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美 물가 상승세 정점 통과? “낙관론 금물, 고용 동향 지켜봐야”
미국 소비자물가 7.7% 상승에 주가 급등 “노동시장 강세로 서비스 물가 상방 위험”
10월 미국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7.7%를 기록했다. 4개월 연속 하락세다. 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통과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세계 금융 전문가들은 낙관은 시기상조라고 경고한다. 아직 근원 서비스 물가가 강세를 띠고 노동시장이 견고하다는 점이 지적된다.
11일 국제금융센터 김성택 글로벌경제부장은 여성경제신문에 “물가 경로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인 것은 분명하나 상당 기간 서비스 물가의 상승세가 예상되기 때문에 낙관론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12월부터 금리인상 강도 완화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최종 금리 수준은 고용 동향이 좌우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재화 물가 상승세 둔화 및 임차료의 하향 안정세가 보이고 있지만 주거비 외 서비스 물가 강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에너지 가격의 변동성, 여전히 높은 숙박 등 서비스 물가, 식품 가격의 강세에 기인한다.
10월 식품 물가는 지난 7월(+1.1%)을 기점으로 10월까지(0.6%) 전월대비 연속적으로 둔화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물가와 비교하면 10.9% 상승했다.
재화의 경우, 전월대비 중고차(-2.42%), 의류(-0.69%), 교육 및 통신(-0.89%) 등의 가격이 대부분 떨어졌다.
서비스 물가도 하락세로 확인됐다. 집주인의 거주비를 월세처럼 환산한 자가주거비(OER, +0.81%→+0.62%), 임대료(+0.84% →+0.69%) 등이 하락했다.
그러나 주거비는 전월과 동일하게 0.75% 상승했다. 숙박비는(-1.04% → +4.85%) 급등했다. 가솔린 가격 등 에너지 가격 상승률은 전달 대비 4% 상승하면서 4개월 만에 반등했다.
전문가들은 물가가 꺾이고 있지만 상방 위험이 잔존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이번 결과에 대한 과대평가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영국 경제분석회사 캐피털이코노믹스(CE)는 “향후 장기간에 걸쳐 나타날 디스인플레이션 추세의 시작이 될 것으로 예상되나 근원 서비스 물가의 기저적 강세 흐름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연준 딜레마’ 물가 하락에도 고금리 유지?
“서비스 물가 상방 위험, 노동시장이 변수”
10월 물가 하락세로 12월 금리인상 속도는 완화될 전망이다. 5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 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낮아졌다. 그러나 노동시장 강세가 이어지고 있어 최종금리 상방 위험은 잔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미국 노동부가 공개한 9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의 구인건수는 1072만 건으로 전월대비 43만 건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치(958만 건)보다 87건 많은 수치다.
국제금융센터는 “소비자물가 결과가 시장 예상보다 양호했지만, 헤드라인 기준으로 2023년 말까지도 3%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과도한 통화완화 기대는 경계할 필요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소비자물가 결과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주요 IB들의 최종금리 전망치는 수정되지 않고 있다. 씨티은행은 “환영할 만한 결과이기는 하지만 주거비를 제외한 서비스 물가의 상방 위험이 지속되고 있어 최종 금리 전망치는 5.5~5.75%로 유지한다”고 평가했다. 또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는 “노동시장의 향방이 최종금리 수준의 변수”라고 경계했다.
반면 캐피털이코노믹스(CE)는 “근원물가의 하락세가 지속되고 미국 경제의 침체 위험이 커질수록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 전환 가능성도 상승할 것은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국제금융센터 김성택 글로벌경제부장은 본지에 “서비스 물가 상승과 직결되는 게 임금이기 때문에 실업률이 점진적으로 올라가면 물가 하락세도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텐데 아직 미국 노동시장은 강세를 띠고 있다”며 “미국인의 소비가 금융시장 분위기에 매우 민감한 탓에 물가가 떨어져 통화정책이 완화되면 소비가 다시 늘 수 있기 때문에 고금리 정책의 고삐를 섣불리 늦추기 어렵다는 게 연준의 딜레마”라고 분석했다.