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기 더봄] 저질러서 한 후회보단 못해본 아쉬움이 더 크다

[백만기의 은퇴생활백서] 어른도 친구를 만나면 동심으로 돌아가 인생 2막은 구경꾼보다 주인공 되는 삶

2022-12-15     백만기 위례인생학교 교장

은퇴 후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정기적으로 하우스 콘서트를 열고 있다. 아마추어이긴 하지만 대학 다닐 때 연주했던 경험이 있어 제법 프로다운 면모도 있다. 한 친구가 음악회를 앞두고 리허설하는 도중에 “프로가 잘할까, 아마추어가 잘할까?” 하고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옆에 있던 친구가 “당연히 프로가 잘하지!” 하고 대꾸하자 그는 아마추어가 더 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그것을 업으로 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달린 것이지 실력의 우위를 가리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아마추어는 좋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오히려 프로보다 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주장이 연습을 열심히 하지 않는 나를 겨냥한 말 같아서 겸연쩍게 웃었다.

우리가 연주한 곡은 주로 70년대 유행했던 음악이다. 다른 음악회와 달리 맥주를 마시면서 즐기곤 해서 제법 시끌벅적하다. 참석자들은 50·60세대가 비교적 많았다. 같은 추억을 지니고 있으니 서로 친구처럼 느껴진다. 한참 흥이 나면 무대 앞에서 춤을 추는 회원도 있다. 아버지는 자녀 앞에서 제법 근엄한 척해도 친구를 만나면 이렇게 동심으로 돌아간다.

어른도 친구를 만나면 동심으로 돌아간다. /백만기

한 번은 음악회를 마치고 악기를 정리하는데 나이 지긋한 사람이 옆에 다가와 내게 이런 말을 하며 아쉬움을 표한다. “좀 더 연주를 계속했더라면 나도 춤을 추었을 텐데” 그러나 그때는 이미 막을 내린 후였다. 물건을 살까 말까 할 땐 사지 않는 게 좋지만 뭔가를 할까 말까 할 땐 저지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여행을 가서 그곳 주민들의 동네 축제를 보면 모두 밝은 표정으로 적극적으로 놀이에 참여한다. 작은 마을은 거의 반 이상의 주민이 참가하는 곳도 있다. 연주 솜씨가 그렇게 뛰어나지 않더라도 그들은 그 시간을 기꺼이 즐긴다.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저 구경꾼으로만 있으려고 하지 놀이란 바다에 풍덩 빠지기를 주저한다. 혹시나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볼까 두려운 것이다. 그 기저에는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도 있듯 어릴 적부터 가정에서 너무 안전 위주로 교육했기 때문이 아닐까.

유대인들은 자녀가 13세가 되면 <바르 미츠바>란 성인식을 거행한다. 식에 참석한 일가친척들이 당사자에게 금일봉을 주는데 중산층의 가정이라면 그 돈이 약 4만 달러에 달한다. 아이는 그 돈을 앞으로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를 그곳에 모인 하객들에게 밝힌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릴 적부터 가정에서 부모에게 밥상머리 교육을 받는다.

유대인들은 이럴 적부터 부모에게 밥상머리 교육을 받는다. /게티이미지뱅크

아이가 커서 대학을 졸업할 때쯤 되면 그 돈이 일개 회사를 창업할 수 있는 종잣돈이 될 수 있다. 이스라엘에서 창업을 꾀하는 벤처기업이 많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시행착오를 경험하며 창업에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경험이 성공을 위한 밑거름이 된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녀가 창업하기보다 공무원이 되기를 바란다. 정년이 보장되어 있고 직업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제법 큰 기업에 다니던 회사원도 사표를 내고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기도 한다. 개인을 위해서는 모르겠지만 국가나 사회를 위해서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이런 안전 위주의 경향은 은퇴 후에도 이어진다. 노후 자금 운용도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에 투자하면 안 된다고 배운다. 창업은 더더구나 말린다. 어렸을 적부터 은퇴 전까지 거의 생의 대부분을 안전 위주의 삶을 살았는데 도대체 도전적인 일은 언제 하라는 말인가.

배는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가 제일 안전하지만 배의 건조 목적은 그게 아니다. /백만기

지금까지 안전하게 살았다면 인생 2막은 좀 더 도전적인 일을 권하고 싶다. 배는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가 제일 안전하지만 그런 용도로 배가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배는 바다로 향할 때만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의 인생도 그와 같다. 

심리학자의 전언에 의하면 저질렀던 일에 대한 후회는 시간이 흐를수록 적어지고 하지 않았던 일에 대한 후회는 반대로 커진다고 한다. 실제로 호스피스 현장에서 보니까 죽어가는 사람들이 후회한 것은 그동안 남의 눈높이에 맞춰 사느라 정작 자신이 원하던 일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걸 죽기 직전에서야 깨닫는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인생 2막은 바로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