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당심=윤심 아니지만···권영세·원희룡 차출론의 이유

국민의힘 당심 한 쪽 기울지 않아 윤심, 특정 후보 대신 '전대 흥행'으로 연결

2022-12-21     이상무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마친 뒤 여당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3월초쯤 열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은 어떤 후보를 향하고 있는지 관심이 쏠린다. 선출 방식을 당원 투표 100%로 하는 당헌 개정이 속전속결로 진행되면서 친윤계가 당심을 차지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이 최근 사석에서 '당심 100%'가 낫지 않냐는 언급을 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헌 개정에 착수했다. 비윤계의 당선 가능성을 사실상 차단하는 조치다.

다만 현재까지는 친윤 후보가 뚜렷한 지지세를 모은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당심이 한 쪽으로 기울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21일 발표된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차기 당대표 적합도는 나경원 전 의원 26.5%, 안철수 의원 15.3%, 유승민 전 의원 13.6%, 김기현 의원 10.3% 순이다. '윤핵관'으로 불리는 권성동 의원은 2.5%에 그쳤다.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 의뢰로 지난 17~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응답률은 0.8%, 표본오차 95%) 결과다.

나 전 의원과 안 의원은 '범 친윤계'로 분류된다. 나 전 의원은 정권 초기 입각에서 배제돼 자연인으로 세월을 보냈다. 이후 뒤늦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됐다. 아직까지 본인이 당 대표 출마를 공식화한 바도 없다.

안 의원의 경우 '당원투표 100% 반영 룰'을 비판하며 친윤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안 의원은 이날 대구 갈서구갑 당협을 찾은 자리에서 "제 개인의 유불리 때문이 아니다. 민심에서 멀어지면 총선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 봐 (룰 개정에) 우려를 표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기현 의원은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이 연대 가능성에 거리를 두고 있어 윤심을 받았다고 보기 힘들다. 장 의원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커피도 먹어보고 영화도 같이 보고 밥도 같이 먹어보고 데이트를 해야 결혼(연대)을 결정하지 않겠느냐”고 일축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왼쪽)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이런 와중에 여권 일각에서 권영세 통일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차출설이 나왔다. 이는 전대가 본격화되며 공식 출마선언 등이 이어질 경우 친윤계가 주도권을 잡는 구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전당대회는 흥행 분위기가 중요하다"며 "미리 친윤계 후보들이 나와 한 목소리로 '총선 승리를 위한 단합'을 강조하면, 자연스럽게 비윤계의 당심 확보 명분은 줄어들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도 윤 대통령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의중을 드러낼 가능성은 적다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이는 전임 정부가 총선에서 쓴 전략의 성패와 관련이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20대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 전 대표가 당선된 2018년도 민주당 전대 국면에서 문 전 대통령은 당무에 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에서 '박심'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서청원 전 의원은 2014년 전대에서 비박계인 김무성 전 의원에 패했다. 결과적으로 박심은 오히려 역풍을 낳아 2016년 총선 패배의 원인으로도 작용했다.

윤 대통령은 정치적 기반을 쌓은 기간이 적은 '0선 대통령'이다. 국민의힘 의원들과 교류를 해왔지만 여당을 '윤석열당'으로 재편하기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본지에 "권영세·원희룡 장관이 전대에 나오면, 본인이 당선되지 않더라도 당정 간 가교 역할을 통해 친윤계의 당선에 조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