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장판? 팔자 좋은 소리'···초겨울 한파에 벌써 4명 사망
창문 없는 방에서 밤새 떠는 취약계층 각 지자체 지원, 목도리·이불·손난로뿐 한파대피소 4곳···임시 거처 추가해야
#영하 10도에 텐트에서 잘 거라곤 나도 생각 못 했어요. 그런데 길바닥에 비하면 호텔이니까요. 침낭·내복 다 덮고 입어도 부족해요. 아침에 일어나면 발이 얼어 있어요. 요즘 시대에 얼어 죽는 사람이 있냐고요? 우리에게 한파는 목숨 걸고 버텨내야 하는 지긋지긋한 불청객이에요.
북풍이 몰아치는 12월 중순 목숨을 걸고 잠을 청해야 하는 이들이 있다. 김현우의 핫스팟이 지금까지 만나온 용산 텐트촌 거주자와 동자동 쪽방촌, 강남 구룡마을 주민 등 사회 취약계층이 바로 그들이다.
19일 질병관리청 등에 따르면 12월 현재 서울시에서 한파 대피소를 운영하는 지자체는 도봉구, 은평구, 노원구, 중구 4곳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앞서 12월 1일부터 14일까지 한랭질환자가 48명 발생했고 벌써 4명이 사망했다. 한랭질환이란 추위로 인해 인체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질환을 말한다. 저체온증, 동상, 동창이 대표적이다.
질병관리청이 조사한 '2022-2023절기 한랭질환 발생 추이'를 보면 올해 12월 14일까지 보건당국에 신고된 한랭질환자는 전년 동기간 대비 60% 늘었다. 연령별로 보면 80대 이상이 22.9%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50대와 70대가 각각 18.8%, 60대에서 16.7%, 40대 12.5%, 30대 6.3%, 20대 4.2% 순이다.
질환이 발생한 장소로 보면 87%가 주거공간이다. 나머지 질환자는 업무공간에서 질환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가 취약한 주거공간에 거주하다 한파로 인해 한랭질환에 걸린 것으로 분석된다. 본지가 지난해 10월 보도한 [김현우의 현장] 또 하나의 호스피스, 동자동 쪽방촌···갈 곳 잃은 자의 마지막 거처를 보면, 일부 취약계층은 창문이 없는 방에서 생활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5년간 한랭 질환자 역시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지난 2018년 겨울 한랭 질환자는 631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 중 11명이 사망했다. 2013~2014년엔 258명, 2014~2015년 458명, 2015~2016년 483명, 2016~2017년엔 441명이 한랭질환에 걸렸다.
이에 정부도 한랭질환에 취약한 고령층, 특히 독거노인과 노숙인, 쪽방 주민 등 취약계층을 위해 개인 난방용품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서울형 긴급복지'로 취약계층에 100만원 한도 내의 방한물품을 제공하고 있어 가까운 동사무소나 다산콜센터로 연락하면 지원받을 수 있다. 서울 노원구와 강동구의 경우 관내 찜질방과 협약을 체결해 저녁 6시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취약계층 어르신들이 추위를 피할 수 있도록 야간 한파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이같은 한파 대비 지원 서비스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취약계층이 대부분이다. 본지가 지난해 9월 보도한 [단독] 취약계층 40% 도시가스 요금 감면 몰라서 못 받아에 따르면 취약계층 약 270만명 중 100만여명(37%)이 요금감면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난방비를 아낄 방법이 있어도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외에도 통신요금은 약 860만명 중 320만명, 전기요금 270만여명 중 55만여명, TV 수신료 150만여명 중 70만여명이 혜택에서 제외됐다. 대부분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거나 독거노인, 또는 국가유공자 등이어서 복잡한 요금감면 서비스 신청 절차로 인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방한용품도 대부분 손난로와 목도리, 이불 등이어서 실질적인 한파 대비용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따라서 한파 대피소 등 실질적인 지원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기열 나눔살림복지재단 이사장은 본지에 "지자체에서 보급하는 기본 한파대비키트는 이미 취약계층도 다 가지고 있는 기본 중의 기본 한파 대비 품목들"이라며 "이보다 한파 대비 임시 거처를 늘리는 것이 취약계층에 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