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주파수 지원 단말기도 없어"···3년 만에 막 내린 5G 강국

정부, 이통3사 28㎓ 할당 취소 참여율 10% 밀리미터파 사업 재할당 계획 성공 가능성 낮아

2022-11-19     이상헌 기자
서울시내 한 통신사 매장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통신 3사의 '아픈 손가락'인 28㎓ 5G 주파수 사업이 '이용자 편익'이라는 당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소비자의 '미래 이익'을 훼손하며 좌초했다.

첫 상용화가 한국에서 시작된 5세대 이동통신(5G)의 가장 큰 특징은 대부분 무선통신에서 사용하는 6㎓ 이하 대역뿐만 아니라 24㎓ 이상의 고주파수 대역인 밀리미터파(mmWave) 대역까지 지원한다는 점이다. 이를 완비하려면 공공시설과 농·어촌을 중심으로 28㎓ 대역 5G 기지국을 설치하는 것이 필수다.

하지만 정부가 주파수를 할당한 지 3년이 넘는 현재까지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구축한 28㎓ 대역 장치는 당초 약속한 물량의 10%대에 불과했다. 또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5G의 고속도로 격인 28㎓ 주파수를 지원하는 스마트폰 단말기도 전혀 없는 상황이다.

18일 정부는 이동통신 3사(SK텔레콤, LG유플러스, KT)의 5G 28㎓ 기지국 수가 당초 주파수 할당 조건에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에 따라 주파수 할당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윤석열 정부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이동통신사의 책임을 묻고, 내년에 재할당을 시행할 예정이다.

주파수는 곧 통신 품질과도 직결된다. 정부가 지난 2018년 3.5㎓ 대역과 28㎓ 대역에 800㎒ 폭 이상 공급을 허용한 이유는 최대의 5G 통신 성능 구현을 위해서다. 당시 이동통신 3사도 당시 28㎓ 대역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평가 결과, 3.5㎓ 대역의 경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각각 93.3점, KT는 91.6점을 받았으며, 3개 사업자 모두 70점 이상을 받아서 할당 조건을 이행했다. 반면 28㎓ 대역의 경우 SK텔레콤은 30.5점, LG유플러스는 28.9점, KT는 27.3점이라는 매우 실망스러운 점수가 나왔다. 이에 SK텔레콤에는 이용 기간 6개월 단축, KT와 LG유플러스에는 할당 취소 처분을 각각 통지했다.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이번 조치를 취했다는 입장이다. 주파수 할당 공고문을 보면 "30점이 미치지 못하는 정도의 의무를 해태한 경우에는 할당 취소가 된다"라고 적시돼 있다. 박윤규 2차관은 SK텔레콤보다 KT·LG유플러스에 더 강한 징계 처분을 내린 것에 대해 "KT·LG유플러스의 경우 다른 기회를 줄 무슨 재량의 여지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 한 엔지니어가 아파트 단지에 설치된 통신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SK텔레콤

주파수 28㎓는 직진성이 강하고 투과율은 낮아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용으로 사용하기 어렵다는 한계는 있었다. 하지만 SK텔레콤이 지하철 와이파이에서 활로를 찾아 28㎓ 통신장치 공급에 뛰어들었다. 이에 정부는 현재 추진 중인 설비 장치에 대한 구축·운영은 지속할 것을 통보했다.

SK텔레콤에 내려진 처분 내용을 보면 해당 주파수 이용 기한이 내년 5월 31일로 돼 있다. 다시 말해 반년 내 1만5000개 장치를 구축하지 못하면 자동 취소가 되는 구조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이 처음 기대한 서비스 개선이 물거품 된다.

최우혁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같은 우려가 제기되자 "국내에 관련된 단말기가 하나도 없다"며 "직접적으로 이용자가 이용하고 있는 부분이 없다"고 설명했다.

물론 현재의 통신 품질에 만족하는 소비자들 입장에선 정부의 이번 조치가 피부로 와닿지 않을 수 있다. 이종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이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반 소비자들이 설비 구축 취소로 인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 품질 저하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정부가 앞서 무리한 투자를 계획한 것은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외에 비해 성숙하지 못한 국내 28㎓ 생태계는 한국의 이동통신 강국 지위를 흔들 수 있는 위험 요소다. 대통령실은 이동통신 사업자가 더욱 빠른 5G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외면한 것으로 규정했다.

기존의 할당 정책이 이미 실패한 상황에서 신규 사업자 유치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는 외국인이 신규로 참여할 가능성도 열었다. 현행법상 외국인은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할 수 없고 지분 참여도 49%로 제한된 상황인데 박 차관은 "(외국인이 신규 사업자로 참여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