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세] 운전면허 없이 전동킥보드 질주 '킥라니'

교통사고 골치

2022-12-19     조경범 강릉원주대 경제학과 학생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에 전동킥보드가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국내 첫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 ‘킥고잉’은 2018년 나왔다. 발로 땅을 차고(kick) 가속 레버를 눌러 이동(going)하라는 뜻이다. 이후 ‘지쿠터’, ‘스윙’, ‘씽씽’ 같은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가 줄지어 등장했다. 이제 전국 도로 어디서든 공유 전동킥보드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택시 이용보다 저렴”

강릉시 노암동에 사는 금모 씨(23)는 “공유 전동킥보드를 타면 짧은 거리를 빠르게 이동할 때 편하다. 택시를 이용하는 것보다 저렴하다”라고 말했다. 공유 전동킥보드는 내장된 배터리와 모터로 차도를 주행하는 이동수단이다. 서울에만 16개 업체의 3만5000여 전동킥보드가 운영되고 있다. 국내 월간활성사용자는 20만명이 넘는다. 업체에 회원가입을 한 뒤 QR코드를 인식시켜 킥보드를 타면 된다. 회원가입을 위해선 운전면허증이 필요하다. 

강릉원주대학교 사학과 재학생 전모 씨(23)는 “전동킥보드는 대기를 오염시키지 않는다. 앞으로도 자주 애용할 것”이라고 했다. 강원대학교 재학생 조모 씨(22)도 “킥보드를 타고 달리는 것이 재미있다”라고 했다. 

킥보드+고라니 

그러나 일부에선 킥보드 라이더를 “킥라니”로 부른다. 고라니처럼 갑자기 불쑥 튀어나와 자동차 운전자를 위협한다는 것이다. 

대학생 배모 씨(23)는 승용차로 통학한다. 그는 학교 주변이나 캠퍼스 안에서 공유 전동킥보드를 타는 사람과 많이 마주친다고 했다. 사고 위험도 여러 번 겪었다고 했다. 

“한 번은 학교 정문으로 차를 몰고 들어갈 때 한 킥보드 라이더가 신호를 무시하고 옆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하마터면 부딪혀 인명사고가 날 뻔했다. 운전하면서 킥보드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옆에서 불쑥 튀어나와“

승용차로 통학하는 대학생 김모 씨(23)도 킥보드 라이더를 두려워했다. 그는 “전동킥보드 운전자는 서서 빠르게 달리므로 오토바이 운전자보다 더 위험하다. 이들과 접촉하지 않기 위해 정말 조심하고 있다”라고 했다. 

사고 9배 급증

경기도에서 전동킥보드 교통사고는 2018년 59건에서 2021년 536건으로 9배 증가했다. 이 기간 15명이 숨졌고 1024명이 부상했다. 프랑스 파리시는 2022년 11월 전동킥보드 사망 사고가 잇따르자 대여금지 검토에 들어갔다.

필자의 취재 결과, 일부 젊은이는 운전면허증 없이 전동킥보드를 타고 질주하는 것으로 보인다. 규정상 공유 전동킥보드는 운전면허증이 있는 사람만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공유 전동킥보드 회사는 운전면허증 제시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해놓고 있었다. 이 때문에 10대 청소년도 쉽게 킥보드를 탈 수 있다고 한다.

'다음에 등록하기'를 누르면, 운전면허증 등록 없이 킥보드를 탈 수 있다(사진 1). /조경범

운전면허 제시 없는데 대여

필자는 최근 모 전동킥보드 업체의 회원가입 절차에 접근해 운전면허증 제시 없이 가입을 시도했다. <사진 1>처럼 이 업체는 “운전면허가 등록되지 않았어요!”라는 주의사항을 보여주었지만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았다. 필자는 아래의 “다음에 등록하기” 버튼을 눌렀다. 무면허로 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 

안내수칙을 보여주지만, 운전면허증 인증 없이 킥보드를 탈 수 있다(사진 2). /조경범

다른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사진 2>가 보여주듯, 이 업체는 안내수칙을 보여주기만 한다. 그러나 버튼을 누르면 킥보드를 무면허로 대여할 수 있다. 이것은 도로교통법에 위반되는 행위다. 1회 적발 시 범칙금 10만원과 1년간 면허취득금지에, 2회 적발 시 범칙금 12만원과 2년간 면허취득금지에 처해진다.

전동킥보드 업체 문제

그러나 회원가입 상의 이러한 허점을 이용해 청소년들은 물론 면허가 없는 성인들도 “안 걸리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악용한다고 한다. 이용자들이 운전면허를 등록하지 않고도 킥보드를 탈 수 있게 해놓고 있는 회사들은 이점을 하루빨리 개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