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카타르] 무지개 셔츠 입은 美 기자, 25분간 감금당해

성 소수자 상징 티셔츠 입었다 봉변 무지개색 모자 쓰다 압수당하기도

2022-11-22     김현우 기자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을 사흘 앞둔 이달 17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의 스타디움974에서 여성 경찰관들이 경기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2022년 월드컵이 열리고 있는 카타르에서 무지개색 셔츠를 입었다는 이유로 한 기자가 감금되는 헤프닝이 발생했다. 

22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에 따르면 미국 CBS 소속 스포츠전문 기자인 그랜트(Grant Wahl)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카타르 월드컵 보안요원이 성소수자 인권 지지를 상징하는 티셔츠를 입은 이유로 나를 25분 동안 감금했다"고 전했다. 

그랜트는 이날 진행된 미국과 웨일스 간 조별리그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카타르 알라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으로 향했다. 그런데 해당 경기장 보안요원은 무지개색 티셔츠를 입은 그랜트를 구금하고 티셔츠를 벗고 경기장에 입장할 것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랜트는 "보안요원은 내 핸드폰을 빼았고, 티셔츠를 벗으라고 강요했다. 그래야 경기장에 입장할 수 있다고 했다"며 "25분간 감금당했고, 이후 다른 경호원이 들어와 경기장으로 들여보내 주겠다고 했다. 그들은 나에게 '팬들로부터 당신을 보호하려는 것뿐'이라고 해명했다"고 설명했다. 

카타르에서 성소수자 인권 지지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티셔츠를 입고 월드컵 경기장에 들어가려다 보안요원에게 25분간 감금당했다고 주장하는 그랜트 미국 CBS 기자. /트위터

물건을 뺏긴 경우도 있다. 이전 웨일스 국가대표 선수였던 로라 맥알리스터는 무지개 모자를 쓰고 경기장에 들어가려다 보안요원에 제지당했다. 결국 요원에게 모자를 압수당한 후에 경기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맥알리스터는 이 사실을 트위터에 공개한 뒤 "이 문제에 대해 진행요원들과 얘기를 나눴다"며 "여전히 우리의 가치를 지지할 것"이라고 했다.

카타르는 동성애 결혼을 금지하는 국가다. 결혼하지 않은 남녀가 성관계를 가져도 처벌받는다. 카타르는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법'에 따라 동성연애 및 혼외정사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성소수자협회 아시아사무소(ILGA ASIA)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그들의 법을 존중하지만, 월드컵 기간 카타르를 방문한 인원 중 외국인에겐 샤리아법을 강요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전 세계가 어우르는 축제인 만큼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