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없는 바닥에 살 듯"···네옴시티, 계층 계급화 건설업계도 우려

전문가 "부자는 상부층 서민은 하부층 거주" 높이 500·폭 200m 더 라인···일조량 '문제' 인권단체 "더 라인 때문에 원주민 강제 이주"

2022-11-21     김현우 기자
네옴시티 더 라인 조감도 / 네옴시티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미래형 신도시 '네옴시티 더 라인' 프로젝트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좁은 폭과 높은 벽으로 인해 '더 라인' 도심 속 햇빛이 들어오는 공간이 한정적이면 일명 '부자'는 상층부에 '서민'은 하층부에 거주하게 되는 등 빈부 격차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21일 여성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국내 건축가 사이에선 사우디아라비아의 신도시 계획 '네옴시티 더 라인'에 대해 '새로운 빈부 격차를 낳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네옴시티는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약 1000㎞ 떨어진 서북부 사막과 홍해 인근에 건설되는 스마트시티다. 

네옴시티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사업도 초고층 압축도시 ‘더 라인’이다. 롯데월드타워(555m)와 맞먹는 높이 500m, 그리고 폭 200m의 빌딩 숲이 서울에서 강릉까지 거리인 무려 170㎞에 쉼 없이 펼쳐진다.

이를 두고 국내 전문가 사이에선 '일조량'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햇빛이 더 라인 도심 속으로 충분히 들어올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서덕석 한라대 건축학부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너무 높은 양쪽 벽 때문에 햇빛이 온종일 도심 최하층부까지 닿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도심 하층부엔 햇빛이 전혀 닿지 않는 공간이 생기게 되고, 상층부에만 자연광과 자연 바람을 쐬게 되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최근 공개한 '더 라인' 조감도를 보면, 더 라인 내부에는 양쪽 벽을 잇는 '메스'라고 불리는 다리 형 구조물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전문가는 해당 메스 때문이라도 빛이 도심 하층부까지 닿기는 매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네옴시티 더 라인 도심 속 모습 /네옴시티

정상만 공주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도 본지에 "조감도를 보면 건물 양측을 잇는 메스가 다양하게 돌출되어 있는데, 200m 폭과 500m 높이도 문제지만 해당 메스 구조로 인해 일조량이 더욱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햇빛을 잘 받을 수 있는 상부층부터 일조량이 약한 하부층까지 경제적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추측이 제기된다. 비정부 기구 국제 엠네스티 관계자는 최근 BBC와의 인터뷰에서 "네옴시티 더 라인 자체가 상류층을 위한 공간"이라면서도 "다만 그 안에서도 도심 환경 관리와 설비 보수 및 유지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살 텐데, 이들이 상부층에 거주하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햇빛과 바람이 부족한 아래층에 모여 살게 되면서 미래형 빈부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 라인 건설에 따른 인권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네옴시티 개발 지역은 사우디 북서쪽의 2만 6500㎢ 면적을 가지고 있다. 해당 지역엔 사우디 정부가 개발을 시작하기 전 원주민이 거주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외신 보도 내용을 보면 유목민인 베두인족 출신 후와이타트족이 네옴시티 예정지에 살고 있던 원주민이다. 당초 사우디 정부는 네옴 프로젝트가 낙후된 지역에 일자리를 만들고 부를 창출할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이 지역 주민들은 어떠한 혜택도 누리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또한 해당 지역 인권 운동가들은 거대 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마을 2개가 사라졌고, 2만 명의 후와이타트족이 적절한 보상도 없이 강제 이주를 당했다고 전했다.

원주민 살해 의혹도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 2020년 4월 압둘라힘 알후와이티라는 사우디 북서부 도시 타부크에 거주하는 원주민은 정부의 이주 요청을 거부하고 온라인에 동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며칠 후 그는 사우디 보안군의 총에 맞았다. 

최대 신도시 프로젝트인 네옴시티 더 라인을 두고 세계 각국 인권 단체에선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인권 유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이를 두고 파하드 나제르 워싱턴DC 주재 사우디 대사관 대변인은 "네옴시티 건설을 위한 후와이타트족 강제 이주 의혹과 알후와이티 살해 사건은 사소한 사건"이라며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