을 지칭하는 새로운 용어로 개정된다. 보건복지부는 내년 1월 중 병명 개정을 위한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   

23일 여성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복지부는 최근 치매 병명 개정 논의를 본격화하기 위해 관련 단체·기관과의 논의에 착수해 내년 1월 TF를 구성하기로 했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4월부터 보건사회연구원 연구 용역을 통해 치매 병명 개정을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그동안 보건사회연구원 연구를 통해 국내·외 (치매 병명 관련) 사례 및 시사를 분석하고 연구했다"면서 "병명 개정을 위해 치매 관련 의료인과 기관·단체의 의견이 더 필요할 것으로 판단해 이를 위한 TF팀을 내년 1월 중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인 병명 개정 시기는 현재로선 단정 짓기 어렵다"면서도 "최대한 내년도 안에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 최근 '보건복지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면서 기존 '치매정책과'를 '노인건강과'로 개편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치매라는 병명을 개정하기 위한 전초작업으로 주무부서의 명칭을 개정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치매는 한자로 '어리석을 치(痴)'와 '어리석을 매(呆)'다. 더욱이 치매라는 용어는 일제시대 일본 의학계로부터 건너왔다. 일본 정신분석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쿠레 슈우조 박사가 '미치광이'라는 뜻인 '치광'으로 부르던 용어를 '치매'로 고쳐 의학용어로 정착시켰다. 국내에서도 과거 '노망'으로 부르던 용어를 일제시대 '치매'로 고쳐 쓰면서 병명으로 굳어졌다.

그러나 환자의 인권을 무시하는 부정적인 뜻을 내포한 병명 때문에 같은 한자권 국가인 일본·중국·대만 등은 이미 인지증, 실지증 등으로 병명 개정을 끝낸 상태다. 국내에선 지난 2011년부터 국회를 통해 다양한 치매 병명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현재까지 모두 계류된 상황이다.

치매 병명 개정을 위한 복지부 차원의 TF팀에는 대한치매학회와 대한노인정신의학회 등 관련 기관 및 단체가 함께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앙치매센터 측에서도 치매 병명 개정과 관련해 적극 임하겠단 입장이다.

이달 22일 대한신경과의사회와 여성경제신문이 주관한 '2022 치매정책토론회'에서 고임석 중앙치매센터 센터장은 "(치매) 명칭 개정 부분도 전향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치매라는 부정적 단어를 쓰지 않음으로써 잠재 환자의 조기 검진율도 제고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치매 병명 개정과 관련 대한치매학회 측은 정확한 대체 병명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한치매학회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치매 병명 개정 TF에 참여해 전문성을 가진 대체 병명을 찾기 위해 적극 도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초 치매 병명 개정은 관련 기관·단체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지지부진한 상황이었다. 지난해 여성경제신문이 주최하고 복지부가 후원한 '치매병명개정토론회'(관련기사: 치매 병명 개정 향한 첫걸음 뗐다···유관단체·정부 첫 토론회) 내용을 보면 당시 복지부 측은 '치매 병명을 개정하는 데 대해 여론이 소극적이다', 대한치매학회는 '의학용어인데 의료계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에선 '오랜 시간 무의식적으로 써온 용어를 고치자면 사회적 저항은 있게 마련', 노인복지중앙회 측은 '돌봄 현장에선 치매란 말을 입에 올리지 않는다. 중립적 대체어가 절실하다'는 입장으로 의견이 갈리기도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선 병명 개정 TF팀 구성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은 "부정적인 뜻을 품은 치매 병명 개정은 필요한 부분"이라면서 "이와 관련 유관 전문가가 함께 심도 있는 논의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위 소속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은 "환자 입장에서의 접근법이 중요하다"면서 "환자의 인권 및 존엄성 측면에서 부정적인 병명을 사용해야 하냐는 고민이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