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언론계 '유리천장' 허무는데···한국은 女편집장 비율 저조

WSJ·WP·로이터, 여성 편집장 활약 국내는 일간지 全無에 2곳만 재직

2022-12-13     이상무 기자
신임 월스트리트 편집장이 된 영국 언론인 엠카 터커(Emma Tucker) /월스트리트저널 홈페이지

서방 언론계에서 잇달아 '금녀의 벽'으로 여겨졌던 편집국장 자리에 여성을 임명하는 등 '우먼 파워'가 막강해지고 있다. 반면 한국은 유력 언론사의 여성 편집국장 비율이 아직도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미국 대표 경제 일간지인 월스트리트저널(WSJ) 차기 편집장에 영국 언론인 엠마 터커(56)가 지명됐다. WSJ가 1889년 창간된 후 133년 만의 첫 여성 편집장 기록이다.

터커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철학·정치학·경제학(PPE)을 공부하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FT위켄드 편집장을 거쳐 2020년 1월부터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의 일요판인 선데이타임스의 편집장으로 역임했다.

터커는 현 편집장과의 인수인계 과정을 거친 뒤 오는 3월부터 본격적으로 WSJ의 지휘를 맡게 된다. 터커는 “오랫동안 독자로서 WSJ을 선망해 왔다”라며 “뛰어난 신문의 편집 책임을 맡게 돼 영광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앞서 미국의 또다른 대표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해 5월 샐리 버즈비(56)를 새 편집국장에 임명해 ‘유리천장’을 깼다. 뉴욕타임스(NYT)의 경우 WP보다 10년 앞선 2011년 9월 질 에이브럼슨을 첫 여성 편집국장에 임명한 바 있다. 

영국의 로이터통신도 지난해 4월 이탈리아 출신 알렉산드라 갈로니(48)를 새 편집국장에 임명했다. 갈로니는 로이터의 이탈리아어 뉴스 부문에서 기자로 시작해 WSJ 정치부, 산업부를 거쳐 2013년 로이터로 돌아왔다.

이밖에도 영국의 FT는 2019년 여성 룰라 칼라프를 편집국장에 임명했고, 가디언 역시 2015년부터 캐서린 바이너 편집국장 체제를 이끌고 있다.

국내 언론계 여성 임원 비율은 선진국에 비해 저조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

한국 언론계에서 여기자의 위상은 어떨까. 여성기자협회가 지난 10월 발간한 ‘저널W’ 2022년호에 따르면 현역 여성 편집국장은 주요 종합일간지에서 전무한 상황이다. 다만 통신사인 연합뉴스 편집총국장과 방송사 채널A 보도본부장은 여성이 맡고 있다.

종합일간지 중 최초로 여성 편집국장을 배출한 곳은 한겨레다. 중앙일보도 2017년 이정민 편집국장을 선임한 바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국민일보는 아직도 여성 편집국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이 같은 실정은 국내 언론계에 만연한 '구조적 한계'와 관련이 있다. 저널W에 따르면 32개 주요 언론사의 상무급 이상 임원 성비를 조사한 결과 전체 152명의 임원 중 여성은 단 9명(5.92%)뿐이었다. 

여성 임원이 있는 언론사는 내일신문과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JTBC, 파이낸셜뉴스, SBS 등 7곳에 불과하다. 여기자의 경우 남기자에 비해 결혼과 출산에 따른 이직률이 높다는 점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국장과 실장, 본부장 등 국·실·본부장의 평균 여성비율은 전년 11.11%(153명 중 17명) 보다 소폭 증가한 14.09%(149명 중 21명)로 나타났다. 부국장급 에디터와 부본부장, 부국장의 여성 평균 비율은 12.72%(173명 중 22명)로 전년 15.50%(129명 중 20명)보다 3%p 떨어졌다.

여성기자협회는 “전체 언론인 중 약 30%가 여성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며 “그런데 협회 조사 항목 중 이 평균 비율을 상회하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아직도 한국 언론사에서 여성들이 가야할 길은 멀고 뚫어야 할 천장은 높다”고 지적했다.

국내 신문사에 재직중인 익명의 한 여기자는 이날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현실적으로 여성이 언론계의 높은 자리로 진출하기엔 벽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여기자들도 노력해야겠지만 승진 심사를 성별이 아닌 실력 위주로 평가하는 문화가 정착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