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맛 본 로슈, 에자이는 환호···차세대 치매 치료제 윤곽

로슈 간테루네맙, 인지 기능 저하 입증 실패 에자이 레카네맙, 치매 개선 27% 효과 입증 엇갈린 임상 결과에 양 사 분위기 천차만별

2022-11-17     김현우 기자
치매 치료제 시장 선두주자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로슈 로고(왼쪽)와 에자이 로고. /여성경제신문

치매 치료제 시장을 이끌어 갈 차세대 주자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로슈는 자사 치매 치료제 후보군이 임상시험에 연이어 탈락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반면 지난해 아두카누맙 실패로 쓴맛을 본 에자이의 치료제 레카네맙은 미국 식품의약국 최종 승인만 기다리고 있다.

16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해보면 로슈는 경도인지장애 환자 대상 치매 치료제 후보군 간테네루맙의 임상 3상 실패 소식을 최근 전했다. 이보다 앞서 로슈는 크레네주맙이라 불리는 또 다른 치매 치료제 후보군을 선보였지만, 이 또한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 

로슈에 따르면 임상 3상에 실패한 간테네루맙은 30개국 총 1965명을 대상으로 27개월 동안 임상 시험을 진행했다. 시험 대상자에게 최대 용량 510mg 간테네루맙군을 2주 간격으로 투여했다. 분석 결과 간테네루맙군에서 치매 발생 요인으로 알려진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 제거 수준이 예상보다 낮게 나와 임상 3상을 통과하지 못했다. 

치매 치료제 개발 현황 /여성경제신문

현재까지 치매를 치료할 방법은 없다.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치매 환자의 뇌에 아밀로이드베타라는 단백질이 형성되는데 이 단백질이 모이는 정도에 따라 경증-중증 치매로 이어진다는 가설이 나온다. 간테네루맙·레카네맙 등 치매 치료제는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 수치를 낮추기 위함이 그 목적이다. 

하지만 로슈의 간테네루맙은 이를 입증하기 위한 최종 임상 시험에서 효과를 증명하지 못해 실패하게 됐다. 

최호진 대한치매학회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뇌 속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치매 원인이라는 '아밀로이드베타 가설'에 기반해 개발 중이던 치료제"라며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고 뇌의 면역 세포(미세아교세포)를 활성화해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제거 및 추가 축적을 방지하도록 설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비 갈라웨이(Levi Garraway) 로슈 최고 의료 책임자는 "실망스럽다"며 "임상 결과는 우리가 기대했던 것이 아니다. 다만 임상 과정에 있어서 수집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로슈 주가 추이(1년) /구글

로슈가 총 두 번의 치매 치료제 개발에 실패하면서 경쟁사인 에자이는 축제 분위기다. 에자이가 개발하고 있는 치매 치료제 레카네맙은 해당 약물의 임상 3상 시험에서 인지 저하를 27% 늦췄다고 발표했다.

에자이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 "레카네맙의 임상 3상 시험 결과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개선하는 효과를 입증했다"며 "특히 내년 1월 FDA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인데 이르면 내년 4~5월 미국에서 시판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 아두카누맙보다 부작용 수치도 적게 나와서 전망이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내 치매 환자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묵인희 서울대 의대 교수는 "아두카누맙은 부작용이 30%나 있고 레카네맙은 부작용이 12%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인지기능도 27% 정도 효능을 보이니 쓸 수 있는 약이 레카네맙이 유일한데 사실 적극적으로 치료를 원하는 환자나 의사의 입장에서는 처방할 수밖에 없는 약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에자이 주가 추이(1년) /구글

하지만 치매 치료제에 대해선 여러 전문가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아두헬름을 신속 승인한 FDA도 치매 치료에 대한 이번 승인은 이후 진행될 추가 임상 연구 및 임상적 유용성에 따라 재평가할 수 있다고 조건을 걸었다. 유럽연합(EU)과 일본에서도 치매 치료제에 대한 허가 승인을 보류한 상태다. 

에자이는 아두카누맙 개발 당시에도 전문가들로부터 효능에 충분한 증거가 없다는 등의 의문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당초 아두카누맙은 임상시험 2건을 동시에 진행하다가 성공 가능성이 없다는 중간 평가가 나와 2019년 시험을 중단하기도 했다. 그런데 불과 몇 달 후 해당 임상과 관련한 추가 데이터를 검토해보니 약 효과가 확인됐다고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 투여량을 높인 일부 환자에게 약효가 있었다는 점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중앙약심위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치매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허가 논의를 하는 것은 이해되지만 통계적 관점으로 보면 아두카누맙의 경우 실패한 임상이다. 레카네맙도 27%의 치매 개선 효과로는 사실 효과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기웅 서울대 정신의학과 교수도 본지에 "치매처럼 퇴행성 뇌질환은 다른 질환과 다르게 병의 진행 교정을 통해 삶의 질 향상을 꾀하는 것이 목표"라며 "레카네맙의 인지 기능 개선 27%라는 수치는 충분히 치매 진행도를 늦출 수 있는 수치다. 치매 환자와 가족의 절박함을 위로해 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