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개시명령" 尹 강경 대응에도···노정 갈등 장기화, 왜?
정부 운송업계 사상 처음 29일 국무회의서 발동 불명확한 요건·모호한 문구 위헌 논란 소지 예상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정부의 '안전운임제' 조처에 반발해 파업을 엿새째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면서 위헌과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와 노동계의 이 같은 강대강 대치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52회 국무회의에서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해 어떠한 정당성도 없다"고 지적하며 "법과 원칙에 따라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멘트 분야 운송 거부자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이번 업무개시명령은 2004년 제도가 도입된 이후 화물연대를 상대로 처음 적용되는 사례다. 과거 의료계를 상대로 세 차례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된 적이 있다. 업무개시명령 대상자는 시멘트 운수 종사자 2500여 명이며 관련 운수사는 201곳이다.
일단 업무개시명령은 종사자들이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를 거부해 큰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럴 우려가 있으면 정부가 업무개시를 명령할 수 있다. 현재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업무개시명령 발동 요건에 부합하느냐는 여부다. 이는 화물연대 파업이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나와야 한다. 나머지는 현재 상황이 심각한 국가경제 위기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이 부분에 대해 정부와 화물연대의 주장은 배치되고 있다.
화물운송 종사자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지면 명령에 따른 이행 여부가 후속 절차로 진행된다. 구체적 기준은 없지만 업무개시명령을 송달받은 운송사업자 및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복귀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운행정지, 자격정지 등 행정처분과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강제 발동해도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업무개시명령 발동 요건이 '커다란 지장, 심각한 위기, 정당한 사유' 등인데, 모호한 문구로 이뤄져 있어 위헌 논란이 최초 제도 도입 당시부터 있었기 때문이다.
또 국제노동기구(ILO)와 우리 헌법에서는 기본적으로 강제 노동을 금지한다. 노동은 자신의 의사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헌법 정신이자 국제법 조약인데 업무개시명령은 이런 부분과 충돌되는 부분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가 사상 초유의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게 된 이유는 안전운임제를 둘러싼 노정의 이견 때문이다. 애초 정부는 지난 6월 1차 파업 이후 화물연대와 합의를 도출했다고 했지만, 쟁점인 안전운임제 문제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정부는 안전운임제를 3년만 연장, 품목 확대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면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의 영구화, 품목 확대를 요구한다.
명령이 발동되면 운수종사자는 명령을 전달받은 다음날까지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하지만 화물연대는 위헌 소지가 있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노정 갈등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응주 화물연대 교육선전국장은 "헌법상 강제노동금지 원칙 위반, 업무개시명령이 운수종사자인 화물노동자의 기본권 침해를 정당화 요건인 국가경제의 심각한 위기 초래 우려라는 추상적 법익 간의 불균형(과잉금지원칙 위반) 등을 근거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본다"며 "다른 모든 국민과 마찬가지로 화물운수종사자는 직업의 자유를 누리며, 여기에는 직업을 수행하거나 수행하지 않을 자유 및 영업의 자유가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법무법인 덕수 소속 김예림 변호사는 "본질적인 자유를 침해하면 문제가 되지만 공공의 이익이 이를 앞서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 수 있다"며 "다만 명령이 발동되면 화물연대에서 효력을 정지시키기 위한 가처분 신청을 할 수 있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