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세] 대학생은 왜 '프리라이더'에 분노하나?
연락 안 되거나, 안 나타나거나, 무성의하거나
팀플(team project)로 불리는 조별 과제는 대학 생활의 필수로 여겨진다. 학생 대부분이 수업을 통해 팀플을 경험하며 수강 신청 때에도 조별 과제의 유무를 고려하는 편이다. 그러나 팀플을 하는 학생 중 적지 않은 이는 소위 프리라이더(free-rider), 무임승차자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2022년 2학기에 3개 이상의 팀플을 수행한 대학생 김모 씨(23)는 “모든 팀플에서 프리라이더를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프리라이더로 인한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프리라이더는 기본적으로 연락이 잘 되지 않는다. 문자나 SNS를 제때 안 보는 것은 물론이고 전화도 받지 않는다. 간신히 대화가 되어 만날 날짜와 장소를 정한다. 그러나 온갖 말이 되지 않는 핑계로 나오지 않는다.”
4명 중 3명 ‘노쇼’
김씨는 한번은 4명의 팀원과 함께 과제를 하기 위해 만나기로 했는데 자신만 약속 장소에 왔다. 통화가 된 몇몇은 “갑자기 일이 생겼다”라고 했다. 결국, 아무도 오지 않았다. 김씨는 “화가 나고 일을 하기 싫었지만, 성적을 잘 받고 싶어 모든 것을 혼자 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했다. 그러나 4명이 할 일을 혼자 하다 보니 좋은 성적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학생들은 “어떤 사람이랑 하느냐에 따라 팀플의 성적이 달라진다”라면서도 “프리라이더가 잘 생긴다”라고 말한다. “팀별로 평가하기 때문에 열심히 안 하거나 하기 쉬운 일만 맡으려는 경향이 강해진다”라는 것이다.
“교수가 원하는 팀플 존재하지 않아”
프리라이더는 갑작스러운 연락 두절, 성의 없는 자료 조사로 팀원들에게 피해를 준다. 말만 팀 프로젝트이지, 다수의 팀플은 소수 팀원의 희생으로 굴러간다. 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이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점수는 똑같이 받는다.
대학생 김모 씨(22)는 “대학 생활 중에 불쾌했던 일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팀플이 제일 불쾌했다”라고 말했다.
“교수는 팀원끼리 협동하고 합심해 의미 있는 결과를 내주길 바라면서 팀플을 하라고 한다. 그러나 그런 팀플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개 마지못해 성적을 위해 과제를 하는 팀장 1인의 개인 결과물일 뿐이다.”
“속 앓느니 자발적으로 태워줘”
대학생 이모 씨(22)는 “미적지근하고 수동적인 팀원들의 참여도를 보면 답답해서 속이 터질 것 같았다. 그래서 찾은 방법은 그냥 내가 팀장을 맡아 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감정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대신 내 임의대로 일을 분배, 수정, 보완해 과제를 완성한다. 다시 말해 내가 자발적으로 프리라이더를 먼저 태워 주는 거다. 그편이 정신적으로 훨씬 낫다.”
일부 수업은 팀원 간 동료 평가를 진행하지만, 그런다고 프리라이더가 근절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대학생 황모 씨(23)는 “팀플이 끝난 후에 팀원 평가를 진행할 때 점수를 낮게 주긴 했지만, 적극적으로 조치를 한 적은 없다”라고 했다. 그는 한번은 결과물에서 프리라이더의 이름을 빼기도 했다. 이후 서로 사이만 나빠졌을 뿐 문제가 해결되진 않았다고 한다.
“팀플 없던 시절로 돌아갔으면”
필자가 만난 대학생 10명 중 7명은 무임승차자에게 별다른 제재를 가하진 않았다고 답했다. 3명은 소극적으로 참여를 권유했다고 한다. 3명은 프리라이더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원했다. 한 학생은 “전혀 역할을 하지 않은 학생은 점수를 받지 못하게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응답자 중 5명은 “교수의 강의 위주 수업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아니면 개개인이 발표하는 방식이 더 낫다”라고 했다. “팀플을 계속해야 한다면, 기여도가 많은 팀원과 그렇지 않은 팀원 간 평가의 차이가 있어야 한다”라는 의견도 많았다.
공정의 가치에 반하는 관행
대학생들은 공정의 가치에 민감하다. 조별 과제 무임승차는 이러한 가치에 반하는 캠퍼스 관행이므로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