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은의 필사(FEEL思)] 일은 성실하게 사랑은 관대하게

『태도에 관하여』 임경선, 한겨레출판사, 2015

2022-12-17     최영은 기자

여느 독서가들과 비교했을 때 독서량이 평균에 미치지 못할 겁니다. 책에서 읽은 것을 잃지 않고자 필사를 합니다. 책 속에서 제가 느낀 감정(feel)과 생각(思)을 여러분께 전달합니다.

삼십 대 중반에 들어선 나는 어떻게 살아야 옳은지, 잘 사는 건 무엇인지 아직도 잘 모른다. 그렇기에 실수하고 뒤돌아서 이마를 탁 치는 순간이 잦다. 그런 순간이 이어지고 그 순간마다 흔들리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내 삶을 지켜보며 그때그때 알려주는 선생님이 한 분 계셨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아쉽게도 그런 분이 내겐 없다.

만약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일과 사랑’에 대한 태도를 일러주는 인생 선배가 있다면? 독일 철학자 프로이트도 말하지 않았던가. “사랑과 일, 일과 사랑, 그게 전부다”라고.

일과 사랑에 관한 태도를 말해주는 인생 선배 임경선의 에세이『태도에 관하여』는 자발성, 관대함, 정직함, 성실함, 공정함이라는 다섯 가지 태도들을 이야기한다. 그 중 ‘일과 사랑’에 관한 부분을 함께 나누고 싶다.

『태도에 관하여』필사 /최영은 

나이에 비해 아직 커리어를 제대로 쌓지 못한 나는 이제 2년 차에 접어든 언론사 직장인이다. 우당탕탕 회사 생활을 하기에도 벅차지만 일에 관한 태도를 생각하던 요즘이었다. 갈피를 잡을 수 없던 참에 지나칠 수 없는 문장이었다.

가타부타 할 것 없이 일의 ‘본질’만 생각하면 될 것을 왜 이리저리 잡생각을 했을까. 나 자신을 통제하며 사람들과 조율할 줄 아는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열심히 일할 것. 결국엔 열심히 한 것만이 끝까지 남기에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 그리고 조직 생활의 규율을 지키는 것. 그게 바로 일을 대하는 태도라고.

몇 살이 되었든, 지금 있는 자리에서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자. 변화의 전후 나의 모습을 재단치 말고.

『태도에 관하여』필사 /최영은 

사랑하는 상대 앞에서 자신 있게 무력해지는 것, 진정한 용기가 아닐까. 사랑 앞에서 주춤거리고 스스로를 방어하기에 급급한 태도는 지금 당장에는 아무런 상처도 에너지 소모도 없게 할지 모르지만 그 끝에 남는 것이 무엇일까.

혹자는 이러한 생각에 고개를 저을 수도 있다. 요즘 시대 연애 방식으로 밀당(밀고 당기기)하며 재고 재는 관계. 나는 반대한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기꺼이 그 앞에서 무력해질 수 있고 내 모든 것을 내어줄 수 있지 않을까. 무조건적인 헌신과 희생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태도에 관하여』필사 /최영은 

마음의 크기를 계산하지 말고 주자. 사랑 그 자체가 찾아온 것을 소중히 여기며, 타인에게는 관대하게 대한다면 그 관대함의 끝에는 결국 나를 사랑하고 용서하는 힘의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임경선의 에세이 『태도에 관하여』

성숙한 사랑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명쾌한 답. 상대의 자유를 인정하고 서로 예의를 지키자. 기꺼이 동의한다. 상대를 시험에 들게 하지 않는 것. 사랑하기로 했으니 그 대상을 믿으며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 건강한 관계란 무엇일까에 대한 답이 아닐까.

임경선은 말한다. 일과 사랑에 있어서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 바로 사랑은 관대하게, 일은 성실하게라고

일과 사랑 모두 놓칠 수 없기에. 어느 하나도 제대로 이루기 어려운 나날, 당신도 나와 같다면 일독을 권한다나의 태도들을 바라보게 해줄 또 하나의 특별한 독서 경험이 될 것이다. 그리고 태도들을 마주할 때 어떤 실패 앞에서도 어설픈 위로나 정신 승리를 하지 않는 단단한 사람들이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