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 더봄] 멋진 전원주택 지으려다 맹지라서 포기한 사연

[김성주의 귀농귀촌 이야기] 건축물 새로 지을 땐 도로가 중요 눈으로 보인다고 다 도로가 아냐 농가 구입할 때도 꼼꼼히 살펴야

2022-11-26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충청남도로 정착하기로 작정하고 3년을 준비한 김윤정 씨(54)는 지금 집 때문에 난감하다. 사과 과수원이 꿈이어서 서울의 집을 팔고 농지와 임야를 취득하였다. 귀농귀촌 교육을 200시간이나 이수하였고 지난해부터는 서울과 예산을 오가며 과수원을 준비하였기에 영농희망자로 인정받아 농업경영체등록증까지 받을 준비까지 했으니 순조로워 보였다.

마지막 정착 단계라 생각을 하고 집을 지으려고 준비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주택 신축이 불가하다는 군청의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유는 집으로 지으려는 토지에 도로가 없기 때문이란다. 동구밖 과수원 길에 아담한 집 하나 지으려 했는데 그 과수원 길이 법정 도로가 아니라는 것이다. 맞다. 그 길은 농로이지 도로가 아니었다.

경치가 좋다고, 자기 땅 안이라고 아무 곳에나 집을 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집을 지으려면 도로가 붙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차가 다니는 길이라고 다 도로가 아니다. 농로이거나 구거일 수도 있다. 안동하회마을 /사진=백영건 기자

귀농귀촌 희망자들에게는 자신이 취득한 농지에 어떤 작목을 심을지, 어떻게 시설을 배치할 것인지, 어떻게 소득을 올릴지가 관심사다. 그리고 집을 짓는 것에 관심이 많다. 여기서 눈 크게 뜨고 살펴볼 것이 있다. 집을 지으려면 도로가 붙어 있어야 한다. 주택이나 창고를 신설할 때 도로에 접하거나 연결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건축하지 못한다는 규정이 있다.

도로라고 생각했는데 법정 도로가 아니라 농지이거나 농로이거나 구거일 수 있다. 구거(溝渠)란 도로나 하천의 부속 시설로서 용배수 목적으로 일정한 형태를 갖춘 인공적인 수로를 말한다. 작은 도랑이라 생각하면 되는데 그 도랑을 매립하여 차가 다니는 경우들이 있다. 그래도 구거이다. 차가 다니는 길이니까 도로이거니 해서 농가 주택을 지으려 했는데 허가가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결국 그 땅은 맹지라는 의미이다.

농사만 지을 목적이라면 맹지여도 상관없지만 그 안에 시설물을 신축하려면 도로를 신설하거나 복구하고 사용 승낙서를 받아야 하는 등의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른다.

김씨가 놓친 것이 그 부분이었다. 처음엔 과수원과 밭을 조성한다는 생각만 하고 농지를 구입하였다. 나중에 집까지 지어볼까 해서 군청에 가서 상담을 하니 맹지라서 어렵단다. 김씨는 할 수 없이 농막만 짓고 거처를 읍내로 정했다. 농장과 집이 다소 거리가 있어 불편함이 있지만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사례가 꽤 있다. 다들 ‘맹지’가 무엇인지는 들어봤을 것이다. 맹지란 타인의 토지에 둘러싸여 도로에 직접 연결되지 않은 토지이다. 땅을 알아볼 때 맹지를 조심하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차가 드나들 수 있는 길이 있길래 당연히 도로라고 생각하고 무심코 넘기는 수가 있다. 나중에 건축 행위가 안 된다. 창고를 지으려고 해도 지을 수 없다.

새로 신축하지 않고 농어촌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 그때는 토지 대장과 건축물 대장, 토지 등기부, 건물 등기부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그리고 지상권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안동하회마을 /사진=백영건 기자

도로가 없는 맹지니까 도로를 내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매우 힘들다. 단순히 사람이 다니는 길이나 농기계가 다니는 길을 낸다고 해서 도로가 아니다. 농로, 임도가 그렇다. 도로가 사유지일 경우에는 토지 사용승낙서를 받는 방법이 있지만 도로 소유가 여러명인 경우에는 일일이 도장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요즈음 시골 땅은 주인들이 멀리 외국을 나가 사는 경우가 많다.

새로 신축하지 않고 농어촌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 그때는 토지 대장과 건축물 대장, 토지 등기부, 건물 등기부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그리고 지상권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토지 소유자와 건물 소유자가 다른 농가주택들이 있다. 토지만 구입할 때 부수적으로 건축물이 이전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