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전대룰 변경 시사···영남으로 민생행보 나선 당권주자
정진석 "당원 의사 왜곡하고 오염하면 되겠냐" 이준한 "당 의견수렴, 선거 직전 피해서 이뤄져야"
국민의힘 차기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지도부가 당원투표 비율을 현행 70%에서 90%까지 확대하려는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당권 주자들은 당원들이 집중 분포된 지역을 돌며 당심 사로잡기에 나섰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부산지역 당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당대회 룰과 관련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정 비대위원장은 “1반 반장을 뽑는데 3반 아이들이 와서 촐싹거리고, 방해하고, 당원 의사를 왜곡하고 오염하면 되겠냐.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며 당원투표의 비중을 높일 것을 시사했다.
국민의힘은 2004년부터 당원투표 70%,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를 반영해 당대표를 선출해왔다. 앞서 지난해 6월 치러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전 대표와 나경원 전 의원의 승패를 결정지은 건 일반국민 여론조사였다. 당시 당원투표에서 이 전 대표는 37.4%를 얻어 나 전 의원(49.9%)에게 3.5%포인트 밀렸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 58.7%를 기록하며 나 전 의원(28.2%)을 크게 앞섰다.
전주혜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13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경선 룰에 있어서 당원들의 의사를 더 많이 반영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고, 김종혁 비대위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당대표를 뽑는 데 여론조사가 들어가는 그 자체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친윤계 역시 전당대회 룰을 개정해, 당심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당의 정체성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그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이 옳다”며 당심에 비중을 둔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윤 주자들 사이에서 당심 비율을 확대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가운데 당권 주자들은 최근 하루가 멀다 하고 영남 지역을 찾고 있다. 지난해 국민의힘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작성한 ‘전당대회 선거인단 예측안’에 따르면 선거인단 32만 8889명 중 영남권 당원은 51.3%(16만8628명)로 가장 많다. 수도권 32.3%(10만6269명), 충청권 10.3%(3만3822명), 강원권 3.4%(1만1107명), 호남권 2.0%(6633명), 제주권 0.7%(2430명) 순이다. 당원투표 비율이 90%로 늘어나면 영남권 당원 투표 결과가 약 45%가 반영되는 셈이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4박 5일의 부산 일정 중 당원협의회 16곳을 방문했다. 부산지역 청년, 언론, 대학생 등과의 간담회도 7차례 진행했다. 권성동, 김기현, 윤상현 의원은 지난 10일 대구 북구을 당원연수에 강연자로 나섰다. 지난 3일에는 권 의원, 김 의원, 나 전 의원,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 등이 경북 칠곡 당원연수 행사장에 모였다.
그러나 당대표 선출시 당원투표 비율을 늘리면 차기 총선을 지휘하는 대표의 중도확장성이 작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나와 “당원들끼리만 했을 경우에 정상적인 사람을 추려낼 수 없다고 생각해서 외부 여론조사를 했던 건데, 엄격하게 보면 무당층이 45% 가까이 되고 그 사람들의 향배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며 “우리 당 대표라지만 우리 당만 가지고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롤을 변경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원래는 당대표를 뽑는데 외부인이 들어갈 필요가 없으며 당 내부에서 뽑아야 한다”라며 “다만 느닷없이 당원들로만 대표를 선출하겠다고 하면 그 이유가 분명해야 하고 당의 의견수렴 과정이 적어도 선거 직전은 피해서 이뤄져야 한다. 모든 법이 그렇듯 적용 기간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볼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