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자격 없어도 장기 계약 왜?‧‧‧KBO 구단&선수의 계산기 두드리는 소리
KBO, 비 FA 장기 계약 유행 구단과 선수 모두에게 이익 임상일 "FA 유연성 확보돼야"
한파주의보가 연일 계속되는 겨울이 찾아오면서 한국 프로야구 리그(KBO)엔 스토브리그가 도래했다. 그 와중에 들려오는 비 자유계약(FA) 대상 선수들의 장기 계약 소식에 선수와 구단의 이해관계가 적절하게 맞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스토브리그(Hot Stove League)는 미국 프로야구에서 유래한 용어로 야구 리그의 비시즌 기간을 의미한다. 스토브리그는 시즌이 끝나더라도 팬들이 난로를 둘러싸고 야구 소식에 '변함없이 주목하고 불탄다'라는 의미로 생겼다. 비시즌 기간 팬들의 최대 관심사는 응원팀 선수들의 계약이다.
요즘 KBO에는 예상치 못한 비 FA 선수들의 장기 계약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임상일 대전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비 FA 선수의 장기 계약이 선수와 구단 모두에게 좋을 수 있어 진행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본래 KBO의 연봉 계약은 매해 갱신되는 형태로 진행됐다. 다년 계약은 FA선수가 얻어낼 수 있는 특권이나 마찬가지였다. 적게는 몇십억에서 몇백억까지의 계약을 체결한 일부 야구선수들은 대부분 FA선수였다.
지난 17일 NC 다이노스 소속의 구창모 선수가 비 FA 신분으로 최대 7년 132억원에 달하는 장기 계약을 맺었다. 구 선수는 국내 탑 선발투수로 여겨지지만, 2016년 프로 리그에 데뷔 후 단 한 번도 정규 규정이닝을 돌파한 적이 없다. KBO 규정상 정규시즌 활동 미달로 FA 자격을 획득할 수 없던 구 선수가 장기 계약을 통해 그 한을 해소했다.
LG 트윈스 소속의 고우석 선수는 비 FA 역대 최고 계약 규모인 8년 200억을 거절했다는 후문이 돌았다. 이후 고 선수가 "MLB 도전을 위해 장기 계약을 거절했을 뿐, 계약 금액까지 듣지는 못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고 선수는 KBO 최고 마무리 투수라고 불리는 오승환 선수의 뒤를 이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임 교수는 "더 큰 불확실성을 가져 큰 수입을 얻으려고 하는 합리적인 선택"이라며 "류현진, 김하성 등 한국 야구 선수들이 세계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것도 영향이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 있는 것보다 리스크를 감당하더라도 큰 무대로 가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KBO에 비 FA의 장기 계약 포문을 연 것은 SSG 랜더스였다. SSG는 지난해 12월 비 FA 신분의 선수인 박종훈, 문승원, 한유섬, 김광현과 각각 5년 65억, 5년 55억, 5년 60억, 4년 151억원에 계약했다. SSG는 4명의 선수와 총 331억원의 계약을 진행한 것.
스포츠 업계는 KBO 리그에서 유행하는 비 FA 선수의 장기 계약에 대해 2023년부터 도입되는 샐러리캡(한 팀 선수들의 연봉 총액이 일정액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한 제도)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분석한다. 샐러리캡이 도입되기 전 필수 자원의 선수들과 미리 장기간으로 계약하고, 동시에 KBO 협회의 제재를 피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장기 계약은 FA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단의 보상선수 유출 부담도 줄일 수 있다. 현재 KBO는 FA 대상 선수가 다른 구단과 계약을 맺으면, 계약 진행한 구단이 원소속 구단에 보상선수를 주도록 하고 있다. 보상선수 제도는 샐러리캡과 마찬가지로 특정 구단에 우수한 선수가 쏠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운영된다.
임 교수는 KBO의 FA제도에 대해 "유연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등 선수에게만 몰방 때려주는 지금의 FA제도보다는 팀을 더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장벽을 낮출 필요가 있다"며 "그나마 에이전트(계약 및 비즈니스에 대한 대리인)가 활성화되어 선수와 구단 간 힘의 불균형을 대등하게 만들어주고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23일 KBO의 FA 시장에 풀린 돈만 749억3000만원이다. 2군 리그에 비 FA 장기 계약금까지 합치면 총 991억6900만원에 이른다. 약 1조원의 계약이 체결된 가운데, 한현희·정찬헌(전 키움 히어로즈 소속), 이명기·권희동(전 NC 다이노스 소속) 강윤구(전 롯데 자이언츠 소속, 최근 강리호로 개명), 신본기(전 KT 위즈 소속)의 거처가 결정되지 않아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