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대응·IRA 개정 물꼬···尹대통령, 순방서 '국익' 챙겼다

尹 '담대한 구상'에 미일 정상 지지 바이든 "韓 기업 기여 고려해 IRA 논의" 전문가 "형식·내용 제대로 갖춘 회담"

2022-11-14     이상무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남아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를 통해 ‘프놈펜 성명’을 채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국의 안보·경제 이슈를 논의함에 따라 국익을 챙기겠다는 목적 달성이 순조로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일 정상은 최근 심화된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한목소리로 강력히 규탄했다. 3국이 포괄적인 성격의 공동성명을 채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프놈펜 성명에는 "안보리 결의에 따른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공약을 재확인한다.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국제사회의 강력하고 단호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이 천명한 '담대한 구상', 북한에 억류된 대한민국 국민의 석방을 지지했다. 또한 3국 정상은 3국 간의 '경제안보대화체' 신설에 합의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9년 8월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압박 카드로 지소미아 종료를 일본 측에 통보했지만, 미국의 압박 등으로 종료 통보의 효력을 유예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성명에서 3국 정상은 "미사일로 야기될 위협에 대한 각국의 탐지·평가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자 한다"고 밝혀 지소미아 기능의 정상 회복을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한·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한일, 한미 회담을 했다. 45분간 진행된 기시다 총리와 회담에서는 북핵 대응을 비롯해 양국의 난제였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도 긴밀히 논의됐다.

대통령실은 이날 회담 후 “두 정상이 양국 간 현안과 관련해 외교 당국 간에 활발한 소통이 이뤄지고 있음을 평가하고, 조속한 해결을 위해 계속 협의해 나가자고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50분간 회담을 갖고 한국산 전기차를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개정 이슈를 테이블에 올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기업들이 자동차, 전기배터리 등의 분야에서 미국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며 "이러한 점을 고려해 인플레감축법의 이행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화답했다.

선천성 심장질환 환아 찾은 김건희 여사 /연합뉴스

이번 순방에선 동행한 김건희 여사의 행보도 눈길을 끌었다. 김 여사는 캄보디아 측이 주최한 갈라 만찬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팔짱을 낀 채 기념사진을 찍었다. 또한 프놈펜에서 사흘 연속 선천성 심장질환 환아의 치료를 지원하는 일정을 소화했다. 

김 여사가 환아를 안고 찍은 사진을 두고 야권에선 오드리 햅번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코스프레'라는 비난을 가했지만,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 출신인 김연주 시사평론가는 페이스북에서 "국제 구호단체의 친선 대사를 지냈던 김혜자 씨나 정애리 씨도 같은 구도의 사진이 여러 장 나와 있으니 참조하시라"고 반박했다.

이번 순방에서 미일 정상과 장시간 회담을 한 것은 지난 9월 미국 뉴욕 유엔총회에서의 약식 회담과 비교된다. 당시엔 구체적 이슈에 대한 토론 기회가 없었고, 비속어 논란으로 정쟁만 확산됐다.

윤 대통령이 지난 9일 출근길 문답에서 "대통령이 많은 국민들의 세금을 써가며 해외 순방을 하는 것은 그것이 중요한 국익이 걸려있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은, 그만큼 지지율 회복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다짐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15일까지 남은 G20 공식 일정을 소화하고 16일 아침 귀국할 예정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날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지난번 유엔총회 같은 경우엔 불완전했는데 이번엔 형식적인 측면에서 제대로 갖췄고, 내용 면에서도 비로소 제대로 된 정상회담을 했다"며 "공동 성명을 낸 것도 성과다. 윤 대통령에 대해서 부정적이었던 사람들 일부가 긍정적으로 돌아서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