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윤웅용 대한신경과의사회 회장 "치매환자 가족 상담수가 도입 시급"

단계별·선별적 환자 관리 필요 안심센터 공급 시스템 개편해야 이를 위해 상담수가 도입 시급

2022-12-16     김현우 기자
치매 환자와 보호자 /픽사베이

치매환자 가족 상담수가 도입이 치매 중증 환자를 줄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전문가는 강조한다. 현재 치매안심센터의 무분별한 확장에 따른 보편적 치매환자 관리법 또한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의료계에서 나온다. 

16일 여성경제신문은 윤웅용 맑은수병원 원장(대한신경과의사회 회장)을 만나 치매 문제의 선제 대응을 위한 그의 정책 개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특히 윤 회장은 치매환자 가족을 위한 상담수가 도입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치매는 확실한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못한 질병이다. 치료제도 나오지 않아 현재로선 의료·사회복지계 모두 치매환자의 중증도 진행을 최대한 늦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윤 회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병원에 치매 검진을 받으러 오는 환자분은 대부분이 병이 많이 진행된 상태"라며 "일부 환자 가족은 치매 조기 진단 중요성을 알고 중증화가 되기 전에 오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치매는 초기에 진단받아 병을 최대한 늦추는 데 초점을 맞춰 관리해야 한다"면서 "초기에는 기억력의 정도나 언어 구사 능력이 정상에 가깝기 때문에 재가 치료 즉 집에 머물면서 관리가 가능한 상태다. 다만 이럴 경우 가족이 직접 환자를 돌봐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교육이 전문의를 통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치매안심센터의 경우 치매환자 개인별 특성과 정도를 고려하지 않고 포괄적인 관리법만 수급자에게 공급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따라서 환자를 자세히 진단할 수 있고, 환자에게 맞는 관리법을 공급할 수 있는 치매전문의가 1 대 1 맞춤식 가족 상담을 상담수가 도입을 통해 진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치매관리를 더욱 선별적으로 할 수 있고, 나아가 치매 중증 환자 수를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을 윤 회장을 통해 들어본다.

윤웅용 맑은수병원 원장(대한신경과의사회 회장) /맑은수병원

ㅡ본인 소개 부탁한다.

"대한신경과의사회 회장 겸 맑은수병원 원장을 맡은 윤웅용이라고 한다. 신경과 전문의이고 2011년 병원을 개원해 치매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4년간 치매지원센터장으로서 치매환자를 만나기도 했다."

ㅡ치매환자가 100만명을 향해 가고 있다. 얼마나 심각한 병인지 설명 부탁한다.

"병원에 혼자 오는 환자는 대부분 우울증으로 찾아온다. 보통 가족이 환자와 함께 온다. 문제는 치매가 의심돼 가족이 환자를 모셔서 오는 경우 대다수가 중증도까지 진행이 된 상태다. 치매는 정신병이란 인식이 아직 남아 있어서 환자 본인이 이상함을 느껴도 거부감 때문에 병원을 찾기 쉽지 않다. 그래서 치매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 치매 조기 진단 및 초기 발견의 중요성을 가족과 환자 본인이 인지하고 있다면 초기에 발견할 확률이 높아지고, 충분히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가족이 치매에 깨어 있어야 하고 부모에게 조금이라도 이상한 점이 생긴다면 주저 말고 병원을 내원해 치매 검사를 받아야 한다. 초기 발견이 가장 중요하다."

ㅡ치매로 진단받으면 시설을 가야 할지 집에서 머물러야 할지 환자 입장에선 가장 큰 고민일 것이다. 시설과 집 어디가 좋을까.

"대부분의 환자가 집에서 지내길 원한다. 초기 환자는 집에 있어도 괜찮다. 보통 시설 입소는 중증도 이상의 환자에게 권한다. 치매를 치료하는 입장에서 볼 때 초기 환자는 평소에 자신이 생활했던, 익숙한 곳에 머무는 게 병을 늦추는 데 효과적이다. 환경이 바뀌고 사람이 바뀌면 치매 초기 환자 입장에선 혼란이다. 낯선 환경에선 치매 증상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중증도 이상의 환자는 이미 기억력이 많이 하락한 상태다. 이렇게 될 경우 환자의 행동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집에서 관리하긴 어렵다. 오히려 환자 보호자까지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시설에서 집중 관리를 받는 게 효과적이다."

ㅡ초기 치매환자를 집에서 돌볼 때, 문제는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치매 지식이 없고 환자 관리법을 모르는데 오히려 가족에게 큰 부담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상담수가 도입이 절실하다. 환자 가족에게 의사가 1 대 1로 환자 특성에 맞는 관리법을 보호자에게 교육하면 해결되는 문제다. 병원에서 치매를 진단받고 집으로 가도 결국 현재 시스템에선 보호자는 치매안심센터를 찾아가 치매환자 관리 교육을 받아야 한다. 대부분 치매환자 가족은 경제활동인구다. 시간도 없는 데다 각 환자의 상태에 맞는 관리법을 따로 교육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효과도 미미하다. 따라서 병원에서 전문의가 직접 1 대 1로 환자 가족을 교육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환자를 직접 진단한 전문의가 환자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안다. 따라서 개인 맞춤형 관리법을 수급자에게 적절히 공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초기에서 중증화 진행 속도를 낮추고 궁극적으로 치매환자 수를 유지거나 줄일 수 있게 된다."

ㅡ4차 치매종합관리계획에 따르면 2023년엔 치매가족 상담수가 도입을 완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미뤄지고 있는 실정, 무엇이 문제일까.

"정부의 의지 문제다. 정부가 생각을 바꿔야 한다. 치매안심센터의 무분별한 확장에 따라 예산 낭비가 심각해졌다. 도입 목적은 좋았다. 하지만 중증도 진행 환자를 줄이는 데 집중하지 못했다. 지역별 치매환자 인구분포 등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점도 문제다. 따라서 현재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치매안심센터 상담료를 상담수가에 도입해 전문의와 환자 간 1 대 1 관리로 정책을 개편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초기 치매환자의 중증화를 늦출 수 있다. 치매환자 관리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치매환자 보호 시설의 간병인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간병인 대부분이 65세 이상 고령층. 결국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케어'가 확산하고 있다. 간병인 인력 문제 해결 방안이 있을까. 

"시설도 그렇겠지만 병원도 인력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간병인 인력난 해결을 위해선 외국인 간호사 등 외국 인력 확보를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동남아시아의 간호학과 대학생은 간호 자격증을 취득해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부분 미국으로 건너가 간병 관련 업종에 취직하는데 국내도 동남아시아 등 외국인 인력을 적극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이들은 연령층도 낮을뿐더러 자격증을 취득한 인원이기 때문에 환자에게 돌아가는 서비스 질 또한 높일 수 있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관련법 개정을 충분히 고민해볼 만하다고 본다."

ㅡ마지막으로 독자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치매는 조기진단과 초기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치매를 정신병으로 봐서도 안 된다. 치매에 대한 인식률을 높여야 하며 이를 통한 적극적인 조기 검사에 임할 줄 알아야 한다. 또한 상담수가 도입을 통한 환자와 전문의 간 1 대 1 관리를 통해 국내 치매환자의 삶이 조금이라도 높아지길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